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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희씨, 2015 신춘문예 소설 '2관왕' 기염

입력 : 2015-01-01 16:13:58 수정 : 2015-01-01 16:1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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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을미년 새해 첫 아침 1일자 조간신문을 펼쳐든 독자들은 고개를 갸우뚱했을 법하다. 세계일보와 서울신문의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당선자 이름이 ‘이은희’로 똑같기 때문이다. 심지어 얼굴(사진)도 똑같다. 동명이인이 아니고 한 사람이 두 신문을 석권했다는 얘기다.

한국 10대 중앙일간지 가운데 7개 신문사가 매년 시행하는 신춘문예에서 매우 이례적으로 ‘2관왕’이 탄생했다. 서울 성동구 마장동에 사는 이은희(36)씨는 ‘선긋기’라는 작품으로 세계일보 신춘문예, 그리고 ‘1교시 언어 이해’라는 작품으로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나란히 당선됐다. 신춘문예는 ‘중복투고’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나, 이는 같은 작품을 복수의 신문사에 출품하는 행위를 막는 것일 뿐이다. 이씨처럼 제각기 다른 작품을 제각기 다른 신문사에 제출하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세계일보 신춘문예 단편소설 본심은 김화영 문학평론가와 강석경 소설가 두 명이 맡았다. 이들은 이씨의 ‘선긋기’에 대해 “순식간에 당선작을 정했을 만큼 문학적 성취도가 높았다”면서 “어린 예술가의 조용한 분투가 감동을 준다”고 호평했다.

서울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본심은 성석제 소설가와 김종회 문학평론가 두 명이 맡았다. 이들은 이씨의 ‘1교시 언어 이해’에 대해 “보편성에서 설득력이 나오고 특이함에서 변별력이 있는 서사 공간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새로운 작가의 탄생을 축하한다”고 호평했다. 한국 문단을 대표하는 원로와 중견 소설가, 그리고 평론가들이 ‘일치단결’해 이씨 손을 들어준 셈이다.

‘선긋기’는 고가도로 옆에 지은 지 30년이 넘은 오래된 아파트에 새로 이사 온 소녀가 그림으로 의미를 쌓아가는 성장기다. 소녀는 늘 리어카를 끌고 폐품을 수집하는 할머니를 위한 그림을 그리고자 한다. 소녀와 할머니의 우정은 “흰색과 검은색, 흰색의 검은 부분과 검은색의 흰 부분, 그리고 그림자의 색” 다섯 가지로 표현하기로 계획한다.

‘1교시 언어 이해’는 국어시험 문제를 출제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특이한 주인공을 다룬다. 주인공은 고지식하고 성실하지만 그렇지 않은 동료, 상사, 대표이사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직장생활을 해나간다. 오늘날의 세태, 곧 출신 대학과 직장 내의 권력관계, 성희롱과 저작권 침해 사례 같은 것을 문학적으로 적절하게 형상화한 점이 매력적이다.

1979년 서울에서 태어난 이씨는 인하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그는 세계일보에 게재한 소감에서 “당선 소식을 들은 어머니께서 ‘매순간 네가 소설을 써야만 하는 이유를 떠올리며 살아라’라는 말씀을 들려주셨다”며 “사람이 무엇인지 세상이 무엇인지 매 순간 고민하며 쓰겠다”고 다짐했다. 서울신문에 게재한 소감에선 “혹시 누가 울 줄 모른다면 글을 쓰며 내가 울고, 분노하지 않는다면 내가 화를 내야겠다고 결심할 즈음 당선 소식을 들었다”며 “온전히 독자의 것이 되는 작품을 쓰겠다”고 강조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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