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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포럼] 카터의 빗나간 ‘북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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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5-01-07 21:05:43 수정 : 2015-01-07 23:4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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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인권 불간섭” 역설, 이석기 구명 성명서
북 변호인 노릇 일관… 북 인권 개선 공헌은 노벨상 수상자 책무
인권은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을 상징하는 가치다. 카터는 인권을 무기로 독재국가들을 압박한 대통령으로 유명하다. 미국의 인권 중시 외교 전통은 그가 씨를 뿌린 결과로 봐야 한다. 그의 인권· 평화 전도사 활동은 퇴임 후 더욱 빛났다. 1994년 6월엔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 주석과 회담을 갖고 북핵문제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일조했다. 대표적 업적이다.

2002년 노벨평화상 수상은 그의 인권·평화 증진 활동에 대한 국제사회의 헌사였다. 퇴임 21년 만에 노벨상을 탄 그였지만 사실 재임 시절 국정 성적표는 낙제점이었다. 이란 미 대사관 인질구출 실패, 경기침체 장기화로 민심을 잃었다. 미 역사상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으로 꼽히기도 했다. 퇴임 전후 평가가 카터만큼 상반된 정치인도 없으리라.

김환기 논설위원
그런 카터가 비상식적이고 편협한 대북 인식 탓에 비판받고 있다. 사례가 한둘이 아니다. “북한에 인권문제가 존재하지만 우리가 직접 통치하지 않는 입장에서 간섭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카터가 2011년 4월 방북 결과를 설명하는 기자회견에서 한 말이다. 북한 인권을 문제 삼는 것은 내정간섭이라는 뜻으로 읽힌다.

내재적 접근법을 기반으로한 인권문제 해석이다. 익히 들어왔던 소리다. 종북·친북주의자들이 금과옥조처럼 써먹던 논리가 아니던가. 이게 진정 노벨평화상 수상자 입에서 나올 말인지 묻게 된다. 그의 정치역정을 보면 더욱 납득이 안 간다. 그는 1979년 박정희 전 대통령에게 인권개선을 집요하게 요구해 양국 관계를 최악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민주화 인사 100명의 명단을 제시하며 “석방하지 않으면 주한 미군을 철수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은 유명한 일화다. 동맹국의 공산화 위험보다 인권 개선을 더 중요한 가치로 여겼던 이가 바로 카터다. 그랬던 그가 인권 탄압 선진국인 북한을 두둔하는 ‘국제 변호인’ 노릇을 하고 있으니 참으로 미스터리하다. 인권은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다. 그러나 카터의 대북 인권 잣대는 이중적이고 편파적이다. 이뿐인가. 북한에 대해선 한없이 관대하지만 남한에 대해선 가혹하리만치 비판적이다. 학살자 김일성에겐 호감을 표시하는 반면 박 전 대통령에겐 유감이 많았다. 이 정도면 ‘애북주의자’로 불러도 될 듯싶다.

카터의 왜곡된 북한관은 어떻게 형성됐을까. 1994년 방북경험을 기록한 ‘북한 방문기’에서 단서를 찾을 수 있겠다. 방문기에는 그가 대동강의 유람선 등에서 김일성으로부터 융숭한 대접을 받았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특급 대우를 받고 북한이 보여주는 것만 보고 왔으니 우호적인 인식이 싹트는 것은 당연할지 모른다. 카터의 북한관이 북한 찬양 논란을 빚는 재미동포 신은미씨와 비슷한 경로를 통해 형성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미 민주당엔 그의 말에 맞장구쳐 주는 이가 거의 없다고 한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조차 재임 시절 카터가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과 개념 없이 어울리는 데 대해 분노했다고 전해진다. 문제는 카터가 ‘왕따’를 당하면서도 소신을 꺾지 않는 점이다. 최근 또 존재감을 드러냈다. 자신이 설립한 카터센터 명의로 대법원 판결을 앞둔 이석기 전 통진당 의원의 구명을 위해 성명서를 냈다.

“이 의원의 유죄 판결이 군사독재 시절인 1987년 이전 확립된 국가보안법의 규정에 기초해 내려졌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잘못된 사실 관계에 기초한 주장으로 망신만 당했다. 이 전 의원의 주요 혐의는 국보법 위반보다 형법 위반(내란죄)이란 사실을 모르고 국보법이 1991년 개정된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으니 이런 낭패도 없다.

카터의 빗나간 북한 사랑은 노벨평화상의 격을 떨어뜨린다. 북한 지도부의 인권 탄압을 단죄하기 위해 유엔이 인권결의안을 채택한 마당이다. 카터는 이제 변해야 한다. 북한 변호인 노릇하라고 노벨평화상을 준 게 아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가 할 일은 북한 편들기가 아니라 북한의 인권 개선과 민주화에 공헌하는 것임을 모른단 말인가.

김환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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