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종말 맞은 가상의 미래서 예술의 역할을 묻다

입력 : 2015-04-14 20:33:02 수정 : 2015-04-14 20:45:1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5월 개막 베니스비엔날레 ‘한국관’ 전시는 미술올림픽으로 일컬어지는 베니스비엔날레가 내달 6일 프리뷰를 시작으로 대장정에 돌입한다. 오는 11월 22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주제전 성격의 국제전(본전시)과 국가관으로 나눠 진행된다. 한국관에서는 문경원, 전준호 작가의 공동작업 영상설치작품이 소개된다. 10분30초 분량의 7개 영상작품이 공간을 채우는 방식이다. 두 작가는 이를 위해 이례적으로 경기도 남양주 종합촬영소에 한국관 모형 세트장을 만들어 영상작업을 했다. 실제 같은 가상 공간을 연출하기 위해서다. 배우 임수정이 노 개런티로 출연했고, 영화사 봄의 오정완 대표가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영상 스토리는 그녀도, 그도 아닌 중성적 인물의 ‘어떤 날’의 하루다. 하루는 일생도 될 수 있고 종말을 맞는 지구의 한순간일 수도 있다. 7개의 영상은 다만 다양한 시각을 보여줄 뿐이다. 대사도 없이 오직 ‘하루’의 이미지만 흐른다. 실험실을 들여다보는 착각이 들기도 하고 미래의 인간을 보는 것 같기도 하다.

문경원 작가·전준호 작가·이숙경 커미셔너
이야기는 종말적 재앙 이후 물의 도시인 베니스를 비롯해 육지 대부분이 물속에 잠겼지만, 90여 국가관 중 비교적 높은 지형에 있는 한국관이 인류 문명의 마지막 보루로 부표처럼 떠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노아의 방주 같은 모습이다.

한국관 커미셔너를 맡은 영국 테이트 미술관 큐레이터 이숙경씨는 “이 시대 미술이 우리 사회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기 위해 극한 상황을 설정했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미래의 특정 상황을 통해 오늘을 통찰해 보자는 것이다. 그렇다고 답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질문이 있을 뿐이다. 관람객 각자에게 답을 돌리고 있다. 전시작 제목 ‘축지법과 비행술’은 그런 점에서 많은 것을 암시하고 있다.

축지법은 도가의 술법으로 같은 거리를 빠르게 이동할 수 있게 해준다는 도법이다. 비행술은 중력을 거슬러 새처럼 날 수 있는 능력이다. 이 개념들은 상상력을 통해 물리적, 인지적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인간의 내재적 열망을 내포하고 있다.

두 작가에게 예술이란 다소 비현실적이고 황당하게 보일 수 있는 축지법과 비행술의 개념과 같이 힘들지만 상상하고, 꿈꾸고, 경탄하며, 한계를 극복하게끔 하는 인간 욕망을 드러내는 일이다.

불확신과 불안정이 팽배하는 시대에 ‘예술이 가질 수 있는 진정한 역할과 의미’를 지속적으로 탐구해가고 있는 것이다. 현재의 가치와 정의가 지속 불가능할 수도 있는 가상의 미래를 그려냄으로써 보다 본질적인 차원으로까지 예술을 밀고 가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인간사도 예술도 극단의 경지에서 새로운 차원이 시작되게 마련이다.

두 작가는 메일을 주고받으며 아이디어를 공유했다. 현대미술의 사회적 기능에 질문을 던지고 반성과 성찰의 기회를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숙경 커미셔너와 전준호, 문경원 작가는 모두 1969년생 동갑내기들이다.

문경원·전준호의 ‘축지법과 비행술’(HD 영상설치, 10분 30초). 극한의 상황에서 예술의 궁극적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작품이다.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의상은 패션 디자이너 정구호씨가 디자인했다. 전시 개막과 함께 출간될 도록에는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 협업과정이 실릴 예정이다. 현대미술의 큰 추세는 협업과 사회적 관계성(역할)에 있다. 미술도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배경에서 배태되고 작동된다는 관점의 반영이다. 나이지리아 출신 오쿠이 엔위저 총감독 기획으로 선보일 올해 베니스 비엔날레 본전시의 주제 ‘모든 세계의 미래’(All the World’s Futures)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 작가로는 6년 만에 김아영, 남화연, 임흥순 등이 본전시에 초청됐다. 

베니스비엔날레는 본전시, 국가관 전시와 별도로 주변에서 열리는 병행전시와 기타전시도 볼거리다. 비엔날레 조직위원회가 인정한 전시들이다. 병행전시로는 벨기에 보고시안재단이 주최하고 한국 국제갤러리가 주관하는 ‘한국 단색화’ 전이 대표적이다. 박서보, 정상화, 하종현, 이우환, 정창섭 작가의 작품이 출품된다. 이 밖에도 다양한 병행전시에 한국 작가들이 참여한다. 이매리 작가는 상하이 히말라야 뮤지엄이 주관하는 전시에 참여하고 22개국 40명의 작품을 소개하는 나인드래곤헤즈의 전시에는 한국 작가 10여 명이 포함됐다.

‘베니스, 이상과 현실사이’를 주제로 한 기타전시에는 장지아 등 6명의 한국 작가들이 초청됐다. ‘개인적인 구축물’을 주제로 한 또 다른 기타전시에는 이이남 한호 박기웅 작가가 참여한다. 베니스비엔날레가 한국 미술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기회가 되고 있는 셈이다.

편완식 미술전문기자 wansik@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이지은 '너무 아름다워'
  • 이지은 '너무 아름다워'
  • 이유미 '사랑스러운 미소'
  • 있지 유나 '여신의 손하트'
  • 전소민 '해맑은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