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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 견우와 북녘 직녀, 끝내 엇갈린 길로

입력 : 2016-01-07 20:14:11 수정 : 2016-01-08 14: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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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천 장편 ‘북쪽 녀자’
금강산 관광때 사랑 나눈 남남북녀, 서로를 찾아 북으로 남으로 넘어가
두만강 건너던 남자 뒤로 총소리가…
“여름철마다 우리 조선사람들의 머리 정수리에서 환히 빛나는 두 별이 보일 겁네다. 남남북녀, 뎡말 북쪽에는 직녀별이 있고 남쪽으로는 견우별이 있디요. 우리 민족이 남과 북으로 갈라진 비극을 밤하늘 역시 저리도 마냥 서럽게 보여주고 있단 말입네다.”

북쪽 금강산 안내원 림채하 동무가 구룡연 코스를 안내하는 남쪽 조장 백산서에게 건넨 말이다. 북쪽 여자 림채하와 남쪽 남자 백산서는 2008년 7월3일 금강산에서 만나 8월 11일까지 40일간 사랑을 나누었다. 림채하 숙소에서, 금강산 관광을 추진했던 남쪽 회장님의 추모비 뒤편에서, 온정각 서관 계곡에서, 신계사 법당 뒤쪽에서 서로의 몸에도 스며들었다. 그 40일이 그들 만남의 전부였다. 남쪽 관광객이 북쪽 군사지역을 무단침범했다는 이유로 총살당한 뒤 그들은 생이별을 해야 했다. 견우 백산서를 찾아 탈북한 림채하와 직녀를 찾아 북으로 들어간 백산서의 이야기는 소설가 이병천(사진)의 신작 장편 ‘북쪽 녀자’(다산북스)에서 이들 남녀의 격정적 진술로 교차된다.

자칫 도식적으로 흐를 남북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시종 긴장감을 동반한 공감으로 이끌어가는 힘은 금강산 관광을 둘러싼 가까운 과거의 생생한 현실과 맞물린 이야기의 힘 더분이다. 사랑을 찾아 남쪽으로 내려오고 북으로 들어간 북과 남의 여자와 남자는 서로 엇갈린다. 림채하는 남쪽 오라버니 고향 전주에서 환대를 받지만, 백산서는 그네의 고향 청진까지 들어가 고초를 겪는다. 백산서가 북에 들어가 지나가는 기차에서 보았던 “쑥색 셔츠를 입고 손바닥을 활짝 펴서 우아하게 기차 유리창에 대고 있던 젊은 여자”가 림채하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백산서는 두만강을 다시 건너려다 총에 맞아 쓰러져 별을 올려다보며 드러눕는다.

림채하는 어렵사리 백산서의 시신을 수습해 화장한 유골 가루를 자신의 몸 구석구석에 바르며 “어서 스며드세요 가루약처럼, 물약처럼”이라고 되뇌인다. 그네가 백산서의 남은 가루를 뿌린 곳은 휴전선이 내려다보이는 산봉우리였다. ‘직녀’ 림채하의 휴전선에 대한 성찰은 사무친다.

“오라바이도 보이세요? 저는 한때 휴전선을 동서로 길게 드러누운 거대한 뱀이라고 여겼는데 그냥 뱀 정도가 아니었단가 봐요. 그건 바로 죽음의 검은 강, 은하수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 검은 은하수라니… 한번 만난 뒤로는 다시 볼 수 없는 우리 같은 연인들, 그들 앞에 놓인 장벽이 바로 검은 은하수가 아닐까요?”

조용호 문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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