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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역망 다시 짜자] 전문가 없는 질병관리본부…일 터지면 '속수무책'

입력 : 2015-06-29 19:34:42 수정 : 2015-06-30 00: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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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인력 5900명 늘때 韓 102명 줄어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한 간호사가 음압병실에서 격리 치료 중인 메르스 환자 처치를 준비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국경을 넘나드는 이동이 일상화되면서 감염병 전파 위협도 커졌다. 그러나 우리 정부의 인식과 대응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질본)의 잇따른 인력 축소, 전문성 부족, 지방 질병관리 미흡의 악순환이 계속되는 한 ‘제2의 메르스’는 언제든지 국내 보건환경을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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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본, 전국 총괄하는 사령탑 기능 갖춰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는 있지만 한국 질병관리본부에는 없는 조직이 전국의 질병관리센터를 총괄하는 사령탑이다.

CDC는 ‘지방·지역지원국’을 따로 독립시켜 운영하고 있으며 센터장이 이들을 직접 통제한다. 센터장의 일사불란한 통제 아래 비상사태 시 미 전역에서 신속한 대응이 가능하다. 질본에는 이런 지휘체계가 구축돼 있지 않다. 질본은 본부장 아래 주요 센터와 과를 두고 있지만 정작 감염병 예방의 첨병인 13개 지방 검역소는 분리돼 있고 이를 총괄하는 조직도 없다. 질본 고위 관계자는 “지방정부의 전문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지방 질병관리조직을 구축하고 이 조직을 현장에서 지휘할 수 있는 시스템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CDC는 공중보건대응국이 센터장 직속으로 배치돼 감염병 발생 시 신속한 판단과 결정을 돕는다. 반면 질본은 비슷한 역할을 하는 ‘공중보건위기대응과’가 있지만 본부장 직속이 아닌 산하 조직으로 배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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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재원·교육부족의 3중고 시달리는 질본

세계적으로 질병 관련 기관의 인력을 확대하는 추세에도 우리나라 질본은 2006년 이후 꾸준히 축소됐다. 조직 출범 이후 2006년 527명까지 늘었던 인력은 9년간 계속 줄어들어 현재 425명만 남았다. 인사권이 없다 보니 연구예산이 있을 때 비정규직 연구원을 늘리는 편법으로 인력을 보강하는 기형적 구조로 성장했다. 반면 CDC는 2006년 9100명이던 인력이 올해 1만5000명까지 늘었다. 2001년 탄저균과 사스 사태를 겪으면서 600명의 행정직을 역학조사관과 의무관 등으로 전환하는 개혁도 단행했다.

전병율 전 질병관리본부장(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CDC는 세계 각국에 전염병이 발생하면 현장에 직원을 보내 조사사업에 참여하는 등 선제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우리는 CDC에 파견 공무원 한 명 못 보내는 실정”이라며 “정부가 전염병에 대해 안이하게 생각하고 질본 인원 확충을 단순히 비용으로만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질본의 해외 파견자는 2명에 불과하다. CDC는 50여개국에 직원을 파견해 전 세계 질병관련 정보를 분석하고 있다.

29일 대전 서구 대청병원에서 병원 관계자가 메르스 지원 근무를 마치고 부대로 복귀하는 군 의료지원단원을 끌어안으며 작별의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 병원은 이날 일부 병동의 격리가 해제돼 정상 진료를 시작했다.
◆질본, 장관이나 대통령에게 직보할 수 있어야


강대희 서울대 의대학장(예방의학 전문의)은 “미국 CDC는 국장급도 사안에 따라 장관이나 대통령에게 바로 보고할 수 있다”며 “현재 질병관리본부장은 복지부 국장에게 먼저 보고하고 이 내용이 ‘복지부 차관→장관→청와대 수석→대통령’을 거치는 현재 5단계 시스템으로는 신속한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복지부에 보건분야를 전담할 제2 차관을 신설하거나 질본을 외청으로 독립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어떤 식으로 개편을 하든 청와대 대통령실 내에 복지부나 질본의 보건담당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는 전문가가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구 전 질병관리본부장(서울대 이종욱글로벌의학센터장)은 “질본을 독립된 청으로 분리해 인사권과 예산권을 줘 좀 더 효율적인 운영을 하는 기관으로 만든 후에 2차 관제를 하는 논의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조병욱·김민순·이재호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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