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떨어지면서 가계부채 급증·해외자금 이탈 우려 ‘심화’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취임 초부터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함께 가야 한다”며 한국은행에 확장적 통화정책을 압박했다.
하지만 그로 인해 일어난 두 차례의 한은 기준금리 인하는 원했던 경제활성화를 전혀 끌어내지 못한 채 오히려 ‘가계부채 급증’, ‘해외자금 이탈 우려’ 등 부작용만 낳고 있다.
◆금리 인하 폐해 ‘심각’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는 “가계부채 급증세가 심상치 않다”며 주된 원인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및 총부채상환비율(DTI) 완화’와 함께 ‘한은 기준금리 인하’를 들었다.
한은은 올해 들어 8월과 10월 2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0.5%포인트 내렸다. 이에 따라 코픽스(신규취급액 기준)도 지난 7월 2.57%에서 11월 2.17%로 0.4%포인트 떨어지면서 가계대출 수요를 부추긴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기준금리가 내려간 8월부터 10월까지 주택담보대출이 15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특히 지난 10월 중 은행권 비은행권의 가계대출은 총 7조8000억원 늘어 월간 증가폭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와 관련, “금리 인하에는 효과와 부작용이 상존한다”며 가계부채 급증에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도 일부 있음을 인정했다.
급격하게 늘어난 가계부채는 원리금 상환부담으로 가계를 짓눌러 소비를 위축시킬 우려가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소득으로 진 빚의 원금과 이자를 갚기 힘든 가구가 22.1%에 달하며, 올해 이 비율은 더 높아질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새누리당 류성걸 국회의원은 “늘어난 가계부채가 소비를 제한하는 등 내수에 악영향을 끼치는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금리가 내려가면서 한국과 미국 등 선진국과의 금리 격차가 감소해 ‘해외자금 이탈’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11일 국고채 10년물 금리는 2.71%로 장을 마감해 전일 대비 0.06%포인트 하락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 2.17%와 비교해 0.54%포인트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과 미국 등 선진국의 금리 격차가 줄어들수록 해외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찾을 매력이 감소하게 된다”고 걱정했다.
특히 내년 들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인상할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서 해외자금 이탈이 가속화될 것이란 전망이 유력하다. 로메인 듀발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지역경제팀장은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시장금리가 급등할 경우 해외자본이 대거 유출되면서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0.98%포인트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해외자금 이탈 가능성도 고려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고 있다”며 “다만 반드시 해외자본 유출이 증가할 것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여전한 소비·투자 부진…금리 인하 효과 있나?
무엇보다 최 부총리가 “확장적인 통화정책”을 주문하면서 기대했던 소비와 투자 활성화 등의 효과는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금리 인하로 이자부담이 낮아지면 그만큼 소비가 활성화될 것”이란 예상이 있었지만, 올해 3분기 민간소비 증가율(전년동기 대비, 한은 집계)은 1.5%에 그쳤다. 2분기(1.5%)와 같고, 1분기(2.5%)보다 1%포인트 내려간 수치다.
설비투자도 3분기 증가율이 4.3%에 그쳐 전기(7.7%) 대비 3.4%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설비투자지수는 8월에 전년동월 대비 9.9%, 10월에 8.8%씩 각각 감소했다.
3분기 건설투자 증가율은 2.6%로 2분기(0.2%)보다는 올랐지만, 1분기(4.3%)에는 미치지 못했다. 건설기성액은 7~10월 내내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8월 제조업 생산은 전년동월보다 2.7% 줄었다. 9월에 2% 늘었지만, 10월 들어 다시 3.4% 감소로 전환됐다.
디플레이션 우려 역시 벗어나지 못했다. 1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동월 대비)은 1%에 불과했다. 7월의 1.6%에 비해 0.6%포인트나 내려간 수치다. 8월 1.4%, 9월 1.1%, 10월 1.2%를 나타내는 등 기준금리가 두 차례나 내려가는 동안 물가상승률은 전혀 ‘턴어라운드’를 이뤄내지 못했다.
이 때문에 경기도 좀체 상승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한은이 지난 10월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3.5%로 올해 초의 4%보다 0.5%포인트 하향조정됐다. 그나마도 이 총재는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밝혀 더 내려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김중수 전 한은 총재는 “2014년말에 GDP갭이 플러스로 돌아설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제는 내년말에라도 가능할지 의심스러운 수준이다.
이 총재는 지속적인 저성장·저물가 흐름에 대해 “정부가 경기를 살리려고 많이 노력했음에도 경기가 살아나지 못하는 것은 결국 구조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즉,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상 국민과 기업에게 아무리 저렴한 이자로 돈을 빌려줘도 경기는 회복되지 못하는 것이다.
‘초이노믹스’는 경기 부진의 원인을 잘못 짚었기에 해답도 잘못 찾아냈다. 때문에 경제활성화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채 각종 부작용만 양산하고 있다.
안재성 기자 seilen78@segye.com
<세계파이낸스>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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