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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춘의세금이야기] 화려함은 있어도 핵심을 찌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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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6-24 22:46:07 수정 : 2014-06-24 22:5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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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명의신탁에 대한 증여세 과세 사건을 맡아 행정심판에서 수백억원이 넘는 세금을 감액 받았다. 소송이 아닌 행정심판에서 그 정도의 액수를 감액 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세금고지서를 받은 납세자가 억울해도 소송으로 곧바로 갈 수는 없다. 세법에서는 반드시 행정심판을 먼저 거치도록 하고 있다. 소송의 경우 납세자가 1심에서 이기더라도 거의 대부분 국세청은 2심, 3심까지 상소를 하기에 3심까지 모두 거쳐야만 구제받을 수 있다. 반면 행정심판은 단 한 번으로 사건이 확정된다. 행정심판에는 세 가지 길이 있다. 국세청의 심사청구, 조세심판원의 심판청구, 감사원의 감사청구가 있다. 어느 쪽으로 해야 좋은지에 대한 답은 없다. 담당자의 재량이 크기 때문이다.

국세청에 근무할 때 예규를 정리해야 한다고 건의한 적이 있었다. 수십년 된 예규도 있고 동일한 쟁점에 대해 서로 모순된 예규뿐만 아니라 대법원 판례에 저촉된 예규도 있었다. 그럼에도 예규를 정리하지 않는 게 이상했다. 그렇다면 갖다 쓰는 사람 마음이다. 이에 대해 감사부서 공무원이 말하기를 “그런 게 잘못된 것이다. 지난번 대통령이 주재하는 규제 토론회 때 어느 누가 ‘감사원이 감사를 너무 엄격히 하니까 행정부처에서 일을 못하겠다’는 식으로 말을 했지만 그건 말도 안 되는 얘기다. 가령 국세청의 경우 어느 쟁점에 대해 다 과세를 하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누구는 과세하고 또 다른 누구는 과세하지 않았다면 감사원에서 그 이유를 따져 물어볼 것이다. ‘당신은 왜 과세를 했습니까?’라는 물음에 ‘예규가 살아있으니까요’라고 답하고, ‘당신은 왜 과세 안 했습니까?’라고 물으면 ‘국가가 패소한 대법원 판례가 있습니다’라고 답을 한다. 그렇다면 어떤 납세자에게는 과세하고 어떤 납세자에게는 과세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것은 담당자에게 엄청난 재량을 주는 것이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납세자가 항의를 해도 담당자는 “저희는 법대로 했으니 억울하면 불복하세요”라고 말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일단 불복할 수밖에 없다. 과세당한 납세자 입장에선 현실은 냉정하다. 문제는 행정심판을 어디로 청구해야 하느냐이다. 납세자의 고민이 클 수밖에 없다. 조직은 심리이다. 그 조직마다 흐르는 심리가 다 다르다. 그러니 그 심리를 잘 알아야 한다. 물론 대다수는 조세심판원으로 간다. 그러나 사건마다 성격이 다 다르기 때문에 확률이 높은 곳으로 가야 한다. 그 확률은 조직의 심리를 잘 헤아려야만 알 수 있다. 세금 액수가 고액인지, 쟁점이 어떤 것인지, 최근 이슈가 되는 것인지 등 고려해야 할 항목이 많다. 서로 상반된 예규가 있는 것인지, 대법원 판례가 있는 것인지, 모순된 심판결정이 있는 것인지, 그리고 담당자가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여부도 따져 봐야 한다. 그러니 일률적인 답을 낼 수 없다.

또 다른 어느 기업의 사건을 잘 해결하고 마련된 식사 자리에서 굴지의 로펌에 의뢰했다가 중간에 나를 투입했던 회장님이 말했다. “로펌은 화려함은 있어도 핵심을 찌르지 못한다는 것을 이번에 알았다.” 로펌이 아무리 커도 일을 하는 것은 사람이지 조직이 아니다. 그래서 밝은 눈을 가진 사람의 능력이 필요하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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