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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복지재정 효율화’ 없이는 복지국가로 못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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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어제 14개 부처 차관급 회의를 열어 ‘복지재정 효율화’ 추진을 위한 54개 실천계획을 확정했다. 지난달 1일 범정부 차원에서 복지 누수를 막기 위해 마련한 효율화 청사진을 구체화할 행동계획을 내놓은 것이다. 복지국가 건설은 시대적 과제다. 그러나 나라 곳간을 여는 것만으로 순탄히 복지국가로 나아갈 수 없다는 역사적 경험칙도 직시하지 않을 수 없다.

복지 재정은 눈먼 돈이 아니다. 국민 기억에 생생히 남아 있는 송파구 세 모녀, 인천 봉고차 모녀같이 정부 손길이 절실히 필요한 이들에게 최우선적으로 돌아가야 할 생존과 재활의 밑천이다. 이 귀중한 밑천을 축내는 ‘반칙’에는 단호히 대처해야 한다. 부정 수급만이 문제인 것도 아니다. 중복 사업, 과잉 연금처럼 복지 시스템을 위협하는 구조적 요소도 숱하다.

정부는 추경호 국무조정실장을 단장으로 하는 중앙대책단을 구성하고 4대 중점분야를 선정했다. 어제 확정·발표한 54개 실천계획은 사회보장 정보시스템의 연계정보 확대 등의 구체안을 담고 있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빈틈없는 실행으로 사회 정의가 살아 숨 쉬는 복지 시스템을 구현해야 한다. 추 국무조정실장은 어제 회의에서 “국민이 정부의 재정 효율화 노력을 ‘복지 축소’로 오해하지 않도록 각별히 유의해달라”고 당부했다. 이 또한 간과해선 안 될 문제다. 국민 다수가 의심의 눈길로 바라보게 되면 복지 재정을 눈먼 돈으로 여기는 풍조를 퇴치하는 당면과제는 지극히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중앙·지방정부가 함께 소통 노력을 기울여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올해 복지 예산은 115조7000억원이다. 지난 몇 년 동안 급속히 증가했다. 정치권은 국가적으로 큰 선거가 겹쳤던 2012년을 전후해 무책임한 복지 공약을 남발해 복지 대란의 씨앗을 뿌려 놓고도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임기 1년 의원 4명을 뽑은 최근 재보선에서 여야가 경쟁적으로 제시한 공약만 되돌아봐도 내년 총선 때 또 그 얼마나 황당한 선심 공약이 폭주할지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내년 이후의 복지 부담이 정부가 지금 계산하는 것보다 훨씬 늘어날지도 모른다. 115조원이 금세 215조원, 315조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복지 누수 방지에 최선을 다하는 것만으론 부족하다. 정부는 표밭만 바라보는 정치권을 설득하는 노력도 다해야 한다. 정치권이 밑 빠진 독을 만들어 놓으면 제 아무리 물을 부어봐야 독을 채울 방법이 없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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