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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춘의세금이야기] 회장의 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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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8-05 22:42:39 수정 : 2014-08-05 22:4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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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요행이 아님이 없다’고 한다. 횡액(橫厄)을 면하는 것도 요행이요, 하루를 살아도 요행이라고 한다. 10만명의 신도를 자랑하는 모 종교집단의 교주도 뜻밖에 허망하게 죽었다. 그는 목사라는 호칭보다는 기업체 회장이라는 호칭을 선호했다고 한다. 그런 말을 들었을 때 내가 그동안 느낀 회장의 속성이 떠올랐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회장의 속성 중 가장 강한 것이 있다. 싫은 말을 듣기 싫어한다는 것이다. 옛 고전에도 직언을 하는 충신의 말은 쓰기 마련이라 군주는 기분 좋은 말만 듣고자 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동안에는 회장의 직관이 유용했다 하더라도 회사가 커지면 조직을 시스템에 의해 운영되도록 해야 함에도 경험에 의한 직관을 중시하는 습성을 버리지 못한다. 그러니 사장이 있어도 회장에게 일일이 보고해야 한다.

회장은 칭기즈칸처럼 싸움을 하지 않고도 적을 제압하는 법을 알고 있다. 공포이다. 항복하지 않고 항전하는 적은 모조리 다 죽여버리니 적 입장에선 이기지 않고서는 죽음을 면할 길이 없기에 항복할 수밖에 없다. 회장은 공포를 이용해 자기 권위에 도전하는 참모는 본보기로 해고시킨다. 이런 모습을 한번이라도 본다면 참모들은 절대 회장의 비위를 거스르려 하지 않는다. 어느 회장의 최측근 참모가 말했다. “회장에게 기분 나쁜 말을 하지 않는다. 이게 철칙입니다.”

그때서야 알았다. 큰 액수의 조세사건을 맡아 일을 진행하는 와중에 나는 분명히 참모들에게 A라고 정보를 제공했음에도 막상 회장을 만나보면 그는 B로 알고 있었다. 참모 입장에선 자기에게 불리한 말은 빼버리고 회장이 기분 좋아할 말만 전달해버리니 회장이 사태의 심각성을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참모들이 회장 눈치만 보다 보니 조세사건에 관해 거짓말을 하거나 회사에 오히려 손해가 되는 일을 하는 사례가 많았다. 참모 입장에선 세금을 납부하지 않게 되면 자기 공이고 납부하더라도 회장 돈으로 나가기 때문에 우선 회장 비위만 맞추면 된다. 그 대신 자기 실수는 철저히 감춘다. 참모의 속성에는 출구전략이 있다. 자기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어 놓는 것이다. 가령 조세불복사건에서 국세청에 지더라도 굴지의 로펌까지 선임했는데도 졌다고 변명하면 회장도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세금사건을 다루면서 처음에는 참모들이 회장을 위해 사심 없이 일한다고 믿었다가 나중에 뒤통수를 맞는 꼴을 당하면서 ‘아하, 회장은 뜬구름 위에 놓여 있는 존재구나’라는 느낌을 받았다. 뜬구름 위에선 현실을 냉정하게 보기가 어렵다. 어느 회장의 조세불복사건 때는 회장과 미팅을 하루에 두 번씩 6개월 이상을 한 적도 있었다. 회장은 세금으로 거액의 자기 돈이 나가는 것을 극히 두려워하기 때문에 수시로 불러 의문을 풀고자 했다. 세금사건과 관계없는 사적인 이야기를 하는 일도 많았지만 그렇게라도 해야만 마음이 놓이고 불안감을 조금이라도 떨쳐버릴 수 있었을 것이다. 내가 만난 회장은 고독하고 외로운 존재였다. 그러니 회장은 사심 없이 일해 주는 눈 밝은 전문가가 꼭 필요하기 때문에 자신이 직접 만나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그게 자기 돈을 아끼는 비결이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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