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의 아버지는 갑이 중학생일 때 돌아가셨다. 어머니는 갑의 아버지보다 1년 전에 먼저 돌아가셨다. 두 살 어린 여동생과 갑, 단둘만 남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갑에게 말했다. “작은아버지와 고모와는 가깝게 지내지 말아라.” 그러나 갑과 그의 여동생이 미성년자이므로 작은아버지가 법정후견인으로 지정돼 상속재산을 관리하게 됐다.
남매는 서울 강남의 단독주택에서 살았는데, 어느 날 아버지와 친한 친구라는 분이 갑에게 말했다. “앞으로 먹고살 길이 막막하니 단독주택을 허물어버리고 그 위에 다세대주택을 지어 공사가 끝나면 분양대금으로 공사대금을 주고 나머지 금액을 가지고 살면 된다.” 갑은 아버지의 친구로서 순수하게 자신을 도와주는 것으로 믿고 그가 소개해준 건설업자와 공사계약을 했다. 공사대금은 9가구 빌라를 지은 후 분양이나 임대를 통해 가장 먼저 지급받는 조건이었다. 그리고 1년 후 4층 9가구 빌라를 지어 분양을 마쳤다. 그러나 실제 공사는 건설업자로부터 하청을 받은 하청업자가 했다. 그는 공사대금을 다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작은아버지와 고모는 건물이 준공되자 미성년자와 한 계약은 효력이 없다고 딴말을 해 결국 싸움이 벌어졌고, 분양대금 중 1가구를 제외하고는 모두 작은아버지가 가져갔다는 것이다. 그는 작은아버지가 남매의 법정대리인이라고 주장하며 모두 사채업자 등에게 다 팔아버렸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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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갑은 작은아버지가 자신이 성년이 되기 전에 상속재산을 다 말아먹어 버렸다는 이유로 작은아버지를 사기와 업무상 배임으로 고발했다. 과세처분에 대해서도 불복했다. 분양대금을 다 가지고 간 사람은 작은아버지이니까 그에게 고지하라는 주장을 했다. 하지만 소송까지 가며 수사 결과를 기다려봤으나 작은아버지는 무혐의 불기소처분을 받았다. 결국 남매는 1, 2심 모두 패소했다.
그러나 한 가지 분명한 점이 있다. 작은아버지나 건설업자의 주장이 서로 모순되면서도 유일하게 일치되는 점이 분양대금을 남매가 가져간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면 사업소득인 분양대금의 귀속자를 가리기 위해 금융조사를 해볼 필요가 있다. 분양받은 사람들이 지급한 분양대금이 입금된 은행계좌를 추적해보면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수사기관이나 세무서장 어느 누구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 단지 부동산임대사업자 명의가 남매로 돼 있기 때문에 그들이 실질소득자가 아니라는 입증 책임을 져야 하고 입증이 없으면 어쩔 수 없다는 식이었다. 만일 내 가족 일이었으면 그런 식으로 넘어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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