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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미래다] 비정규직·저임금에 고시원 전전… '2평에 갇힌 청춘들'

내 집은 커녕 원룸만 얻어도 성공… 서울 청년 5명 중 1명은 주거빈곤… 23% 소득 절반은 주거비로 사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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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4-06 19:34:36      수정 : 2016-04-26 15:39:17
“잠만 잘 수 있다면 다 집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고시원에서 1년 넘게 살고 있는 김기영(가명·29)씨는 매일 오전 7시 창문도 없는 6.6㎡(2평) 남짓한 공간을 도망치듯 나선다. 지방에서 올라온 김씨는 고시원에서 버스로 30분 거리에 있는 한 영세 디자인업체에서 일한다. 퇴근시간이 일정하지 않지만 업무가 끝나도 김씨는 회사에 늦게까지 남아 있는 편이다. 가급적 고시원에서 머물 시간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고시원이 ‘집’은 아니라고 했다. 그는 “고시원에 누워 조금만 시간을 보내 보면 벽에 드문드문 핀 검은빛의 곰팡이가 눈에 들어와 금방 우울감이 치민다”며 “집이라면 응당 마음 편히 휴식을 취하고 삶을 정비하는 공간이어야 하지 않냐”고 되물었다. 김씨는 회사 동료에게도 “자취한다”고만 했을 뿐 고시원의 ‘고’자도 입밖에 꺼내지 않는다.

올해 목표는 뚜렷하다. ‘월세 15만원짜리 고시원 탈출’이다. 회사 인근의 창문 달린 원룸을 구하려고 180만원 조금 넘는 월급을 아껴 보증금을 모으는 중이다. 김씨는 “집 같은 집에서 편히 먹고, 자고, 쉬고 싶다”며 “원룸 월세를 내면 돈 모으기가 더 힘들겠지만 더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내릴 줄 모르는 집값과 오를 줄 모르는 임금은 김씨 같은 청년세대에 ‘주거빈곤’이라는 올가미를 씌웠다. 기성세대에게 다디단 ‘인생의 결실’로 각광받던 내집마련의 꿈이 지금 청년세대에겐 쓰디쓴 냉소의 대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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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5명 중 1명 ‘주거빈곤’

청년(19∼34세) 5명 중 1명은 주거빈곤에 시달리고 있다. 주거빈곤은 통상 국토교통부 장관이 주거면적, 용도별 방의 개수 등으로 정한 ‘최저주거기준 미달’ 가구와 고시원, 비닐하우스 등 ‘주택 이외 거처’에 사는 가구의 상태를 가리킨다.

6일 서울시 ‘청년정책의 재구성 기획연구(2015)’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229만4494명) 중 22.9%(52만3869명)가 주거빈곤에 처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년세대의 주거빈곤 문제는 10년여 전부터 계속 악화하는 중이다. 5년 단위로 시행되는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서울 1인 청년가구의 주거빈곤율은 2000년 31.2%, 2005년 34.0%, 2010년 36.3%로 점차 늘어났다. 이에 반해 전체가구는 같은 기간 29.2%, 19.3%, 14.8%로 감소했다. 하루이틀 일이 아닌 집값 문제 앞에 유독 청년세대가 취약할 수밖에 없는 건 결국 불안정한 일자리와 저임금 구조 탓이다. 2012년 기준 서울 청년가구 중 22.7%가 소득의 절반 이상을 주거비(임차료, 관리비, 난방비 등 포함한 비용)에 쓰고 있었다. 서울 전체가구의 경우 8.2%와 큰 차이를 보인다.

조사에 참여했던 청년단체 ‘민달팽이유니온’ 정남진 사무국장은 “이미 청년세대는 전통적인 주거 사다리인 월세-전세-자가의 과정을 신뢰하지 않는다”며 “저임금에 발목 잡힌 청년은 주거비 마련에 끊임없이 소진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말했다.

◆“창문 여는 환청이 들려”… 범죄·사생활 침해 노출까지

“밤마다 창문 흔들리는 소리만 살짝 들려도 바로 스마트폰을 움켜쥡니다.”

올해 초 직장을 그만두고 대학원을 다니기 시작한 이영은(가명·29·여)씨는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의 한 주택 반지하에서 생활한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수면장애를 겪기 시작했다. 이씨가 깊이 잠든 새벽 골목길에 접한 창을 부술 듯 내리치는 소리와 함께 욕설을 내뱉는 한 취객의 난동이 있은 뒤부터였다. 그날 이씨는 처음 겪는 상황에 어쩔 줄 몰라 숨죽인 채 이불을 덮어쓰고 난동이 멈춰지길 기다렸다. 그러나 취한 남성은 창을 부수겠다고 위협하면서 욕설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잠에서 깬 윗집 사람이 경찰에 신고해 위기를 넘겼다.

비교적 싼 보증금 500만원, 월세 25만원이라는 조건에 혹해 부모 걱정까지 뒤로한 채 들어온 집이었다. 이씨는 매일 어머니와 통화하지만 그날 일은 알리지 않았다. 이씨는 “자다가도 뭔가 창문이 드르륵 열리는 듯한 소리가 환청처럼 들리는 때가 있다”며 “분명 스트레스가 심하지만 당장 이사할 형편은 못 돼 참고 있다”고 토로했다.

주거빈곤의 고통은 단순 불편을 뛰어넘어 범죄, 사생활 침해 등 실질적 피해에 이르기도 한다. 최근 경찰은 송파, 강동, 강서, 관악구 등 서울 일대 다세대 주택가, 특히 반지하를 대상으로 빈집털이를 벌인 조모(42)씨를 검거하기도 했다.

실제 범죄의 피해자가 되지 않더라도 이씨의 경우처럼 안전하지 않은 주거 환경에 처한 청년세대는 불안을 쉽게 느낀다. 2014년 국토교통부 주거조사실태조사에 따르면 청년세대(20∼29세) 전체 가구주(123만298명) 중 27.8%(34만3081명)가 치안·방범 관련 주거환경에 불만족스러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세입자협회 관계자는 “강력 범죄뿐만 아니라 같은 건물에 사는 임대인이 어린 임차인을 무시해 아무렇지 않게 주거침입죄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도 잦다”며 “허락없이 임차인의 집을 들락날락하는 사생활 침해도 주거빈곤 청년의 불안을 가중한다”고 말했다.

김승환 기자 hwa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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