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권력이 된 교회… 등 돌리는 신자들

입력 : 2014-11-07 20:24:34 수정 : 2014-11-07 20:24:34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압축성장 배경엔 권력과의 밀애
이미지 추락, 교세 하락 이어져
백중현 지음/인물과 사상사/1만5000원
대통령과 종교/백중현 지음/인물과 사상사/1만5000원


정원식, 이종찬, 임채정, 이경숙, 김용준.

김영삼정부부터 박근혜정부까지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을 맡았던 인물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독실한 개신교인이다. 한국의 지도층, 특히 정치권력에 얼마나 많은 개신교인들이 포진해 있는지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10만명에 육박하는 종사자(목사)와 수백만명의 추종자(신도)들이 적어도 매주 한 차례씩 일정한 장소(교회)에 모여 학습(설교)하고 교류하는 조직이 한국에 또 어디 있는가. 더구나 그 학습 내용은 사람을 변화시키는 신념과 믿음에 관한 것이고, 그것도 수십년간 꾸준히 해왔다. 이같이 막강한 세력을 지닌 개신교는 한국현대사의 고비고비마다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신간 ‘대통령과 종교’는 이승만부터 박근혜까지 대통령의 종교성향과 재임 기간 있었던 종교적 사건 등을 통해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국가권력과 종교가 어떻게 관계를 맺어 왔는지 살펴본다. 불교나 천주교도 언급되지만, 이 책을 관통하는 일관된 주제는 개신교의 정치화, 권력화 과정이다. 기독교방송(CBS) 인터넷 기자를 거쳐 현재 CBSi 노컷뉴스 본부장인 저자는 “굴곡진 한국현대사가 만들어낸 권력과 종교의 유착은 서양종교인 개신교를 130년 만에 권력의 최정점에 세우는 위력을 발휘했다”고 설명한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에서 개신교는 축복받은 종교다. 잘 맞아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한국 현대사의 변화시기마다 개신교에 도약의 발판이 마련됐다. 미 군정, 6·25전쟁 등 6번의 기회와 함께 개신교 압축 성장의 배경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게 권력과의 유착이다.

1948년 5월31일 제헌국회 개회 당시 이승만은 하나님에 대한 기도로 역사적인 첫 회의를 시작했다. 1948년 5월9일로 예정됐던 첫 국회의원 선거가 ‘주일(일요일)’이라는 이유로 다음 날로 연기한 이승만 정부는 군대에서 개신교 선교를 가능케 한 ‘군종제도’까지 시행한다.

군사독재 정권의 등장은 개신교의 권력화를 가속화시켰다. 정권 기반이 취약했던 군사독재 정권은 반공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수 밖에 없었고, 미국의 지지도 절실했다. 반공과 친미를 대표하는 집단이 바로 개신교였다. 이에 개신교는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군사정권과 돈독한 유대관계를 형성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추구해 나갈 수 있었다.

개신교는 막강해진 영향력을 토대로 정치권력과 대립하기도 했다. 김대중, 노무현 정부 등 진보정권이 들어서자 보수세력을 이끌며 대정부 투쟁을 주도한 개신교는 17대 대선에서 ‘이명박 장로’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총력전을 펼쳤다. 이들은 이명박 당선을 기원하는 특별기도회를 개최하고, 이명박의 각종 비리 의혹이 터질 때마다 노골적으로 변론했다. 종교가 없는 박근혜 대통령 집권 후에도 ‘개신교인 중용 현상’은 두드러졌다.

굴곡진 한국현대사를 거치며 정치권력과의 유착을 통해 성장을 거듭해 온 개신교는 이제 권력을 창출할 수 있는 강력한 세력이 되었다고 이 책은 진단한다. 사진은 재임 시절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기도를 드리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
세계일보 자료사진.
저자가 개신교의 긍정적인 역할을 간과하는 것은 아니다. 반독재 민주화투쟁과 인권운동을 높이 평가한다. 그러나 지금 개신교는 한국사회에서 권력화된 이익집단으로 내몰리고 있다는 게 저자의 진단이다. 개신교의 이미지 추락은 2005년부터 교세 하락으로 이어졌고, 2010년 들어서는 일부 교회의 파산을 우려할 지경에 이르렀다.

종교와 정치. 한국 사회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러나 워낙 민감하고 은밀한 사안이어서 양자의 유착관계가 제대로 파헤쳐진 적은 없었다. 이 책이 전하는 이야기도 빙산의 일부에 불과할 것이다. 저자가 결어에 “이 책을 계기로 종교와 권력에 대한 활발한 논의가 시작되었으면 한다”고 적은 것도 이 때문일 것이다.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