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이동준의 일본은 지금] '봉지밥' 먹는 청년들

입력 : 2016-02-12 06:00:00 수정 : 2016-02-12 15:28:21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봉지에 든 음식을 먹는 한 청년의 모습을 보며 "한국이나 일본이나 젊은 친구들이 힘든 건 같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는 시간과 돈을 아끼기 위해 길에 선 채 '컵밥(종이컵에 밥과 반찬을 넣어 '컵밥'으로 불린다)'으로 끼니를 때우는 청년들이 있고, 일본에는 비슷한 이유로 '봉지 밥'을 먹는 청년들이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일본 청년들이 봉지 밥을 찾는 이유는 사뭇 달랐고, 일부는 일상적인 모습이라며 대수롭지 않은 듯한 반응과 공감을 표하기도 했다.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글. 한 청년이 봉지에 사 온 음식을 먹고 있다.
최근 소셜 미디어에 올라온 '친구의 도시락'이란 글이 젊은 층의 관심을 끌며 많은 의견이 달렸다.
사진 속 주인공의 친구가 올린 글에는 점심시간 봉지에 담긴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하는 한 청년의 모습과 함께 트윗을 모아 누리꾼과 의견을 교환하는 사이트에 "친구 도시락. 잘 포장됐다"며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묻는 글이 있었다. 

사진만 보곤 "이렇게 열심히 산다"라는 내용을 생각했는데 "잘 포장됐다"라는 말이 이해되지 않아 내용과 댓글을 살펴보니 내용물이 새지 않도록 주의하라는 조언과 '일상적인 모습'이라며 '효율적이다', '바쁘거나 귀찮을 땐 봉지에 음식을 넣어 먹는다' 등 공감과 경험을 말하는 글이었고, 한 누리꾼은 자신이 거주하는 곳에서는 봉지에 담은 음식을 팔아 '간편히 먹고 버릴 수 있어 좋다'는 글을 늘어놓기도 했다. 

직접 만든 도시락을 비닐봉지에 담아 오거나 봉지에 든 음식을 먹는 것보다 도시락통을 이용하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댓글을 보니 바쁜 일상에 통에 담는 일과 설거지가 귀찮다고 생각하는 듯했다. 저렴해서라는 글은 극히 일부였다.
'효과적이어서 좋다'는 의견.
지인이 '스파게티를 봉지에 담아와 권했다'는 경험담.
'바쁠 때 이용한다'는 의견.
'보통 그러지 않나'라는 의견.
군대에서는 훈련 시 위 사진처럼 식사하기도 한다.
이에 한국에서도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려 했지만 길고양이에게 줄 사료를 봉지에 넣었다고 해서 '봉지 밥'으로 부르거나, 군이 야외훈련에서 비닐봉지를 사용하는 내용과 사진, 노점에서 비닐을 사용하는 모습, 환경호르몬을 걱정하는 목소리 등이 있었다. 앞서 일본 청년들처럼 자발적으로 사용하거나 편리하다고 생각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봉지 밥을 먹는 것은 전체가 아닌 일부 청년들의 얘기지만, 1만 건이 넘는 공감과 경험담 그리고 의견 등은 바쁜 일상을 속에서 편리함을 추구하는 일본 젊은 층의 생각과 그들이 처한 각박한 현실을 짐작하게 했고, 남의 눈을 의식해 행동하는 기성세대와는 생각과 행동이 바뀌었음을 알 수 있었다.
카레와 밥이 담겨 있다.
한편 한국 청년들은 바쁜 일상에서 조금이라도 시간과 돈을 절약하기 위해 컵밥을 이용하고 있었다. 자신을 공무원 준비생이라고 밝힌 한 청년은 "밥은 앉아서 먹어야 한다는 등 생각할 겨를 없이 밥을 빨리 먹어야겠단 생각이 더 크기 때문에 컵밥으로 점심을 때우고 있다"는 현실을 말하기도 했다.

한국과 일본 청년들이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끼고자 하는 마음은 같았고, 그들이 고된 생활을 버텨내는 것은 미래에 행복해질 수 있다는 한 가지 믿음 때문일지 모른다. 

이런 청년들의 믿음이 현실이 되어 컵밥을 찾는 이유가 각박한 현실의 반영보단 대수롭지 않게 '그냥' 이라고 답할 날이 하루빨리 오길 바란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한예리 '매력적인 미소'
  • 한예리 '매력적인 미소'
  • [포토] 김유정 '반가운 손인사'
  • 유선, 당당한 미소
  • 유리 '눈부신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