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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절하지만 인간적인 러시아 감성에 젖다

입력 : 2015-04-12 22:38:21 수정 : 2015-04-12 22:4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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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23일 금호아트홀서 연주회 여는 피아니스트 김태형 “러시아에서 느낀 건 인간적으로 따뜻한 사람들이 많다는 거예요. 러시아 음악 역시 듣고 있으면 몸이 당겨져요. 인간적으로 솔직하니까요.”

피아니스트 김태형(30·사진)이 두 번에 걸쳐 러시아 음악을 들려준다. 서울 종로구 금호아트홀에서 16일 독주회, 23일 가온 트리오 연주회를 갖는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기획한 ‘러시아 시리즈’ 중 하나다. 김태형은 러시아 음악을 이해하려고 2011년부터 2년간 모스크바에 머물렀다. 이번 연주회에 궁금증이 이는 이유다.

유학 중인 독일에서 전화로 만난 그는 “독일 음악은 내가 들을 준비가 된 상태에서 음악을 공유한다면, 러시아 음악은 누군가 힘들게 노래하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귀 기울이게 되고, 어느덧 내 슬픔이 동화돼 희석되는 것 같다”며 “조금 더 인간적인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가 러시아행을 고려한 건 독일 뮌헨국립음대에서 만난 스승 엘리소 비르살라체 때문이었다. 세계적 피아니스트인 비르살라체는 차이콥스키 음악원 교수를 겸임하고 있었다. 2010년 봄 그는 스승으로부터 ‘너도 모스크바를 봤으면 좋겠다’는 말을 들었다. 언어가 다르고 물가도 비싼 도시로 덜컥 유학을 결정할 수는 없었다. 몇 달을 고민했다.

“피아노 연주자로서 풀리지 않았던 게, 내가 보지도 못한 러시아의 음악을 이리 자주 접하는데 진짜 러시아는 어떨까 하는 점이었어요. 러시아 작곡가들이 뭘 보고 느꼈나 궁금했죠.”

막상 가보니 모스크바 생활은 쉽지 않았다. 머릿속이 복잡했고 연주활동도 바빴다. 장이 익어가듯, 동토를 떠나온 지금에야 그는 자신의 몸에 밴 모스크바의 공기를 체감하고 있다.

“러시아 음악을 치면 친구들이 ‘뭔가 바뀌었다, 색채가 많아졌다’고 해요. 저 스스로도 곡에서 연상되는 색채나 장면이 다양해졌어요. 한번은 바이올리니스트가 쇼스타코비치 피아노삼중주 2번 시작부를 어떤 분위기로 해야 하느냐고 물어왔어요. 굉장히 어둡고 슬픈 분위기인데, 말로 규정하기는 힘든 느낌이죠. 악보를 보고 있으려니 직감적으로 ‘이거 그냥 러시아인데’ 싶었어요.”

이번 공연은 연주곡이 흥미롭다. 국내에서 자주 듣기 힘든 소품을 많이 넣고, 감정 흐름을 중시했다. 16일 독주회 1부에서는 라흐마니노프 전주곡, 6개의 악흥의 순간, 회화적 에튀드, 2부에서는 스크리아빈의 시곡, 소나타 4번, 24개의 전주곡, 에튀드 등을 들려준다.

그는 “1부는 내 노래를 함께 듣는 느낌, 2부는 아름답고 색채감 짙은 스크리아빈의 매력에 동화되는 느낌으로 짰다”고 말했다. 가온 트리오와는 쇼스타코비치 피아노삼중주 1·2번, 아렌스키 피아노삼중주 1번을 선보인다. 

피아니스트 김태형은 “곡을 연주할 때 연주자가 보이는 건 좋아하지 않는다”며 “작곡가의 음악이 들리면서 동시에 그 연주자가 나름대로 소화한 음악을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제공=수이제너리스
가온 트리오는 뮌헨국립음대에서 만난 바이올리니스트 이지혜, 첼리스트 헨드릭 블루멘로트와 만든 삼중주단이다.

그는 “쇼스타코비치 삼중주 2번에는 서늘한 카리스마가 잘 녹아 있다”며 “모스크바에서 자주 느낀, 마음이 적적하고 아프다못해 표정마저 잃어버린 어두움이 배어있는 곡 같다”고 말했다.

김태형은 현재 독일 뮌헨국립음대에서 실내악 과정을 배우고 있다.

다섯 살 때 피아노를 시작한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뮌헨국립음대 최고연주자과정, 차이콥스키 음악원을 거쳐 다시 뮌헨에서 성악가곡반주 최고연주자과정을 졸업했다.

올 6월이면 실내악 과정을 마치고 학생 신분을 벗어난다. 하마마쓰·롱티보·인터라켄 콩쿠르에서 입상하고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5위에 올랐다. 일본, 벨기에, 이탈리아, 독일 등 여러 무대에도 서왔다.

이색적이게도 그는 다른 음악 장르에 활짝 열려 있다. 요즘은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내려온 페르시아 음악과 그루지야, 아르메니아 전통 음악을 즐겨 듣는다. 스페인 음악, 보사노바, 재즈, 포르투갈 민속음악도 좋아한다.

“민속음악이면 가리지 않고 다 들어요. 몇 년 유행하다 끝날 음악이 아니라 그 나라 국민성을 잘 보여주잖아요. 순식간에 만들어져 껍데기만 있는 음악이 아니에요.”

경력에 큰 도움이 안 될 텐데 어린이 음악회에 대한 관심도 크다. 지난해에는 충북 진천의 한 초등학교에서 하우스 콘서트를 가졌다. 전교생이 40명도 안 됐다. 그는 “꿈 많고 거리낌 없는 아이들에게 클래식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다”며 “학교 대강당이든, 업라이트 피아노든 상관 없었다”고 밝혔다.

“티없이 맑은 아이들 앞에서 연주하면 어떨까 했는데 피드백이 달랐어요. 제가 왜 음악을 하는지 좀더 알게 됐죠. 저는 음악과 청중을 연결하는 다리예요. 연주할 때 항상 깨어있어야 함을 다시금 느꼈어요. 기회가 되면 또 하고 싶어요.”

앞으로 그의 소망 역시 “음악을 대하는 뜨거운 불씨가 안 꺼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는 “음악에 관련된 어떤 활동을 하든 뜨겁게 타오르는 마음을 간직하고 싶다”며 “연주자로서의 삶이 일상화된 나머지 마음을 담지 않은 연주는 듣고 나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고 말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사진제공=수이제너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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