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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만 구함"… '색안경' 낀 어학원

입력 : 2014-12-03 19:45:34 수정 : 2014-12-04 03:3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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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력보다 백인 선호
구인공고에 ‘백인만 가능’
이민 2세대·흑인 등 분통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재미교포 진모(32·여)씨는 지난 7월 취업비자로 한국에 왔다. 영어 강사로 일하며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배우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는 백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고급반 수업을 맡기지 않는 어학원의 결정을 듣고는 어이가 없었다. 진씨는 “학원은 수업 경력이나 강사의 학력수준에 앞서 ‘백인’인지를 먼저 물었다”며 “이민 2세대들은 ‘동양인 외모’ 때문에 보수를 더 많이 받는 고급반 수업을 맡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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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외국인들을 위한 한국 일자리가 공고되는 A사이트를 확인한 결과 많은 공고에 인종차별적인 문구가 게시돼 있었다. 특히 학원 영어강사 구인란에는 ‘백인 구함’, ‘백인만 가능’ 등의 단서조항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었다. 학원에 실제로 전화를 걸어 문의하자 “교포나 흑인은 안 된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학원 측에서는 “고객의 바람에 맞춰 백인을 고용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한 원어민 강사 채용 알선업체 관계자는 “유색인종이라고 강사 자리를 전혀 구할 수 없는 건 아니지만 기회가 백인에 비해 제한적인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강남 지역 학원에서는 흑인 강사를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어학원 관계자는 “학생들이 백인을 선호하기 때문에 ‘고객의 입맛에 맞춰’ 채용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강생들에게 영어 원어민 강사라고 하면 백인을 떠올리지 흑인 강사는 상상도 못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학원 수강생인 신지애(24·여)씨는 “흑인이 외모가 익숙하지 않아서인지 무서울 때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흑인 강사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흑인이란 이유로 한 중학교에서 취업을 거부당한 미국인 강사 션 존스의 사연이 알려져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사진 = 더스트림 홈페이지 캡처
사설 학원뿐 아니라 일부 학교에서도 원어민 교사 채용 때 인종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 재직하는 양모(29·여) 교사는 “흑인 교사를 채용했지만 아이들이 무서워해 교사에게 잘 다가서지 않았다”며 “일부 학생들이 인종차별적인 농담을 던지기도 해서 교사가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제6조는 국적이나 신앙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는 이미 고용된 외국인에게만 해당한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고용된 외국인 근로자에 대해서는 이들을 보호할 법이 마련돼 있지만 외국인 강사와 같은 전문인력과 관련한 인종차별에 대해서는 처벌이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고려대 사회학과 윤인진 교수는 “한국 사람은 인종에 대한 서열 의식과 출신국의 사회·경제 발전 정도에 따라 외국인을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며 “선진국 출신의 외국인은 우대하는 반면에 개발도상국가나 후진국 출신의 외국인은 멸시한다”고 비판했다.

정선형 기자 linea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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