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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찬의 軍]2030 '신(新)안보세대' "전역해도 내 나라는 내가 지킨다"

입력 : 2015-09-04 16:52:52 수정 : 2015-09-04 20:0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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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개전투훈련중인 육군 신병들(자료사진)

“만약에 북한이 또 다시 도발한다면, 전방으로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지난달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과 비무장지대(DMZ) 포격도발이 발생한 직후 인터넷상에서는 “언제든 국가의 부름에 응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네티즌들의 댓글이 쏟아졌다.

이들 중 일부는 SNS에 자신의 예비군복을 찍어 올리거나 직접 착용한 채 “준비는 끝났다. 언제든 불러달라”며 전의를 불태웠다.

기존에는 ‘2030’으로 대표되는 젊은 세대의 안보의식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북한의 도발을 계기로 신(新)안보세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안보에는 세대나 이념의 구분이 없다’는 사실이 다시 확인되고 있다.

◆ “국가의 아들로 나라와 가족을 지키는건 당연”

예비역들의 응원과 열정을 SNS를 통해 접한 국방부는 4일 백승주 차관 주관하에 서울 용산의 육군회관에서 예비역 장병 간담회를 갖고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예비역들 중 윤준영(26)씨는 북한의 지뢰도발 사건이 발생한 1사단에서 복무해 주목을 받았다.

윤씨는 “불과 3개월 전까지 복무하던 곳에서 장병들이 북한의 도발로 다쳤다는 것을 알고 화가 많이 났다”며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뭔가 해야겠다’는 느낌이 들어 예비군복을 입고 SNS에 사진을 올렸다”고 말했다.

처음 사진을 올렸을 때 친구들이 보고 재미있어했다는 윤씨는 “다른 사람들이 함께 예비군복을 입은 사진을 올리는 것을 보니 듬직하기도 하고, 국민이 하나가 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대한민국이 아직은 살만한 나라라는 생각에 흐뭇했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예비역들이 모이면 군에 대해 안좋은 이야기를 하지만 막상 위기가 다기면 그렇지 않다”며 “만약 북한이 또 다시 도발한다면 언제든 달려갈 준비가 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청운대 방송연기학과에서 배우의 꿈을 키우고 있는 윤씨는 군 복무 시절인 작년 3월부터 군생활에 적응하지 못한 병사들을 위로하기 위해 연극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공연을 했다.  처음에는 대대급에서 시작했지만 작년에 열린 육군 지상군페스티발에서 공연을 하는 등 큰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예비역 윤준영씨가 북한 도발 당시 SNS에 올린 사진.


윤씨는 “공연을 보면서 병사들이 많은 감동을 받았고, 긍정적인 감성 변화가 느껴졌다”며 “앞으로도 이같은 병영 내 변화가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작년에 군 복무 시절 부대개방행사에 오신 아버지께서 대대장님께 ‘내 아들이지만 군에 보낸 이상 내 아들이 아닌 국가의 아들이다’라고 말씀하셨다”며 “국가의 아들로 무사히 군 복무를 마쳤다. 이젠 국민으로서, 예비역으로서, 국가의 아들로서 위기때마다 동참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한민구 국방 “군의 원천은 군을 사랑하는 예비역과 국민”

북한의 도발 직후 국방부의 SNS에는 예비역들의 성원과 응원이 이어졌다. 앞다투어 예비군복을 입은 사진을 올리고, 군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남겼다.

이에 국방부는 2일 한민구 국방부 장관 명의의 친필 감사편지를 페이스북에 올렸다.

편지에서 한 장관은 “‘군복을 꺼내 놓았으니 불러만 달라’는 우리 예비역들이 있는 한 대한민국의 안보는 확고할 것”이라며 “예비역들이 결연한 의지로 전투화끈을 다시 묶는 모습에 가슴시리게 고마움을 느꼈다”고 감사를 표시했다.

이어 “우리 국군의 힘의 원천은 군을 사랑하는 예비역 여러분과 국민”이라며 “여러분의 성원에 힘입어 우리 대한민국을 더욱 굳건히 지키겠다”고 강조했다.

한 장관의 편지에 대해 네티즌들은 “전투복이 작아 호흡곤란이 오겠지만 싸워보겠다” “40대 후반 아버지도 대기하고 있다” “예비군은 언제나 준비되어 있다”는 등의 댓글을 올리며 호응했다.

김민석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의 포격 도발 직후 국방부 공식 페이스북에 ‘좋아요’를 누른 사람이 15만명에서 24만명으로 폭증했다”며 국민들의 성원에 감사한다는 뜻을 밝혔다.

◆ 신(新)안보세대의 탄생, 국방에 긍정적 영향

예비역들의 이같은 반응은 ‘신(新)안보세대’로 대표되는 2030 세대의 의식 변화를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신안보세대는 위기상황에서 개인보다 국가안보를 우선시하는 2030 세대다. 올해 6월 여론조사기관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6.25전쟁과 같은 동란이 다시 벌어지면 참전하겠나?’란 질문에 20대 남성의 91%가 ‘기꺼이 참전하겠다’고 응답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서부전선 비무장지대를 순찰하는 장병들(자료사진)


이날 국방부 주최 예비역 장병 간담회에 참석한 박항청(25)씨는 “우리 세대가 나약하다고 많이 지적을 받는데, 이번 위기 때 예비군들이 국가를 위해 결의를 다지는 것을 보면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또 다른 예비역 박종훈(34)씨도 “북한의 전면전 위협 당시 부인에게 '만약 전쟁이 나면 우리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나도 총을 들고 나가겠다'고 했다”고 회고했다.

이러한 신안보세대가 등장하게 된 배경으로는 2010년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들 수 있다. 북한의 위협을 실감하지 못하던 젊은 세대에게 TV를 통해 전달된 두 동강 난 천안함과 불타는 연평도의 모습은 ‘안보 위기감’을 강하게 느끼도록 하는 기폭제가 됐다.

올해 개봉한 영화 ‘연평해전’과 ‘암살’ 등의 영향을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을 젊은 세대의 코드에 맞게 보여주면서 안보의식을 더욱 단단히 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다.

개인보다 국가 안보를 더 걱정하는 신안보세대의 출현. ‘젊은 세대는 나약하다’는 편견을 깨뜨린 북한의 최근 도발은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를 더욱 단단히 결속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는 측면에서 ‘실패한 도발’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의 의식을 모아 시너지를 거둘 수 있는 방안을 정부와 사회가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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