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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춘의세금이야기] 부자 3대 못 가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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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13 00:11:54 수정 : 2014-08-13 00:2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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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추가 지나니 새벽 공기가 차갑다. 지난주 말 산사(山寺)에서 오랜 인연의 수행자를 만났다. 28년을 참선한 분이다. 몇 시간 동안 생소했던 양자물리학의 이중 슬릿(double-slit) 실험 이야기를 나눴다. 이 중 슬릿은 전자·원자·광자 등의 작은 입자가 파동(波動)의 성질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는 실험이라고 한다. 이 실험이 주는 의미는 우리가 존재한다고 믿는 크기·모양·무게 입자가 사실은 텅 비었다는 것이다. 이 텅 빈 공간에 관찰자(observer)가 개입하면 마음·생각·의식이 더해지고 텅 빈 곳에서 돌연 알갱이가 출현하지만 마음·생각·의식이 사라지면 그 알갱이는 다시 파동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라 한다.

고시공부를 하던 시절 어느 현자(賢者)가 내 손을 잡아주면서 “보이지 않는 세계가 더 크네”라고 했던 말이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가난이 싫어 열심히 공부했고, 고시 합격을 통해 잘되고자 부단히 노력했지만 번번이 떨어지는 이유를 알지 못해 절대자에게 빌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오히려 집착이 엷어지면서 자연스럽게 공부에 몰입이 가능해졌다.

고성춘 조세전문 변호사
마음이 편해지면 정신 집중이 잘돼 머리가 시원해진다. 그러나 세속에 빠져 살다 보니 다시 물질로 돌아온다. 집착이 생기고 남이 잘돼도 진정으로 축하해주지 못하고 오히려 시기를 하며 본능에 따라 살고 있는 것이 현재의 내 모습이다. 그렇더라도 순수한 마음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정신 집중이 잘돼 몰입되면 신장의 찬기운이 올라와 심장의 뜨거운 기운을 내려가게 한다는 수승화강(水昇火降)의 원리가 있다. 머리가 시원해지는 이유이다. 만일 뜨거운 기운이 내려가지 않아 머리가 시원해지지 않으면 절실한 마음을 내면 된다고 한다. 세상에서 뭔가를 성취한 사람은 다 절실한 마음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정성과 공을 들이지 않고 이 세상에서 되는 게 없다.

그래서 부모가 자식에게 돈을 아무리 많이 물려줘도 자식에게 이러한 절실함이 없으면 다 말아먹는다고 한다. 오목렌즈로 빛을 모아 종이를 태우려고 할 때 초점을 맞추지 못하면 태우지 못한다. 초점을 모으는 게 간절함이요, 절실함이다. 자식이 간절함이 부족하면 부모는 초점을 모으지 못하는 자식에게 렌즈만 주는 격이다. 돈을 풍요롭게 쓸 줄만 아는 자식은 초점만 흐릴 뿐이다. 초점을 강하게 모으는 능력을 키워주는 부모가 지혜롭다고 한다.

내가 아는 어느 회장은 70세가 넘을 때까지 하루도 집에서 쉬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저 같으면 모은 돈을 쓰면서 살겠습니다”라고 말하자 “일을 하지 않으면 살아 있다는 느낌을 못 받아”라고 대답했다. 그는 1억, 2억원을 돈으로 보지 않을 정도로 한때는 많이 벌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그 돈을 더 많이 벌고자 사업을 확장하다가 다 말아먹어 버렸다. 지금은 신용불량자에다 고액 체납자다. 그러나 그는 호주머니에는 아직도 수백만원씩 가지고 다닌다. 강남의 100평 넘는 아파트는 이미 가짜 채권자를 만들어 저당권을 설정해놨고, 자식 명의로 재산도 미리 나눠줬다. 그런데 과연 부모 재산만을 믿고 사는 그의 자식이 물려받은 돈을 잘 지킬지 의문이다.

고성춘 조세전문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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