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
귤이 회수를 넘어가면 탱자가 되는 일도 있지만, 이상한 것은 수십 년 근무한 책임자가 더 많이 알 것임에도 아이디어를 더 내놓으라고 자꾸 재촉하는 것이었다. 처음엔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5년을 근무하면서 직원으로부터 많은 말을 들을 수 있었다. “행시 출신들이 5급으로 바로 들어오는 데 반해 일반직원은 9급으로 들어와 35년을 근무해야 비로소 5급을 달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도 5%밖에 안 되니 거의 사무관이 안 된다고 봐야 합니다. 행시로 들어온 사람은 일선세무서 과장이나 지방국세청 기획부서 계장급으로서 급이 너무 높다 보니 현장 경험을 할 기회가 없습니다. 그런데 알아야 기획할 것인데 그러지 못하니 엇박자가 납니다. 위에서 지시하는 것하고 밑에서 생각하는 것하고 완전 딴 나라입니다. 행시 출신은 시간만 지나면 승진하니까 그에 맞는 스펙을 쌓아두고자 모두 청으로 갑니다. 승진하고 싶은 직원도 청으로 가서 승진을 위한 기획을 하는데 그것을 걸러야 하는 관리자는 경험도 없고 본인도 승진하려고 눈에 띄는 기획을 하려 하니 자꾸 현실에 맞지 않는 기획만 늘어납니다. 행시가 차라리 6급으로 들어와야 할 것 같습니다. 똑똑한 사람이 6급으로 들어와 현장경험을 다하고 나서 관리자가 되면 더 유리할 것 아니겠습니까.”
행정이 이런 식이면 무엇이든 엇박자가 난다. 앞으로 대통령이 내놓을 대책도 공무원이 짜다 보면 엇박자가 날 수 있다. 공무원이 옛날에 사용했던 대책을 포장만 바꿔 내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앞으로 내놓을 대책과 계획에는 꼭 전문가를 참여시켜야 한다. 전문가의 경험이 녹아 들어가야 제대로 된 대책이 나오기 때문이다.
전문가가 하루아침에 길러지지도 않지만 그나마 있는 전문가를 잘 활용해 그들의 경험이 공직사회에 스며들어가게 해야 한다. 국가발전을 위해선 전문가를 잘 대우하고 잘 활용해야 한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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