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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예처럼 일하고 열정 페이”… 결국 빈털터리 귀국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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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3-29 19:04:55 수정 : 2015-03-30 13:5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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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해외취업 허와 실] ‘미래 보장 안되는 고생’… 청년들 외면
정부는 해외 일자리를 발굴해 해마다 청년 1만명을 해외로 보내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청년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과거 사례를 보면 해외까지 가서 ‘열정 페이’(열정을 구실로 무급이나 저임금으로 취업준비생의 노동을 착취하는 것)를 강요당하거나, 그렇게 ‘사서 한 고생’이 미래를 보장해 주지도 않기 때문이다.

연수기관들은 지원금이 언제 끊길지 모르니 취업률 채우기에 급급하고, 취업준비생들은 해외에 나가 문제가 생겨도 도움을 청할 곳 없이 고립돼 있다가 빈털터리로 돌아오기 일쑤다. 또 수개월간 연수를 받고도 비자가 나오지 않아 공항 근처에도 못 가보거나, 워킹홀리데이나 관광비자 등으로 나갔다가 잘해야 스펙만 쌓고 오는 것이 대한민국 해외 취업의 실상이다.

◆부실한 관리가 취업률 떨어뜨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취업 연수·알선 기관들도 부침을 거듭했다. 2007년 58개였던 해외취업 연수기관은 2010년 144개까지 늘었다가 지난해 66개로 급감했다. 정부는 “양보다 질에 집중하기 위해 연수기관을 선별했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연수기관의 잦은 부침은 영세 업체 난립과 부실 연수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사업연속성이 떨어지다 보니 연수기관으로 선정된다 하더라도 모집 정원을 절반도 채우지 못하는 업체가 수두룩하다. 29일 세계일보가 지난해 K-MOVE(무브) 단기 연수기관으로 선정된 25개 업체를 분석한 결과 76%(19개)가 산업인력공단으로부터 승인받은 인원을 다 채우지 못했다. 일본에 정보기술(IT)인력을 보내는 A사 김모 부장은 “대부분 소규모 업체이다 보니 홍보하는 데 한계가 있고 학생들도 정보가 없어 지원을 못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연수업체 관계자는 “인원을 적정 수준까지 못 채우면 연수 기관은 운영비가 적어지니 교육과정이 부실해질 수밖에 없고, 그러면 다시 모집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8월 말 현재 K-무브스쿨 예산은 74억원 중 24억원만 집행됐다.

올해부터 K-무브스쿨로 통합된 ‘GE4U’ 등 해외연수프로그램은 연수기간의 절반 이상을 국내에서 보내 해외연수라고 부르기도 민망할 정도다. 막상 해외에서 연수를 진행하거나 취업을 알선하더라도 사후관리가 제대로 안 되는 실정이다. 현지 일자리 발굴과 취업자 사후관리를 담당하는 K-무브센터는 코트라 해외사무소에서 위탁경영하고 있지만 미국, 일본, 중국, 독일, 베트남, 아랍에미리트연합, 인도네시아 7개국에 불과하다.

해외 일자리가 현지 기업이 아닌 국내 회사의 해외지점이거나 한상기업인 것도 본래 취지에서 벗어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 해외취업자 중 현지 외국기업 진출자는 37.2%에 불과하다. 해외취업 알선기관 대표 유모씨는 “해외 인턴의 대부분은 한상기업으로 가는데 일부 기업이 노예 수준으로 일을 시킨다”면서 “저임금으로 3∼6개월 단위로 쓰고 또다시 인턴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들이 해외인턴을 인건비 절감 수단으로 악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학생은 “노동착취” 기관은 “인내심 부족”

해외 취업률이 낮은 이유 중 하나는 연수과정이나 취업 후에 중도 포기하는 청년들이 많기 때문이다. 대학이나 민간 연수기관에서는 “학생들이 의지가 부족하다”고 탓하고, 청년들은 “해외에서도 열정 페이를 강요당했다”고 분통을 터뜨린다.

싱가포르 호텔 및 조리과정 연수기관인 D사 관계자는 “호텔의 경우 영어를 못하면 고객 응대를 할 수 없으니 주방이나 벨보이부터 시킬 수밖에 없고 업종 특성상 국내에서도 마찬가지 상황”이라며 “대학생들이 사회경험이 없는 데다 해외에서 말까지 안 통하니 더 못 견디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전문대 관계자는 “외식업은 한국에서도 힘든 업종이지만, 전문대 나와서 국내 좋은 호텔에 들어가기 힘드니 학생들에게 해외에 나가서 최소 1년은 버텨야 경력을 인정받는다고 강조한다”며 “하지만 학생들이 조금 힘들면 중간에 들어오려 하고, 부모님들이 먼저 ‘힘들면 당장 들어오라’고 하는 경우도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반면 청년들은 취업률 올리기에 급급한 대학(연수기관)과 인건비를 아끼려는 회사에 이용만 당했다고 토로한다. 정부 지원 해외인턴 프로그램을 통해 싱가포르 호텔에서 일했던 강모(24)씨는 “학교에서는 취업률 80%를 달성해야 계속 지원금을 받을 수 있으니 무조건 가라 해놓고 사후 관리를 거의 안 해준다”면서 “끼니조차 해결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을 견디다가 그만두려고 했더니 회사에서는 항공료 물어내라 하고, 교수님께는 혼나기까지 했다”고 울분을 토했다.

산업인력공단 관계자는 “연수 운영기관과 청년들의 눈높이나 인식 차가 너무 큰 것이 문제”라며 “단기 연수의 경우 교육기간이 짧으니 좋은 회사에 취업하기 어려운 구조적 문제도 있다”고 말했다.

김수미·오현태 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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