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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보면 화가 나요"…산후우울증 급증

입력 : 2014-10-27 19:28:14 수정 : 2014-10-27 23: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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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료 여성 5년 새 연평균 14.4%↑, 정신과 질환 중 가장 높은 증가세
‘통과의례’ 치부… 방치하기 일쑤
보건당국은 실태조사조차 안 해
“예쁘고 사랑스럽게만 보여야 할 아이가 귀찮게 느껴져요. 모유수유를 하고 있지만 문득 짜증과 화가 치밀어 걱정입니다. 어떡하죠?”

출산과 육아를 이야기하는 엄마들의 모임에 A씨가 글을 올리자 “그 마음 알 만하다” “용기를 내라” “병원에 가봐라”는 등의 회원들의 조언이 이어졌다. 그러나 A씨는 “병원을 갈 용기가 나지 않는다”며 마음을 다잡겠다는 말을 끝으로 퇴장했다.

A씨처럼 출산 전후에 겪는 ‘산후우울증’이 최근 5년 새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당국은 아직 관련 실태조사조차 하지 못한 실정이다.

많은 산모가 산후우울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육아와 모성에 대한 가족들의 관심과 배려가 있어야 이를 극복하고 건강한 가정을 만들 수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27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산후우울증(F53코드 기준)으로 진료받은 여성은 2009년 125명 이후 연평균 14.4%가 증가해 지난해 214명에 이른다. 정신과 질환 가운데 가장 높은 증가세다. 우울증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정신행동장애 등 다른 정신과 질병의 같은 기간 연평균 증가율이 2∼4%대에 그치는 점을 감안하면 심각한 수준이다.

산후우울증의 특성상 환자들은 아이와 함께 단둘이 시간을 보내는 경우가 많아 방치했다가는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다. 지난 3월 서울 도봉구에서는 생후 5개월 된 딸을 살해한 혐의로 B(35·여)씨가 경찰에 붙잡혔다. B씨는 남편이 출근한 뒤 혼자 술을 마시다 잠든 딸의 얼굴을 베개로 눌러 질식사하게 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B씨가 평소 산후우울증으로 치료를 받아왔다고 밝혔다.

2010년 국내 한 병원이 산모 2790명을 대상으로 출산 4주째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341명(12.2%)이 산후우울증 증세를 보였다. 여러 연구를 종합하면 국내 산모의 10∼15%가 중증 산후우울증에 시달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산후우울증에 빠지면 아이와 자신의 미래에 대해 지나치게 불안해하거나 아이를 해치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이 증상은 보통 출산 후 4∼6주에 많이 나타나며 길게는 산후 1년까지 지속된다.

이명수 서울시정신건강증진센터장(정신과 전문의)은 “산모들은 으레 겪는 일로 치부해 병원을 잘 찾지 않다 보니 실제 환자는 통계 수치보다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산후에는 약물처방보다는 상담·심리치료를 위주로 하기 때문에 증상이 있는 환자는 병원을 빨리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

상황은 이처럼 심각하지만 정부는 아직 실태조사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한 관계자는 “산후우울증 정의 자체가 명확하지 않다 보니 지금까지는 5년 주기의 정신건강 실태조사 대상에서 빠져 있었다”며 “2016년 조사에서는 산후우울증도 대상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조병욱 기자 bright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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