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고용 힘 보태고 취약층 지원… 다문화가정 행복 일군다

관련이슈 세계일보 창간 27주년 특집

입력 : 2016-01-31 19:21:20 수정 : 2016-01-31 22:53:3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내일의 희망 향해 뛰는 사회적기업
국내 거주 외국인 주민 수가 지난해 170만명을 넘었다. 2006년 54만명에서 10년 새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외국인근로자(34.9%), 결혼이민자(8.5%), 결혼이민자의 미성년자녀(11.9%) 등이 주를 이룬다. 한국이 이젠 명실상부한 다문화국가로 진입하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소수자로서 사회 주변부에 방치됐던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어 교육 등 기초적인 수준에 머물던 다문화가정 지원은 고용으로 한 단계 개선됐다. 커피숍, 베이커리, 꽃집 등 이들을 고용하는 사회적기업, 협동조합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취업은 단순히 개인적인 성취에 그치지 않는다. 모국의 문화를 접목한 독특한 메뉴를 만들어 한국에 전파하거나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등 1석3조의 역할을 하고 있다. 결혼이민자들이 함께 꾸려가는 커피숍과 빵집, 그곳에선 커피향과 빵 굽는 냄새와 함께 다양한 문화의 향기도 흐른다.


결혼이민여성들을 채용하는 사회적 협동조합 ‘카페오아시아’ 서교점에서 바리스타 제나린 루나씨(왼쪽)가 동료와 함께 커피를 내리고 있다.
◆“우리가 대한민국 대표 바리스타”

서울의 대표적인 번화가인 ‘홍대’에서 도보로 10∼15분 서교동 방향으로 걸어가면 결혼이주 여성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카페오아시아’가 나온다. 카페오아시아는 매장직원의 70%를 결혼이민여성으로 채우고, 정부인증을 받은 1호 ‘사회적 협동조합’이다. 서울, 인천, 광주, 경북 포항 등 전국에 26개 회원사 매장이 있다. 

이곳에 채용된 결혼이민여성들은 대부분 베트남, 필리핀 등에서 온 20∼30대 여성이다. 다문화카페답게 아보카도주스라는 독특한 메뉴가 있다. 이들은 한국어로 주문을 받고 능숙하게 커피를 내리고 과일주스를 만든다. 계산부터 손님이 나가고 난 다음 매장정리까지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근로시간에 따라 많게는 100만원이 훌쩍 넘는 월급을 받아든 이들의 생활은 완전히 변했다.

가장 큰 변화는 꿈이 생겼다는 점이다. 지난해 카페오아시아에서는 결혼이민여성 중 처음으로 ‘점장’이 탄생했다. 첫 점장의 탄생을 본 결혼이민여성들은 “나도 카페 점장이 될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었다. 

11년 전 필리핀에서 온 제나린 루나(33)씨는 “그전에는 하루하루 살기 바빴다면 지금은 하고 싶은 일이 많아졌다”며 “전세를 얻고 싶고, 다양한 형태의 커피숍을 직접 운영해 보고 싶기도 하다”고 들뜬 마음을 표현했다. 혼혈이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왕따를 당했던 아이들도 몰라보게 달라졌다. 초등학교 4학년이 되는 딸이 엄마가 일하는 카페를 보고 “여기가 엄마가 일하는 곳이야? 우리 엄마 너무 멋지다”라며 엄마를 자랑스러워하게 됐다. 루나씨는 자신과 아이들을 때리던 전 남편과도 헤어지며 변화를 맞았다. 루나씨는 “직장을 얻은 뒤 아이들과 ‘우리도 열심히 잘 살자’는 다짐을 많이 했다”며 활짝 웃었다. 

정부의 다가족문화센터를 위탁운영하는 곳에서도 성과가 나오고 있다. 삼성 사회봉사단이 ‘글로벌 투게더’라는 이름으로 운영하는 사회적기업이 대표적이다. 충북 음성, 전북 김제, 경북 경산에 있는 이들 센터는 각각 커피숍, 베이커리, 꽃집 등을 통해 다문화가정 고용을 늘리고 있다. 센터 내에서 결혼이주여성들을 대상으로 무료 바리스타, 파티시에(제빵사), 플로리스트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이들 중 자격증을 취득한 이들을 글로벌투게더에서 투자한 카페와 빵집, 꽃집 등에 채용하는 방식이다. 5곳의 매장에 취업한 결혼이민자는 총 34명. 주 5일, 하루 8시간 근무를 기준으로 130만∼14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삼성 사회봉사단 윤원규 과장은 “대구대에서 학생들의 다문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음성에서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커피문화가 확산되는 등 지역사회에 끼친 영향도 크다”고 설명했다. 

전남 영광 이주여성들이 경제적 자립을 위해 세운 예비 사회적기업인 ‘톤래삽’ 공장에서 치즈를 만들며 활짝 웃고 있다.
광주=한현묵 기자
◆“고향 다녀오자”… 이주여성이 직접 만든 협동조합


전남 영광에서는 이주여성들의 ‘금의환향’ 의지를 담은 ‘톤래삽’이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주여성들이 나서서 스스로 출자 조합원으로 참여한 것이 눈길을 끈다. 2013년 영광으로 시집온 캄보디아 이주여성들이 캄보디아 메콩강 인근의 거대한 자연호수인 ‘톤래삽’에 다녀오자는 취지에서 설립한 협동조합이다.

초기에는 어려움도 많이 겪었다. 협동조합 성공의 네 박자인 자본과 기술력, 판매, 홍보 등이 부재한 탓이었다. 그러나 영광군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후원자로 나서면서 협동조합 운영에 탄력이 붙었다. 영광읍 내의 폐업한 공장을 임차해 보리빵과 치즈 공장을 세웠고, 설립 석달 만에 첫 찰보리빵과 수제치즈가 나왔다. 이주여성들은 밤새 손수 만든 빵과 치즈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판로 확보에도 한동안 애를 먹었지만 센터의 비원을 받아 영광군과 자매결연 도시를 찾아다니며 차근차근 해결해 나갔다. 톤래삽은 2014년 예비 사회적기업에 선정됐고, 정부로부터 인건비와 운영비 지원을 받고 있다. 

캄보디아에서 시집온 지 9년째인 송승희(쏭킴츠룸·29)씨는 “매월 조금씩 보낸 돈이 부모 치료비와 동생들 학비로 쓰이고 있어 너무 기쁘다”고 말했다.

정진수 기자, 영광=한현묵 기자 jen@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