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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미술 다양화 방점, 비판적 대안 모색하다

윤범모 가천대 교수 퇴임 맞아 제자들 ‘제3지대’ 전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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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6-01-12 20:07:15      수정 : 2016-01-12 21:19:31
색다른 기획전시다. 정년퇴임을 앞둔 교수가 제자들의 전시를 마련했다. 이렇게 가르쳐 이런 성과를 거뒀다는 성과보고 성격의 전시다. 주인공은 윤범모 경원대(현 가천대) 교수다. 출품작가들은 김기라, 김태헌, 노동식, 배종헌, 윤상렬, 이중근, 이환권, 조습, 진기종, 함진, 홍경택 등 한국미술 무대의 기라성 같은 청년작가들이다. 전원 경원대 출신들이다. 이른바 또 다른 주류를 만들어 온 작가들이다. 그래서 기획전시 제목도 ‘제3지대’다. 영국의 YBA처럼 한국미술계에 새바람을 불러왔다.

제자들과 함께한 윤범모 교수. 경원대 출신 작가들은 1990년 이후 한국미술의 한 흐름을 만들어 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왼쪽부터 이환권 조습 김기라 윤범모 윤상렬 홍경택.
전시는 가나인사아트센터(14~24일)와 경기도미술관(2월19일~4월3일)에서 연이어 열리게 된다. 김기라는 자신이 발 딛고 사는 대한민국의 모순을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여 드러내는 작가다. 좌우 이념대립, 공익과 사익의 충돌 등을 넘어서 ‘공동선’의 부활을 꿈꾼다. 김태헌은 그림 그리는 원초적 즐거움에 집중하는 작가다. 노동식은 솜, 광섬유 등을 이용하여 상상속의 이미지를 구현한다.

진기종의 ‘자유의 전사’ (실리콘, 기타오브제)
배종헌은 자신이 보고 만난 장면의 면면은 새로운 경험으로 부각시킨다. 윤상렬은 자신이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행동에 착안하여 작업을 하는 작가다. 이중근은 디지털 사진을 재료로 패턴을 만든다. 이환권은 왜곡된 비율의 인물조각을 만드는 작가다. 조습은 좌우의 대립으로 점철된 대한민국 현대사의 서사를 비틀고 뒤집는다. 진기종은 삶의 극적 순간을 조각해 그 진정성의 의미를 들여다본다. 예를들어 가톨릭 신자와 이슬람 군인이 각자의 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모습을 실제 크기로 담았다. 무신론자의 입장에서 종교 교리의 모순과 종교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의 근원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진다. 함진은 점토로 초소형 조형물을 만드는 작가다. 홍경택 작가는 일상적인 사물을 평면에 옮기고 조합한다. 여백 없이 강박적으로 등장하는 사물들이 사뭇 생경하게 다가온다.

함진의 ‘무제2’ (폴리머클레이, 와이어)
전시기획은 ‘1990년대 이후 한국 현대미술의 종다양성은 어디로부터 오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됐다. 답은 여러 가지일 수 있다. 1970∼80년대 민중미술과 단색화로 대표되는 두 진영의 치열한 경쟁이 사회변혁 에너지의 쇄진과 더불어 사그라지면서 주류의 힘은 분산되었다. 이러한 분위기는 제3지대의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내는 밑거름이 됐다. 그중에서도 경원대 출신들은 기성의 주류 권력과는 다른 독특한 세계를 만들어냈다. 미술계가 이번 전시를 1990년대 이후 한국현대미술에 나타난 종다양성의 미술에 관한 비평적 리포트라고 평가하는 이유다.

이중근의 ‘카르페 디엠’ (디지털 프린트, 혼합재료)
현대미술의 다면성은 종점을 짐작할 수 없게 한다. 개성 추구는 작가의 생존가치와 동의어이기 때문이다. 복잡다단한 현대사회는 하나의 거울로서 미술활동의 다양성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거의 우리 미술계는 이른바 ‘주류(主流)’라고 불리는 세력이 있었다. 특정 학맥이나, 특정 화풍 등이 지배했다. 작가 개인보다 집단성을 강하게 나타냈고, 경우에 따라서는 획일화 현상도 자초했다. 1990년대 이후 우리 미술계의 지형은 새로운 변화를 요구했다. 홍대, 서울대로 대표되는 출신 대학 중심의 화단 형성이 흔들리면서 한국 현대미술의 종다양성을 보이기 시작했다.

새로운 바람은 이른바 일류 대학 출신들의 독점 무대가 아니었다. 비엔날레 같은 국제무대의 대형전시나 아트페어 등 미술시장이 작가의 출신 학교를 염두에 두지 않고, 작품성 위주로 발탁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내용과 형식의 다양성, 주제의식과 표현형식의 다채로운 목소리는 국내외의 미술계에서 뜨거운 반응을 얻게 되었다. 자연스럽게 대학 미술교육에 대한 총체적 반성으로 이어졌다.

윤범모 교수는 “이번 전시는 주류미술계의 대안적 성격을 지니고 있다”며 “학생들의 개성을 중시한 자애적 방목주의 학풍이 이룬 결과물”이라고 자평했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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