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광 국립재난안전연구원 원장의 이러한 발상은 이제 현실이 됐다. 첨단 재난상황실 스마트빅보드(SBB)를 통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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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운광 국립재난안전연구원장이 24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연구원 사무실에서 “재난은 재난에서 배운다”며 세월호 참사에서 배운 교훈을 바탕으로 재난 대비 체계를 제대로 갖춰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
SBB는 기상청의 기상정보와 레이더영상, 해양연구원의 해상자료, 경찰청과 교통정보센터의 폐쇄회로(CC)TV 등 각 부처의 원자료를 이용해 재난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여기에 ‘폭우’, ‘화재’ 등 70여개 재난 키워드로 검색한 시민들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자료를 얹으면 현장을 손바닥 들여다보듯 살펴볼 수 있다. ‘빅데이터’를 활용한 재난 분석을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다.
여 원장은 “예컨대 서울 강남역이 침수되면 순식간에 수천건의 SNS 게시글이 올라온다”며 “스마트폰 사용 인구 3000만명의 휴먼 센서를 활용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SBB는 현재 40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시범 운영 중이다. 각 지역의 CCTV 자료와 침수모델 등 특화자료를 입력해 더욱 세밀하게 재난 분석과 예측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남은 과제다.
SBB를 만든 국립재난안전연구원은 국내 유일의 재난안전 싱크탱크이다. 1997년 소방방재청 소속의 국립방재연구소로 출발해 2011년 행정안전부(현 안전행정부) 소속으로 변경되면서 규모가 커졌다. 명지대에서 30년 넘게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로 재직한 여 원장은 재난안전 연구의 중요성이 부각되던 시점인 2012년에 취임했다.
여 원장은 “서울 서초구 우면산 산사태 등의 재난으로 난리가 났을 때 재난 상황실에는 텔레비전과 CCTV 화면을 보여주는 모니터 몇 개 있는 게 고작일 정도로 열악했다”며 “재난 범위가 커지고 있는 시대의 새로운 국가방재시스템을 연구하고 싶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를 우리 사회가 얼마나 재난에 속수무책인지 느끼고 제대로 고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세월호 사고는 마치 블록을 쌓아놓고 하나씩 빼가면서 쓰러뜨리지 않게 하는 ‘징가게임’의 끝을 보여준 것 같습니다. 하나 빼먹으니까 괜찮아서 또 다른 사람이 또 하나 빼먹고 그러다가 마지막에 한순간에 무너졌는데,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추한 역사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죠. 그동안 재난은 계속 확대됐는데 거기에 따르는 국민 의식 수준이나 재난을 막기 위한 정부 차원의 투자가 따라오지 못했습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정부가 내놓은 국가혁신 대책에 대해서 여 원장은 “세월호 참사 이후 이제 100일이 지났는데, 3년 넘게 계속 대책을 다듬고 또 다듬어야 한다”며 “국가안전처라는 하드웨어만 만들 것이 아니라 안전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시간을 들여 천천히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연구원은 그동안 태풍이 불 때 창문을 안전하게 막는 방법, 겨울철 수도 계량기 동파를 막는 법 등 생활 속 안전 실험을 통해 안전의식을 높이는 활동을 주로 해왔다. 현재 각 지자체별로 범죄, 사고 등을 과학적으로 평가해 생활안전지수를 매기고 분석하는 ‘안전정보통합관리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올해 100개 지자체가 시범 참여하고 내년에는 전국 지자체가 참여할 예정이다.
여 원장은 “거창한 기술을 개발하는 것보다는 국민과 함께 안전문화를 성숙하게 할 수 있도록 뒤에서 지원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며 “생활 속에서 벌어지는 여러 가지 희생을 최소한으로 막을 수 있도록 안전의 폭과 콘셉트를 넓히고 국민과 함께할 것”이라고 말했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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