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검사결과 나올 때까지 당분간 그대로
신제윤 위원장 "초기에는 강한 정책추진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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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신제윤 금융위원장(가운데)이 기술금융 우수지점으로 선정된 경기도 시흥시 스마트허브에 위치한 중소기업은행 서시화지점을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고 기술금융 업무에 관한 애로사항을 듣는 모습. 사진=금융위원회 |
지난 6월30일 국내은행 18곳과 기술신용보증기금 및 한국정책금융공사는 ‘기술금융 활성화를 위한 기술신용정보 활용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기술신용평가에 따른 대출을 개시했다. 그러나 만 4개월을 채운 시점에서 갑자기 터진 ‘모뉴엘 사태’로 제도 수정이 불가피해졌다.
29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가전업체 ‘모뉴엘’이 지난 20일 수원지방법원에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기술금융 제도 전반에 대한 개선 요구가 정치권을 중심으로 거세게 일고 있다.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올해 국정감사 마지막 일정인 종합감사에서는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KDB산업은행·IBK기업은행을 소관하는 정무위원회와 한국수출입은행을 담당하는 기획재정위원회를 중심으로 ‘모뉴엘 사태’ 책임소재 공방이 벌어졌다.
양쪽 위원회 모두 모뉴엘에 부실대출이 이뤄졌다며 금융당국의 감독책임을 따져 물었고 국책은행에 대해서는 여신심사가 허술했다는 질책이 이어졌다. 이에 금융당국과 국책은행은 기술금융 제도 보완을 약속했다.
앞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 참석해 “금감원의 검사결과가 나오는 대로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 등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일단 금융당국은 금감원 검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당분간 기술금융에 변화를 주지 않을 방침이다. 본격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선에 혼선을 주기보다는 정상 궤도에 올라 안착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다.
현재 검찰은 지난주 법정관리를 신청한 중견기업 모뉴엘의 박홍석 대표(52)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상황이다. 검찰은 박 대표가 미국과 홍콩 등 모뉴엘의 해외지사에서 수출대금 액수를 수백억원 부풀려 서류를 꾸며낸 것으로 보고 있다. 금감원은 이 과정에서 물품이 제대로 갔는지, 선적 관련 서류가 조작됐는지 여부를 검사하고 있다.
신 위원장은 “그동안 창조금융 실천계획을 추진해온 결과, 기술금융 분야에서 목표치를 달성하고 신규대출이 증대되는 등 뚜렷한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일부 우려에도 낡은 관행을 바로잡기 위해 초기에는 일정수준에 도달하기 위한 강한 정책추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금융위는 금융혁신위원회 제3차 회의를 열고 ‘은행 혁신성 평가 및 행정지도 상시 관리시스템 구축 방안’을 발표했다. 모뉴엘 사태 이후 제도 수정이 어떻게 해서든지 이뤄져야 하는 분위기가 있어 기술금융과 관련해 금융당국이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졌다.
이번 대안에 의하면 은행에 대한 ‘혁신성 평가’가 마련돼 당장 올해 하반기 실적부터 반영된다. 평가는 ▲기술금융 확산(40점) ▲보수적 관행 개선(50점) ▲사회적 책임 이행(10점)으로 구분되며 반기별 평가를 원칙으로 매년 2월과 8월 결과를 공개한다.
은행 평가에 기술금융 배점을 총점의 40%나 배정함으로써 기술금융 제도 자체에 대한 전면 수정보다는 보완 쪽에 무게를 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금융위는 평가 우수 은행에 대해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주택신용보증기금의 출연요율을 차등화하고, 온렌딩 신용위험 분담한도를 50%에서 70%까지 확대하는 등 정책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금융위의 이 같은 결정에는 감사원 감사결과도 일부 영향을 미쳤다. 감사원은 지난 6월 수출입은행의 수출팩터링에 대해 “대기업 위주로 운용하고 지점의 중소기업 지원 노력이 부족해 중소기업 취급 실적이 축소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수출팩터링은 수출입은행이 수입자와 수출업자 간의 외상매출채권을 매입한 뒤 만기일에 수입자로부터 대금을 회수해, 수출기업의 대금 회수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하는 정책금융이다.
수출입은행은 지난 2010년부터 2012년까지 국내 대기업 5곳으로부터는 1조1031억원의 수출채권을 매입한 반면, 같은 수입자에게 수출한 중소기업의 수출채권은 매입하지 않는 등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비중이 오히려 줄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무역보험공사도 지난해 감사원으로부터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하고 있는 무역보험 지원 대책의 실효성이 낮다는 지적을 받았다. 무역보험공사가 지난 2006년 이후 출시한 12개 상품 가운데 중소기업 전용 상품은 1개뿐이고, 단기수출보험의 경우 매출액 1000억원 이상의 기업만이 이용할 수 있었다.
지난 2011년 무역보험공사가 내놓은 금융상품의 경우에는 대기업 지원 상품이 88조3000억원 규모인 데 반해 중소기업 지원 상품은 8000억원 정도로 지원 실적의 90%가 대기업에 편중됐다.
이처럼 수출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금융을 비롯한 정책금융이 금융공기업에서조차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 실상을 감안, 금융당국은 기술금융을 흔들림 없이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고위관계자는 “초창기에는 제도 운영 및 관리를 철저히 하고 은행들 간 정보공유를 강화하는 등 시스템에 대한 보완은 원래 있어야 하나, 기술금융을 ‘눈 먼 돈’이라는 선입견은 되레 경기침체와 환율로 곤경에 처한 수출 중소기업을 더 힘들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일경 기자 ikpark@segye.com
<세계파이낸스>세계파이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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