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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춘의세금이야기] 이렇게 보면 이렇고 저렇게 보면 저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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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10-14 21:13:27 수정 : 2014-10-14 21: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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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령 비현령’(耳懸鈴 鼻懸鈴)이라는 말이 있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뜻으로, 어떤 사실이 이렇게도 혹은 저렇게도 해석됨을 이르는 말이다. 원효대사의 해골 이야기는 유명하다. 잠결에 목이 말라 물을 마셨는데, 날이 새 깨어보니 잠결에 마신 물이 해골에 괸 물 이었음을 알고, 사물 자체에는 정(淨)도 부정(不淨)도 없고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에 달렸음을 깨달아 대오(大悟)했다는 이야기이다.

세상이 힘든 것이 아니라 내가 힘들게 생각하는 것이고, 내 마음이 하늘을 날아갈 듯 가벼우면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는 법이다. 시비도 없고, 더러움도 없고 깨끗함도 없다는 ‘불구부정’(不垢不淨)과 모든 것은 오로지 마음이 지어내는 것이라는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는 대부분이 아는 진리이지만 범부(凡夫)의 마음에는 분별과 차별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조세불복사건을 다루다보면 사건은 동일한데 판단 주체가 누구냐에 따라 결과가 달리 나오는 경우를 흔히 겪는다. 사법부에서 오래 근무했다는 어떤 사람이 세무상담을 받으면서 했던 말이 기억난다. “사건 하나 해결하려면 고차원 방정식을 풀어야 합니다.” 처음에는 그 말이 무슨 의미인지 몰랐다. 결국 사람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모든 공무원이 사심 없이 일하고, 내 일처럼 사건을 봐주고, 실력이 출중하다면 사건 결과에는 큰 편차도 불만도 적을 것이다.

갑은 성형외과 의사다. 그는 자신의 병원에서 얼굴 주름살 제거 수술을 하던 중 불행하게도 환자가 사망하는 의료사고가 발생했다. 한 달 동안 검찰수사를 받는 중에 그는 손해배상금을 유족을 위해 공탁했다. 그리고 세무서에는 그 금액을 소득세의 필요경비로 신고했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그러나 세무서장은 그것을 필요경비로 인정해주지 않았다. 오히려 1억5000만원을 부과했다. 세무서장의 과세근거는 소득세법 33조(필요경비불산입) 1항 15호에 의해 ‘업무에 관련하여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함으로써 지급되는 손해배상금은 필요경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규정이었다. 세무서장이 판단컨대 갑의 경우는 중과실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갑은 의문이 들었다. 검찰도 그와 같이 판단하지 않았는데 세무서장은 무슨 근거로 그렇게 판단했는지 의아했다. 그래서 소송까지 불사하면서 불복했다. 그런데 1심에서 세무서장이 승소했다. 갑에게 중과실이 있다고 봤다. 의사로서 현저히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갑은 항소했다. 2심 법원은 1심과는 달리 갑의 중과실은 아니기 때문에 과세처분은 잘못됐다고 판단했다.

갑의 경우와 같은 사건을 볼 때마다 생각나는 것이 있다. 이렇게 보면 이렇고 저렇게 보면 저렇다. 애매하면 법리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관계 판단의 문제로 돌리려 한다. 대체로 이런 경우는 판단하는 사람 마음의 표현이다. 내가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부정이 되는 거고, 긍정으로 생각하면 긍정이 되는 것이다. 남의 말을 잘 경청하고 실력이 출중해 법리 판단을 예리하게 하고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판단하면 결과가 나빠도 불만은 없을 것이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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