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결정 초미의 관심사
정부의 인하 압박에 李총재도 꿋꿋했으면 프란치스코 교황이 14일 방한한다. 가톨릭 신자만이 아니다. 수많은 국민의 시선이 그에게 쏠릴 것이다. 그는 개성이 뚜렷한 대중적 교황이다. 쏟아내는 발언이 전임들과는 확연히 다르다. “통제받지 않는 자본주의는 새로운 독재”라고 비판하고, 부자들의 성장과실이 자연스레 빈자들에게 흘러내릴 것이란 ‘낙수 효과’에 대해 “잔인하고 순진한 믿음”이라고 일갈하는 데서 세상에 대한 치열한 고민, 예리한 통찰이 느껴진다. 그의 주장은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경제석학 폴 크루그먼이나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이론과 일치한다. 이들도 자본주의 지속가능성을 위해 규제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낙수경제이론에 대해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지만 이미 오래전 신빙성을 잃었다”(스티글리츠, ‘불평등의 대가’)고 혹평한다.
그의 눈에 한국사회는 어떻게 비칠 것인가. 객실에 갇힌 승객 중 단 한 명의 목숨도 구하지 못한 세월호 참사, 멀쩡한 청춘이 맞아 죽거나 죽이거나 자살하는 군대 잔혹사, 엽기적인 여고생 피살…. 중병에 걸린 한국사회의 환부가 하루가 멀다 하고 처참한 몰골을 드러내는 현실이다. 과도한 부채와 양극화로 활력을 잃은 경제는 또 어떤가. 과적으로 복원력을 상실한 세월호의 모습 그대로다. 교황은 꿋꿋하다. “사회주의자”라는 극우세력의 색깔론에 “난 마르크스주의자가 아니며 내가 말한 내용은 모두 교회 교리에 들어 있는 것”이라고 일축한다.
같은 날 국민의 시선을 붙잡을 인사가 또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결정하는데 15개월째 동결이 될지, 15개월 만의 인하가 될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금리인하 압력은 가득 찼다. ‘초이노믹스’(최경환 경제부총리 경기부양책)의 위세가 압력을 한껏 높여놓은 터다. 박근혜정부가 막 출범한 지난해 봄과 비슷하다. 금리인하의 이유도 거의 같을 것이다. ‘정부와의 정책공조’, ‘경제주체들의 심리 개선’이라는 추상적 이유가 똑같이 등장할 것이다. 그것 말고는 그때나 지금이나 금리를 인하해야 하는, 논리적 이유를 찾기 어렵다. 세월호 여파로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4.0%에서 3.8%로 0.2%포인트 낮췄을 뿐이다. 잠재성장률에 부합하는 성장세는 유지되고 있는 것인데, 이런 마당에 금리인하 논리는 취약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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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류순열 선임기자 |
한은은 중장기 시계에서 독립적으로 통화정책을 펴는 국가기관이다. 이에 비해 정치권력은 늘 단기 성과에 집착한다. 먼 훗날 나타날 성과와 위험엔 관심이 없다. LTV(주택담보가격 대비 대출비율), DTI(소득 대비 부채상환비율) 규제라는 ‘평형수’도 더 빼내고 금리인하라는 ‘과적’까지 요구할 수 있는 건 그래서다. 그러면 당장은 내달리겠지만 복원력은 떨어질 것이다. “제3금융위기로의 초대장”(김태동 교수)이라는 경고가 나오는 이유다.
그날의 또 다른 주인공처럼 이 총재도 꿋꿋했으면 좋겠다. 부화뇌동이 되지 않으려면 금리를 내릴지언정 우려되는 부정적 효과에 대해서도 입장과 대책을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2016년 총선 전 정치판에 복귀할 테지만 이 총재 임기는 다음 정권이 들어선 2018년 3월까지다.
류순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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