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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춘의세금이야기] 사기당하고 과세당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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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7-15 21:50:50 수정 : 2014-07-15 21:5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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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돌아가시면서 유언을 했다. “이 절은 반드시 유지되도록 해야 한다.” 그 절은 할머니가 창건한 절이었다. 주지는 손자 갑이었다. 갑은 할머니 명의 부동산을 그 사찰 명의로 소유권 이전을 했다. 갑의 누이는 갑을 견제하기 위해 사찰재산 처분 시에는 이사회 전원의 동의를 얻도록 결의한 후 그 절의 이사로 취임했다. 4년이 지나 그녀는 미국인과 혼인해 이민을 가게 됐고 동생 갑에게 절을 잘 보전 유지해 줄 것을 부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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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몇 년 후 갑의 누이가 한국에 들어왔을 때 갑이 사찰재산을 개인 명의로 소유권 이전을 바꾸고 은행에 담보제공한 후 대출받은 사실을 알게 됐다. 그녀는 동생을 꾸짖었다. “할머니의 유지를 어긴 나쁜 놈. 어떻게 해서라도 다시 사찰재산으로 만들어 놓아라.” 갑이 변명했다. “사기당했어요.” 당시 갑은 1억원의 채무가 있었고, 재정상태가 악화돼 절 운영이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건강이 좋지 않아 사찰 일에 신경 쓰는 게 힘들었다. 그럴 즈음 우연히 고등학교 친구를 20년 만에 만났다. 그가 갑을 동정하듯 말했다. “내가 달마다 300만원씩 생활비로 대주겠다. 대신 사찰 부동산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받게 해달라. 스포츠용품 판매사업을 확장하는 데 사용하고 2년 후에는 원리금을 다 상환해 담보를 해제하겠다. 그런데 은행에서 대출받으려면 개인 명의로 해야 하기 때문에 우선 네 명의로 해놓자.” 갑이 생각해본 결과 그의 입장에선 손해날 일이 아니었다. 친구의 감언이설에 속은 갑은 총회 승인 없이 임의로 서류를 위조해 사찰 명의 부동산을 자신의 명의로 소유권 이전 등기를 했다.

이후 친구는 상호신용금고로부터 2억원을 대출받아 1억원은 갑에게 주었으나 얼마 되지 않아 급하게 1억원이 필요하다며 다시 빌려갔다. 담보만 제공해주고 아무런 이익을 취하지 못한 셈이 됐다.

그 후 친구는 대출금 이자를 계속 연체해 담보 부동산에 대해 경매절차가 진행됐다. 갑이 항의하자 친구는 “모은행 지점장을 잘 알고 있으니 우선 당좌계정을 네 명의로 개설해서 수표를 발행해 우선 경매를 막고 그 수표는 내가 사업해가면서 결제를 하겠다”고 오히려 갑을 꼬드겨 11억4000만원의 당좌수표를 발행하게 했다. 그러나 친구는 당좌수표를 부도냄으로써 결국 갑은 부정수표단속법 위반으로 징역 10월의 형사처벌까지 받게 됐다. 갑은 친구를 사기죄로 고소해 1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받게 했다. 그러자 친구는 항소심에서 감형받을 목적으로 자신의 어머니와 그의 친구를 내세워 갑에게 위로금 약정 각서까지 작성해주면서 형사합의를 했다. 그러나 갑은 또 속았다. 그들은 재산이 전혀 없는 자들이었다. 이 일로 갑은 사찰소속신도회에 의해 사문서 위조 등 혐의로 형사고소를 당하고 민사소송까지 당했다.

그러나 그의 불행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갑에게 증여세가 과세됐다. 원래 사찰 재산이었으나 갑 개인 명의로 등기 이전됐으므로 증여라는 이유였다. 갑은 “억울하다”고 항변해봤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억울하면 불복하세요”였다. 이래서 돈이 움직이는 법률행위를 할 때마다 전문가의 조언이 필요한 것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 막는 경우가 생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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