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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상황은… 지난 4일 경기 파주 서부전선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폭발사건 때 작전에 참가했던 장병들이 11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국군고양병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당시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왼쪽부터 문시준 소위, 정교성 중사, 박준호 상병. 고양=연합뉴스 |
11일 경기도 고양시 국군고양병원에서 마련된 언론 인터뷰에 나선 정 중사는 결연한 표정으로 지뢰 폭발이 있던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사건 당시 수색작전에 참가한 대원 8명 가운데 인접 소대장 문시준(24) 소위와 K-3 기관총 사수 겸 의무병인 박준호(22) 상병도 함께 자리했다. 이들은 국군고양병원에서 이번 도발사건에 따른 심리적 후유증 치료를 받고 있다.
육군 3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지난 3월 임관해 6월 현재 부대에 배치된 문 소위는 “팀장(정 중사)이 사고 중에도 침착하고 능숙하게 조치하고 환자 후송까지 안전하게 실시했다”며 “팀장을 도와주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찾았고 뒤에 있는 병력을 통제해서 부상한 전우들과 팀장을 엄호했다”고 말했다. 문 소위는 당시 1차 폭발 이후 곧바로 아군에 의무 지원을 요청해 부상자 2명을 신속하게 후송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부상한 하 하사를 옮기다 2차 폭발로 2∼3초간 정신을 잃었다가 다시 깨어나 끝까지 후송 임무를 완수한 박 상병은 “다들 침착히 자기 임무에 충실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정 중사는 1차 폭발로 두 다리에 심각한 상처를 입은 하 하사가 “(그 상황에서) 적에 대한 분노를 감추지 않았다”고 전했다. 하 하사가 직감적으로 북의 소행으로 느꼈다고 추정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하 하사를 통문 밖으로 후송하다가 지뢰를 밟은 부팀장 김정원(23) 하사는 발목에 큰 상처를 입어 응급조치를 받는 와중에도 하 하사에게 “정신 차려라”는 말을 잊지 않았다고 정 중사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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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상자 위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11일 오후 경기도 분당 국군수도통합병원을 찾아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 수색·정찰 중 북한의 목함지뢰 폭발로 부상한 육군 1사단 소속 김정훈 하사를 위로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
박 상병은 “사건이 일어난 지 일주일 지났지만 부대에 복귀해 당장 내일이라도 작전에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라고 강조했다. 문 소위는 현재 몸 상태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지금 심정으로는 다시 DMZ에 가서 해당 적의 GP(전방소초)를 부숴버리고 싶은 마음밖엔 없다”며 “아군이 느낀 고통의 수만배를 되갚아주고 싶은 마음이라 기회만 기다리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오른쪽 발목을 절단한 김 하사는 이날 병문안을 위해 국군수도병원을 찾은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에게 “부대 팀원들이 안 다친 것이 천만다행이고, 팀원들이 가장 많이 생각난다”며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군 관계자에 따르면 김 하사는 수도병원으로 이송돼 수술 후 깨어나자마자 가장 먼저 “하 하사는 괜찮으냐”고 물었고, 하 하사도 의식을 찾자마자 다른 팀원들의 안위를 물었다고 한다. 김 하사는 군의 경계가 허술해 북한군에게 허를 찔렸다는 비판에 대해서는 “군인들의 노고가 무시돼서는 안 된다”고 우려하며 군에 대한 믿음을 당부했다.
고양=김선영 기자 007@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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