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올 11월 설계수명이 끝나는 월성 원전 1호기 수명 연장을 결정하면서 노후 원전의 재가동을 둘러싼 논란이 재연됐다. 정부 안팎에서는 고리 1호기 연장 가동에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적잖았으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전 안전성에 대한 국민 불안이 커진 상황을 감안해 영구 정지 쪽으로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과학과 경제보다 정치와 여론을 중시한 결정이다. 원전 정책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한수원은 내주 이사회를 열어 고리 1호기 가동 중단을 최종 결정한 뒤 영구정지 변경허가 신청을 거쳐 원전 해체 계획서 제출·해체 승인 등 폐로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폐로 작업에 최소 15년, 6000억원 이상이 소요된다고 한다. 우리는 아직 폐로 기술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다. 2020년대 원전 4기의 설계수명이 종료되는 만큼 폐로 기술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 완성도를 끌어올려야 할 것이다.
첫 원전 폐로는 사용후핵연료 처리 문제와 함께 ‘후행핵연료주기’ 관리 국면에 접어들었음을 의미한다. 후행핵연료주기는 원자로에서 사용을 마친 연료의 저장, 처분 과정 전반을 뜻한다. 현재 각 원전 부지 내 임시저장시설에 관리하는 사용후핵연료는 2024년부터 단계적으로 포화 상태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사용후핵연료 공론화위원회는 2051년부터 영구처분시설을 가동해야 하고, 2020년까지 ‘처분 전 보관시설’(중간저장)부지를 확보하도록 정부에 권고할 예정이다.
사용후핵연료 처분은 선진국에서도 고난도 작업이었다. 지역 여론을 설득하기 위해 수년간의 공론화를 거쳤다. 중저준위·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 선정을 놓고 안면도·굴업도·부안에서 겪은 사회 갈등은 꾸준한 지역사회와의 협의가 중요하다는 것을 교훈으로 남겼다. 원전은 미래에도 전력 수급의 30%를 차지하는 핵심 에너지인 만큼 정부가 중장기적 계획을 갖고 공론화에 나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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