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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 걸고 ‘말할 자유’ 지켰던 조선의 선비들

입력 : 2015-12-05 03:00:00 수정 : 2015-12-05 03: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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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경률 지음/앨피/1만4800원
조선을 만든 위험한 말들/권경률 지음/앨피/1만4800원


조선 중종 10년(1515) ‘신출내기 언관’ 정암 조광조는 사헌부와 사간원의 대간들을 전원 파직하라고 상소를 올렸다. 조광조는 상소에서 임금과 소통할 수 없는 언관들은 모두 물러나라고 했다. 말해야 할 것을 말하지 않는 죽은 언관들만 있다고 비판했다. 그가 지키고자 했던 것은 조선 선비들이 목숨 걸고 지켰던 ‘말할 자유’였다.

조광조는 지금으로부터 500년 전 목숨을 바쳐 언로(言路)를 열고자 했다. 언로란 무엇인가. 자신의 안위에 개의치 않고 임금을 비판하여 나라의 잘못을 바로잡는 방법이다. 조광조는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했다. 조광조가 상소를 올린 4년 뒤 그에게 사약을 내렸다. 기묘사화다.

저자 권경률은 ‘조선을 만든 위험한 말들’에서 선비들의 치열한 말의 투쟁을 엮어낸다. 조선은 역사적 과오가 적지 않지만 만만한 나라는 아니었다고 그는 주장한다. 조선을 지탱한 성리학은 신분 차별이나 주장하는 근본 없는 철학 체계가 아니었다. ‘말할 자유’를 위해 조선의 왕들과 선비, 관료들이 얼마나 치열하게 싸웠는지, ‘도덕의 나라’라는 갑갑해 보이는 타이틀에 얼마나 심오한 통치철학이 담겨 있는지 설명한다.

이 책은 학문이 곧 정치가 되는 독특한 조선이라는 나라를 규명한다. 조선의 국가 정체성이 확립된 시기는 1570년대였다. 조선 전기에서 중기로 접어드는 전환의 시대다. 14대 선조의 전기쯤 되는 시기다. 율곡 이이가 각종 사회문제 대책을 제시한 ‘만언봉사’를 써서 올린 때였다. 1570년은 조선 성리학의 기초를 닦은 퇴계 이황이 사망한 해다. 이황은 성리학으로 조선의 통치 및 사회 철학 체계를 세웠다. 이황을 계승한 이이는 ‘도덕정치’라는 구체적인 비전과 국정운영 방식을 확립했다. 이런 점에서 이황과 이이는 조선 중기의 걸출한 지식인이며, 자신의 학문적 신념을 국정 운영에 펼친 현실 정치가였다. 그들의 학문은 곧 정치였다. 저자는 학문이 정치가 되는 조선의 특수성을 분석하면서 “신하의 도는 의를 따르는 것이지, 임금을 따르는 게 아니다”고 강조한다.

성종이 서얼 출신 유자광을 장악원 제조로 임명했다. 예상대로 신하들은 “유자광은 전국시대 협객 같다”며 모두 반대하고 나섰다. 성종은 “전직 장악원 제조들이 모두 덕망 있는 자들이었느냐”고 반박한다. 유자광은 정희왕후(세조의 정비)의 거듭된 수렴청정을 주장하고 나서는 훈구대신 한명회를 ‘지록위마’ 고사로 비판한다. 성종의 지지와 사랑에 대한 보답이었다. 그렇게 성종은 권력의 중심을 잡아나갔다.

이황과 이이가 도학정치의 기틀을 세우는 과정은 아슬아슬한 줄타기의 연속이었다. 임금은 옥좌가 허락한 힘을 놓지 않으려 했다. 신하들 역시 삼봉 정도전의 신권정치(臣權政治) 이상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그들은 “임금의 할 일은 재상을 결정하는 것이며 실제 정치는 재상을 비롯한 신하들 여럿이 지혜를 모아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히 임금은 저항했고, 신하들은 그런 임금을 달래고 어르며 한 발짝씩 나아갔다. 그래서 언로 즉 소통이 중요했다.

이황과 이이는 임금에게 직언하는 인물이었지만, 막판에는 흠결도 노출했다. 그들은 가깝게는 동료들과, 결정적으로는 임금과 소통하지 못했다. 이는 치명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임금과 소통하지 못하는 신하, 신하들과 소통하지 못하는 임금은 붕당과 임진왜란이라는 국가적 불행을 초래했다. 조광조가 “언로를 다시 열라”고 주장하다 사약을 받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정승욱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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