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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절 폐결핵 재앙서 ‘메르스 악몽’ 떠올리다

입력 : 2015-06-11 21:17:26 수정 : 2015-06-11 21: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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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우용 ‘우리 역사는 깊다 1·2’ 발간 1928년, 미국인 선교사 셔우드 홀은 황해도 해주에 ‘결핵 환자의 위생학교’를 세웠다. 우리나라 최초의 결핵환자 전문요양시설이었다. 전국에서 환자들이 몰려들자 셔우드 홀은 이름을 ‘해주 구세요양원’으로 바꾸고 본격적인 폐결핵환자 전문요양기관으로 운영하기로 했는데 문제는 돈이었다. 해결책으로 나온 것이 크리스마스실이었다.

위생학교 설립에서 크리스마스실 발행까지의 과정을 들여다보면 초기 산업화 시대의 대표적인 전염병인 폐결핵을 다루는 당시 당국의 무능이 드러난다. 
셔우드 홀이 폐결핵환자 요양병원을 운영하기 위해 발행한 크리스마스실의 최초 도안. 폐결핵환자 병원 설립 과정을 들여다보면 조선총독부가 폐결핵을 다루는 무능과 무책임이 드러난다.
푸른역사 제공

1920∼30년대 식민지 조선은 ‘폐결핵의 땅’이었다. 1936년 조선총독부는 40만명의 폐결핵 환자가 있고, 매년 4만명이 이 병으로 죽는다고 추산했다. 하지만 내놓은 예방 대책은 공공장소에서 가래침 뱉을 타구를 비치하고 환자들을 격리하도록 지시하는 정도에 머물렀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확산 이후 ‘익히지 않은 낙타 고기, 멸균하지 않은 낙타우유를 먹지 말라’는 예방 대책을 내놓고, 격리 말고는 뾰족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 지금의 정부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역사가 단순히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우리 역사는 깊다 1·2’(푸른역사)의 저자 전우용이 강조하는 지점이다. 그는 머리말에서 “‘교훈으로서의 역사’는 역사학에 대한 가장 오래된, 그런 점에서 시대에 뒤떨어진 정의로 취급되나, 나는 결코 무효화할 수 없는 정의라고 생각한다”며 “인간은 자기 필요에 따라 과거를 소환하여 그 과거가 가르치는 바를 배움으로써 변화하는 존재”라고 밝혔다.

건립 당시에 논란이 일었던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두고는 “역사와 문화의 흔적을 지워버린 개발”을 질타한다. 책에 따르면 동대문 시장의 형성은 조선의 군제(軍制) 변화와 관련이 있다. 
동대문 지역에서 조선시대부터 자리 잡았던 섬유 산업과 그 안의 노동자들은 오늘날 동대문 시장 형성의 기원이 되었다.
푸른역사 제공
동대문은 조선시대 직업 군인 부대인 훈련도감이 있던 지역이었다. 훈련도감에 소속된 군인들은 최정예병으로 남다른 대우를 받았으나 병자호란 등으로 국가 재정이 엉망이 되자 이를 유지할 방법이 없어졌다. 군인들에게 장사할 권리를 부여한 것은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만든 방책이었다. “‘병농일체’의 원칙에 입각했던 군제가 조선 후기 도성안에서는 ‘병상일체’로 바뀐 셈”이었고, 장사에 나선 군인들은 오늘날 동매문 시장의 기원이 된다. 1907년 대한제국 군대가 강제 해산된 후 군인들은 몇 푼 안 되는 퇴직금을 모아 ‘경성직뉴회사’를 꾸렸다. 이 회사는 일제강점기 한국인 공업 회사의 대표 격이던 경성방직주식회사의 전신이다.

저자는 “오늘날 동대문 일대에서 300년이 넘은 역사의 흔적을 찾기란 거의 불가능하다”며 “그 장소의 역사적 맥락을 전혀 모르는 외국인에게, 그 역사에 대한 기초적 정보도 주지 않고 설계를 맡겨버린 당시 서울시정 담당자들의 무소견과 무지에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적었다. 

저자는 역사 속의 60개 장면을 소개한다. 각각의 장면에서 뽑아낸 일침, 성찰이 만만찮다. 1912년 1월 광장주식회사의 주주총회 개최를 언급하면서 선거철이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정치인들의 재래시장 방문이 ‘서민 코스프레’가 아닌 ‘임금 코스프레’임을 지적하며 현대판 신분제를 경계한다. 또 1903년 물가폭등을 이유로 경무청이 채소 도매상 단속에 나선 사실을 두고는 예나 지금이나 물가폭등의 주범은 상인이 아니라 정부임을 지적한다.

한국인에게 무덤을 덮은 재료였던 잔디가 일제의 훼손 후 경복궁 곳곳에 깔린 사실을 지적하면서는 ‘왕조의 죽음’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한국인의 유별난 잔디사랑을 탓할 것은 아니라면서도 “다만 잔디가 있어야 할 자리와 있어서는 안 될 자리는 구분해야 하지 않을까”라고 묻는다.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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