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었지만 대책을 마련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수술 칼을 들이대지 않을 수 없는 것은 국가재정 도둑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들끓는 탓이다. 도둑질을 도둑질로 생각하지도 않는 것 같다. ‘먼저 챙기는 사람이 임자’라며 너도나도 부정한 방법으로 국고보조금을 받고자 한다. 국고보조금을 둘러싼 비리가 이 지경에 이른 것은 문제를 방치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비리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를 지경이다. 그 실상은 엊그제 검찰수사 결과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수사 결과 국고보조금 비리로 구속된 사람은 253명. 새 나간 돈은 무려 3119억원에 이른다. 전수조사라도 한다면 부정수급 규모는 훨씬 더 클 터다. 가짜 임차인·임대인을 세우는 수법으로 서류를 조작해 조직적으로 서민 전세자금을 타 가는가 하면,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을 가짜로 만들어 고령자 정년연장 지원금을 받고, 부풀린 허위 계약서를 만들어 축사 현대화 보조금을 빼돌렸다. 나랏돈이 이런 식으로 빠져나가서는 안 된다.
국고보조금은 올해 52조5000억원으로, 전체 국가예산의 14% 안팎에 이른다. 국고보조금 횡령·유용 사례는 보건복지, 고용, 농축산임업, 연구개발, 교통·에너지, 문화, 체육, 관광 등 많은 분야에서 수없이 적발되고 있으니 몇 조원이 도둑질당하는지 그 실체조차 알기 힘들다.
정부는 보조사업 심사를 철저히 하겠다고 했다. 도둑질하기로 마음 먹었다면 뻔드르르한 서류는 얼마든지 꾸밀 수 있다. 실제 국고보조금이 어찌 쓰였는지 조사 평가해 부정수급을 찾아내는 일이 더 중요하다. 한번 적발되면 패가망신한다는 것을 보여줄 때 도둑질을 뿌리 뽑을 수 있다.
국고보조금 관리로만 재정 도둑질을 막을 수는 없다. 방산 비리, 원전 비리에서 확인되듯 국책사업을 둘러싼 재정 도둑질은 더 심하다. 값싼 가짜 부품을 납품하고 거액을 도둑질한다. 성능시험 성적표를 조작하기까지 한다. 이렇게 빠져나가는 돈이 얼마나 되는지 집계조차 없다. 국고보조금뿐 아니라 재정을 축내는 이런 범죄도 뿌리 뽑아야 한다. ‘링컨법’으로 불리는 ‘공공재정 허위·부정청구 등 방지법’을 서둘러 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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