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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피아’, ‘전관예우’를 척결해야 할 사람이 소위 ‘법피아’였다면 어떻게 될까. 최근 국무총리 후보자가 전관예우 때문에 자진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민심을 너무 가볍게 봤다는 후회를 했다고 한다. 검찰이나 법원에서 고위직을 거쳤기 때문에 전관예우는 당연한 대가로 생각한 사람이 권력 주변에 많다 보니 그 역시 자신의 행태를 객관적으로 보기 힘들었나 보다. 재물도 가지고 권력도 가지려는 것은 욕심이다. ‘내가 받으면 떡값이고 남이 받으면 뇌물’이라는 말이 있다. 힘 있는 자들의 이기적인 행태를 비꼬는 말이다. 항상 조직의 힘을 빌려 살아왔고 그 속에서만 세상을 보다 보면 착각하기 쉽다. 자칫 잘못하면 위선의 멍에를 짊어지게 된다. 이런 행태가 공무원들에게 배어 있다면 국민의 삶이 피곤해진다.

사법연수원 시절 어느 교수가 말했다. “판검사에 임용을 못 받으면 인생 실패한 거야.” 그분은 좋은 의미로 말씀하셨지만 그 말을 듣는 나는 답답한 마음 그지없었다. 평생을 최고와 최선을 추구한 사람이나 하는 말로 들렸다. 인생을 모르는 것 같았다. 그러니 그런 사람들은 그 대가를 전관예우로 받고 싶을 것이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국세청에서 나와 집필한 세법 책과 수필 책을 공직에 있는 분들에게 보낸 적이 있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당시 국회의원이었을 때 보내드렸다. 대부분이 전화나 편지로 인사를 해주었다. 그중 생각나는 분이 있다. 전수안 대법관이다. 그분은 전화로 대법원에 올 일이 있으면 한번 들르라고 했다. 몇 개월 후 그분의 방으로 찾아갔다. 그런데 그분은 대뜸 내게 미안하다는 말을 했다. 무슨 말인지 어안이 벙벙했다. “고 변호사의 철학이 그런 줄도 모르고 사법연수원 시절 성적으로만 사람을 볼 수밖에 없었기에 미안하다”는 의미였다. 순간 윤동주의 서시가 떠올랐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아하, 저래서 대법관이 되는구나 싶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보에 나온 최환 변호사 인터뷰 내용이다. 검찰의 요직을 두루 거친 검사장 출신인 그에게 기자가 물었다. “전관예우를 받아 로펌에서 수억대 월급을 받을 수 있었지 않느냐”고. 그가 대답했다. “국록 먹고 퇴직하고 퇴직금 받았으면 됐지 무슨 욕심을 더 부립니까. 50세 즈음에는 하늘의 뜻을 알아야죠.” 그의 사무실에는 그 흔한 변호사 간판도 없다고 한다. 그는 전관이 될 당사자들에게 ‘욕심’을 경계할 것을 당부했다. “돈을 들고 전관에게 모여드는 사람들은 다 이유가 있습니다. 돈에 가려 그 이유를 못 본다면 결국 스스로 피고인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에게 향기가 난다. 그렇지 못한 전관들을 많이 봤기 때문이다. 내 사무실도 얼마 전까지는 간판이 없었다. 알음알음 찾아오는 사람의 사건만 해줬다. 성공보수도 ‘알아서 주세요’ 라고 한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근기가 부족하다 보니 번번이 물욕에 굴복한다. 그러니 위선이 되는 것이다.

지금도 내 이름 석 자가 세상에 드러나지 않기를 바라는 전관출신 변호사가 많다. 새로운 길을 개척한 사람은 전관이 있을 리 없다. 인생은 자기가 만들어낸 흔적이다. 위선이든 뭐든 달갑게 받아들여야 할 비판이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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