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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이원화된 인증제도 외면… 한 치 앞 못 내다보고 개발

입력 : 2014-10-27 06:00:00 수정 : 2014-10-2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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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용은 방위사업청서만 인증… 민용 전담 국토부, 설계 미참여
“성능 위주 개발 문제 많을 수도, 안전성 우선… 인증 방법 없다”
1조3000억원을 들여 국책사업으로 개발한 우리나라 최초의 국가 헬기 ‘수리온’이 산림청 등에서 관용기로 사용될 수 없는 현실은 이원화된 법과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한 어수룩한 개발 과정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불가능한 수리온은 대외 신인도를 높이고 수출을 활성화하는 데 심각한 문제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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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활용 예상 못한 폐쇄적 개발

26일 현재의 항공기 성능 인증인 감항인증제도에 따르면 경찰청과 해양경찰청 헬기는 군용항공기 감항인증법에 따라 방위사업청이 인증한다. 반면 소방방재청, 산림청 등 다른 국가기관 헬기는 항공법상 국토교통부에서 인증을 받아야 한다.

문제는 이 항공법상 인증을 수리온이 받을 방법이 현재로서는 거의 없다는 데 있다. 감항인증에 필요한 ‘형식증명’ 발행을 위해서는 국토부가 이미 주관 기관으로 수리온의 설계 단계부터 참여했어야 한다. 항공기 개발의 전 과정을 관리·감독 기관인 국토부가 들여다봤어야 성능과 안전성 등을 검증해 인증을 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리온은 애초 군용으로 개발됐기 때문에 민간 영역을 담당하는 국토부가 참여할 여지가 없었다. 개발할 때부터 관용 등으로 수리온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지 않은 폐쇄성이 현재의 논란을 불렀다는 얘기다.

국토부 관계자는 “군사 목적으로 개발된 항공기를 민간용이라 할 수 있는 관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여러 문제를 낳을 수 있다”며 “군용이 안전성보다는 성능 위주로 개발된 것이 대표적인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개발 초기부터 국토부가 관여를 하고 단계별로 검증해 인증을 했어야 하는데 이미 다 개발된 헬기를 인제 와서 인증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감사원에서 국토부를 포함한 인증 권한을 가진 전 부처를 대상으로 한 특별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제기됐다. 그러나 수리온의 관용기 인증이 불가능하다는 국토부 방침이 현행법상 전혀 문제가 없고, 안전 강화를 위한 정부 의지와도 맞아떨어져 별다른 지적을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헬기 산업 발목 잡는 법 개정 필요


수리온이 관용 헬기로 사용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하다. ‘특별감항증명’이다. 2010년부터 도입된 특별증명은 특정 항공기에 대해 재난·재해 등에 따른 수색·구조, 산불 진화 등 특정 목적, 특정 조건에서만 사용이 가능하도록 내주는 부분 인증이다. 경찰청 헬기도 군용항공기 감항인증법이 개정·발효된 2013년 3월 전까지 이 특별증명에 의해 개발·인도됐다.

그러나 임무 수행 시 운행 제한 등이 예상되는 이 제도에 대한 운영자의 거부감은 상당하다. 특별감항증명 때 승인받은 목적에만 이용할 수 있고 승인받은 사람만 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특별감항증명이 현재로선 유일한 방법이지만 각 기관은 활용 분야가 한정된 수리온 헬기 대신에 제한이 없는 외국산 헬기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특별감항증명은 최악의 방법”이라고 전했다.

이런 이유 등으로 한국항공우주산업진흥협회와 제작사 등은 뒤늦게 항공법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 기관인 국방부에서 인증한 수리온을, 같은 기관인 소방청·산림청에서 사용하기 위해 별도의 추가적인 인증을 받아야 하는 비효율성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해외 기종에 비해 국산 헬기 산업의 역차별을 발생시키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도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국가 기관 항공기를 항공법 적용 대상에서 아예 제외하거나 방사청 인증 항공기를 정부기관에서 사용할 때 형식인증 및 감항인증을 따로 받지 않게 해달라는 것이다. 국방부의 군용항공기 비행안전성 인증법은 항공법에 의해 형식승인을 받은 항공기를 군용에서도 그대로 인정해준다.

◆국내 활용 불가로 외국에서도 ‘찬밥’ 될 듯


업계에서 항공법 개정을 위해 내세우는 또 다른 이유는 수리온의 해외 수출 확대와 일자리 창출이다. 유로콥터 시장조사 기준에 따르면 수리온은 2022년까지 300여대 수출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해 방사청의 한국형 기동 헬기(수리온) 개발 자료집에 따르면 수리온의 개발·생산·부품조달에 따른 산업파급 효과와 일자리창출 효과는 각각 약 13조8000억원, 20만명이다.

하지만 한국 정부가 관용기로 수리온 헬기를 사용하지 않는 데 따른 신뢰성 저하는 수출 마케팅에 심각한 차질을 부를 수 있다. 외국산 헬기를 구입하려는 나라는 제조국에서 사용한 실적을 가장 객관적인 판단 근거로 활용한다. 국내 관용 헬기 시장에서 국산 헬기의 안정적인 시장진입이 수출의 전제 조건이 된다는 의미다. 선진국 역시 항공산업의 이런 특성을 고려해 자국 항공기에 대한 국가적인 지원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추세다.

헬기 산업의 활성화는 운용 기종의 유지보수 등을 위한 부품산업의 동반성장도 가능케 한다. 통상 헬기 한 대를 만들면 자동차의 10배가 넘는 20만개 정도의 부품이 들어간다. 또 항공기는 유지보수비 등 운영비가 무기체계 획득(배치)에서 폐기, 퇴역까지 들어가는 총수명주기비용(LCC)의 60%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헬기는 타산업 대비 부품 수가 많아 부품 산업 동반성장이 가능한 고부가가치 영역”이라며 “수리온 수출은 박근혜정부의 국정운용 기조인 ‘일자리 중심의 창조경제’ 실현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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