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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재앙 막기’ 금리 인하… 정치권은 손놓고 있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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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끌어내렸다. 한은은 어제 금융통화위원회를 열어 기준금리를 연 2.25%에서 2.00%로 인하했다. 지난 8월 0.25%포인트 내린 이후 두 달 만에 다시 인하한 것이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세계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2월의 2.00%와 같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낮아졌다. 침체 나락으로 빠져드는 경제상황은 그만큼 다급하다.

금리 인하는 우리 경제의 뇌관으로 지목되는 가계부채를 늘릴 소지가 있다. 정부의 부동산규제 완화 조치와 맞물려 가계대출이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불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위험을 무릅쓰고 금리를 내린 것은 경제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정부가 41조원의 부양정책을 내놨지만 경기의 불씨는 좀체 살아나지 않고 있다. 한은도 어제 올해 경제성장률을 종전 연 3.8%에서 3.5%에 낮췄다. 7월 0.2%포인트 내린 데 이어 석 달 만에 또다시 0.3%포인트 낮춘 것이다. 내년 경제성장도 먹구름에 가려 있다. 정부가 확장적 예산을 투입하더라도 성장률이 3.9%에 그칠 것이라는 게 한은 전망이다.

우리 경제 형편은 말이 아니다. 어디 하나 성한 곳이 드물다. 지난달 고용통계를 산출한 결과 실업자는 1년 새 18% 늘고, 청년 실업률은 8.5%로 뛰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와 같은 간판기업마저 맥없이 주저앉기 시작했다. 매출과 수익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세계경기 둔화와 원고·엔저의 외풍도 시시각각으로 몰려온다. 이 여파로 올 들어 지난달까지 원화로 환산한 수출액은 세계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3%나 줄었다. 내우외환이 따로 없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어제 “경제성장 모멘텀을 살리기 위해 금리를 내리는 것이 적절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이 총재의 말대로 금리 인하는 성장을 위한 하나의 추진력일 뿐이다. 그 자체가 성장이나 내수를 끌어올리지는 못한다. 자칫 돈을 풀어도 소비와 투자가 활성화되지 않는 유동성 함정에 빠질 수도 있다. 경제를 살리는 열쇠는 기업의 투자다. 11년 만에 최악인 기업 투자를 일으키지 않고서는 해답이 없다.

경기 회복을 위한 정책수단은 거의 다 동원되다시피 했다. 재정정책에 이어 한은까지 통화 공조에 나선 마당이다. 남은 과제는 정치권이 국회 서랍에 잠자는 경제 법안을 처리하는 일이다. 그래야 얼어붙은 투자심리를 녹여 투자의 물길을 열 수 있다. 정치권은 정략을 앞세운 싸움만 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서둘러야 한다. 좋은 정책도 시일을 끌면 약효를 낼 수 없다. 모두가 힘을 합쳐 경제 붕괴를 막을 둑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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