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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의 일상 톡톡] 정신력으로 이겨내면 안되냐고?

입력 : 2015-12-06 05:00:00 수정 : 2016-04-26 14:5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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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절염을 심하게 앓던 김모(54·여)씨는 최근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관절염 통증으로 인한 고통은 우울증을 동반하기도 한다. 가족들은 관절염 통증 치료에만 집중, 정신과 치료는 우선순위를 미뤄뒀다. 우울증을 적극적으로 치료하지 못한 것이 결국 김씨를 자살로 이르게 한 원인 중 하나로 추정됐다.

세계 주요국 가운데 자살률이 가장 높은 한국에서 우울증 치료는 가장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한국의 우울증 환자들이 정신과 치료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에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한눈에 보는 보건의료 2015'에 따르면, 한국의 하루 항우울제 소비량은 1000명당 20 DDD(1일 사용량 단위·2013년 기준)로 28개 조사국 가운데 두번째로 낮았다. OECD의 항우울제 하루 평균 소비량은 1000명당 58 DDD로 한국의 3배 수준이었다. 항우울제 소비량이 한국보다 낮은 나라는 칠레(13 DDD) 단 한곳이었으며, 아이슬란드(118 DDD), 호주(96 DDD) 등이 압도적으로 높은 소비량을 보였다.

◆우울증 환자 중 치료받는 사람 비중 낮아

한국은 감기에 걸릴 경우 항생제의 사용량이나 당뇨 약물 사용량은 많았지만 항우울제 사용량은 유독 낮았다. 약물 과용이 바람직한 현상은 아니지만 한국이 OECD 국가 중 항상 자살률 1위에 오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우울증 환자 가운데 치료를 받는 사람의 비중이 낮은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우울증은 '마음의 감기'로 불릴 정도로 흔한 질환이며 조기 치료시 완치율도 높다. 하지만 이를 방치할 경우 마치 감기가 심각한 폐렴으로 번져 생명을 위협하듯 자살 기도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주요 우울장애가 있는 사람 가운데 자살사고 비율이 40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의 자살률은 지난해 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여전히 한해동안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이 1만3836명에 달한다. 자살률은 인구 10만명 당 27.3명을 기록했다. 항우울제 소비량이 한국보다 낮았던 칠레의 경우 자살률이 34개국 가운데 20위(2013년 기준)에 머물러 한국과는 양상이 달랐다. 항우울제를 비롯해 우울증 치료율이 낮은 것은 정신과 치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이다.

김현정 국립중앙의료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정신과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 때문에 (우울성 장애 환자들이) 10년 가까이 참다가 너무 힘들어야 온다"며 "약물 복용을 하지 않고 '정신력으로 이겨내면 안되냐'는 환자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신적 노력만 강조하며 제대로 된 치료를 하지 않으면 우울증은 완치되지 않고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5년 단위로 실시하는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에 따르면 주요 우울장애를 평생 1번 이상 앓는 비율은 2001년 4.0%에서 2006년 5.6%, 2011년 6.7%로 꾸준히 증가했다. 강박이나 공황 등 불안 장애 유병률은 8.7%(2011년 기준)로 2001년 8.8% 대비 소폭 줄었고 모든 종류의 정신장애도 10년 내리 하락세를 보였지만 우울 장애만 반대 행보를 보인 것이다.

◆우울증, '마음의 감기'?

자살률을 낮추기 위해서라도 우울증 치료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하고 조기 치료에 나서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김 교수는 "(자살 원인에는) 독거, 이혼, 건강 이상신호, 실직 등 다양한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실직과 빈부격차 등 큰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면 우울증 치료를 받는 등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런 가운데 OECD 국가들 중 11년째 자살률 1위를 나타내고 있는 우리나라가 우울증치료제 사용량도 해마다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2013년 대비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했다. 남성은 실직이 가장 많은 50대가 항우울제 처방액이 가장 많았고, 여성은 70대로 나타나 노년이 깊어질수록 처방액이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보건의료 분석사이트 팜스코어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토대로 최근 5년간 우울증치료제 처방액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우울증치료제는 대부분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기전을 갖기 때문에 전문의약품으로 분류돼 있다.

지난해 우울증치료제 처방액은 1379억원을 기록해 전년 1248억원 대비 10.5% 증가했다. 2010년 1128억원에 비하면 22.2% 늘어난 수치다. 5년간 처방액 연평균 성장률은 5.1%였다. 특히 우울증치료제를 가장 많이 복용하는 연령층은 남성의 경우 50대, 여성은 70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반적으로 남녀 모두 4050대 중년시기 우울증치료제 사용량이 급격히 늘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노년의 외로움…우울증 주요 발생 원인

이는 실직이나 정년퇴직을 앞둔 상황에서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노년의 외로움 혹은 폐경 등을 실제 생활에서 맞닥뜨리면서 우울증이 발생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남성은 50대를 정점으로 우울증치료제 사용량이 점차 감소했지만 여성은 나이가 들수록 더욱 증가했다. 이러한 영향으로 우울증치료제 5년간 전체 처방액(6259억원)에서 남성은 2434억원 처방액(38.9%)을 나타냈지만 여성은 이보다 훨씬 큰 3825억원(61.1%)을 기록했다.

한편, 밝은 불빛에 주기적으로 노출시키는 광선요법(light therapy)이 우울증 치료에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 의과대학 정신의학과 전문의 레이먼드 램 박사가 우울증 환자 122명(19~60세)을 대상으로 8주에 걸쳐 진행한 임상시험에서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UPI통신 등이 최근 보도했다.

항우울제 투여와 함께 광선요법을 병행했을 때 치료 효과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고 램 박사는 밝혔다. 그의 연구팀은 이들을 4그룹으로 나누어 각각 △광선치료 △광선치료+항우울제(플루옥세틴 20mg) 투여 △항우울제 투여 △위약 투여를 8주간 계속했다.

광선치료는 매일 아침잠이 깬 후 1만 룩스의 백색 형광 라이트박스(light box)에 30분씩 노출시키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와 함께 임상시험 전후에 우울증 테스트(최고 60점)를 통해 우울증이 어느 정도인지를 측정했다. 임상시험 전 이들의 테스트 점수는 26~27로 중등도(moderate)였다.

임상시험 후에는 광선치료와 항우울제 투여를 병행한 그룹이 점수가 평균 16.9점이나 떨어져 가장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광선치료만 받은 그룹은 13.4점 △항우울제만 투여된 그룹은 8.8점 △위약 그룹은 6.5점이 떨어졌다. 광선치료가 우울증을 완화시키는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뇌의 생물학적 시계인 생체리듬을 다시 세팅해 주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램 박사는 설명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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