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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도 '블록시대'…'데이터 민족주의' 대두

입력 : 2014-07-12 06:00:00 수정 : 2014-07-12 09:3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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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든 사건으로 美 ‘빅브러더’ 들통
獨·브라질 등 “인터넷 감시망 차단”
전 세계를 하나로 이어준 월드와이드웹(WWW·이하 웹) 인터넷이 사용된 지 사반세기가 흘렀다. 유럽입자물리공동연구소(CERN) 연구원이었던 팀 버너스 리는 1989년 3월12일 인터넷상의 온갖 정보를 쉽게 공유할 수 있는 웹을 개발했다. 처음엔 단순한 문자, 이미지 전송에 그쳤던 웹은 진화를 거듭해 공동체 복원과 민주주의 구현이라는 시대적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 지역분할 네트워크’가 태동하며 인터넷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고 미국의 시사종합지 애틀랜틱 최신호가 보도했다. 국경 없는 글로벌 인터넷 시대가 저무는 대신 ‘데이터 민족주의’가 급속히 대두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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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전세계서 지역 네트워크화로

분할 네트워크는 무엇보다 에드워드 스노든 전 미국 국가안보국(NSA) 직원의 폭로가 기폭제로 작용했다는 게 애틀랜틱의 진단이다. 미국이 인터넷익스플로러·구글·아마존 등을 통해 인터넷 트래픽을 감시한다는 스노든의 폭로가 터져나오자 유럽연합(EU)과 브라질 등이 ‘지역 인터넷’ 시스템 구축에 착수했다. 한국과 프랑스, 인도 등 자국에서 생산된 정보가 다른 나라로 넘어가지 못하도록 인터넷에 데이터 지역화 안전 장치를 구축하는 나라들도 늘고 있다고 애틀랜틱은 전했다.

프랑스와 말레이시아는 웹 대신 자국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지역 인터넷 시스템 구축에 힘을 쏟고 있다. 세계 곳곳에서 현재 클라우드 컴퓨팅이 지나치게 미국에 편중돼 있는 점을 의식해 글로벌 인터넷 체제를 분할하는 움직임이 본격화하고 있는 셈이다. 클라우드란 소프트웨어와 데이터를 인터넷에 연결된 중앙 컴퓨터에 저장해 둠으로써 인터넷에 접속하면 언제, 어디서든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지역 단위의 클라우드 컴퓨팅 발달로 2016년까지 미국 정보기술(IT) 업계의 수입은 220억∼350억달러(약 22조3000억∼35조6500억원)가량 줄 전망이라고 잡지는 분석했다.

EU는 미국의 인터넷 감시망을 벗어나기 위해 브라질과 함께 독자적인 해저 광케이블 통신 구축에 나섰다. 독일은 미 NSA가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휴대전화기까지 도청하자 미국의 통제에서 벗어나는 독자적인 인터넷망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베를린 주재 미 중앙정보국(CIA) 최고책임자에 대한 추방조치까지 단행한 메르켈 총리는 ‘범유럽 클라우드 컴퓨터 네트워크’ 구축작업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 독점 깨야 인터넷 민주주의 가능”

미국 상무부가 일괄 관리하고 있는 ‘인터넷 주소 관리 기구(ICANN)’에도 일대 변화가 일고 있다. 중국과 러시아는 최근 이집트와 사우디아라비아, 수단 등과 함께 미국에 인터넷 주소 관리 권한 양도를 요구하는 국가 간 협의체를 결성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지난 3월 이 권한을 국제사회에 넘기겠다고 약속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향후 10년 내 인터넷이 직면할 위협 중 하나로 ‘인터넷의 발칸화(balkanization)’를 꼽았다. 발칸화는 인터넷이 고립된 여러 개의 섬처럼 나뉘는 분화 현상을 말한다. 독재국가들이 인터넷의 발칸화에 앞장서고 있지만 유럽 등 서방 국가들도 이에 적극 가세하고 있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의 아누팜 챈더·레 우옌 교수는 이 같은 글로벌 인터넷의 역주행 현상을 ‘데이터 민족주의’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이들은 향후 글로벌 인터넷에서 EU나 이란, 중남미, 이집트 등이 이탈하는 시대가 도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웹 창시자 버너스 리는 웹 탄생 25주년을 맞아 가디언 등 영국 언론과 인터뷰에서 “인터넷 특유의 개방성과 중립성이 정부와 거대 기업의 공격에 위협받고 있다”며 “민주주의와 네트워크 사회, 공동체 문화 실현을 위해 감시 걱정이 없는 개방적이고 중립적인 인터넷을 만들자”고 호소했다.

송민섭 기자,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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