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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요리는 맛·건강 두루 갖춘 예술”

입력 : 2014-05-15 20:06:56 수정 : 2014-05-15 20: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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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년 경력 레바논인 요리사 하산 압둘라 “중동 음식을 주목하라.” 지중해 유역의 중동 요리가 첨단 유행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컨설팅 기업 스털링 라이스 그룹(SRG)은 올해 초 ‘2014 10가지 요리 트렌드’ 중 하나로 이 지역을 선정했다. 이들은 “오랫동안 지중해 요리를 사랑한 미국인들이 이제 중동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내에는 생소하지만, 중동 레반트 지역은 전통 깊고 풍부한 음식문화를 자랑한다. 레반트는 레바논·이집트·팔레스타인·터키·시리아 등지. 특히 레바논은 ‘중동의 파리’로 불릴 만큼 인기가 높다. 레바논 요리의 매력은 무엇일까. 25년 경력의 레바논 출신 요리사 하산 압둘라로부터 레바논 요리에 대해 들어봤다. 압둘라는 이집트, 두바이를 거쳐 현재 카타르 리츠칼튼 도하에서 총주방장으로 일한다. 그는 최근 JW메리어트 호텔이 세계적 요리사들을 초청해 특식을 선보이는 글로벌 고메 프로젝트 ‘컬리너리 아트@JW’ 참석차 방한했다. 레바논 요리를 정의해 달라고 하자 압둘라는 “예술적이고 균형 잡힌 요리”라고 밝혔다. 

레바논 출신 요리사 하산 압둘라가 13일 서울 서초구 JW메리어트 호텔의 뷔페 레스토랑 ‘더 카페’에서 중동 음식을 선보이고 있다.
남정탁 기자
“레바논은 채소와 과일의 나라예요. 여기에 다채로운 향신료가 더해져요. 이를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마치 여러 색으로 무한대의 그림을 그리듯 다채로운 요리가 가능합니다. 예술적이죠. 또 전채로 다채로운 채소류, 주식으로 각종 육류를 맛볼 수 있기에 균형이 잡혔어요. 이런 균형감은 요즘 중시하는 ‘건강한 요리’와 관련이 깊죠. 무조건 기름을 쏙 빼거나 채소 위주인 건 아니에요. 레바논의 겨울은 무척 추워서 오히려 적절히 에너지를 낼 수 있는 요리가 필요해요. 계절을 견디고 이겨내게 하는 게 건강한 요리 아닌가요?”

레바논의 음식문화가 발달한 데는 여러 요인이 있다. 일단 온화한 자연환경으로 식재료가 풍부하다. 고대 페니키아 시대로부터 오랜 역사가 축적됐다. 여기에 오스만 투르크와 프랑스의 통치로 다양한 문화가 더해졌다. 현재도 이슬람교(65%)와 기독교(34%)가 공존한다. 해외 교류도 활발하다. 압둘라는 “여름철이면 외국인 관광객이 300만명씩 몰려드는 쇼핑 거리가 있을 정도”라고 설명한다. 

레바논 요리가 각광받는 이유는 맛과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기 때문. 레바논에서는 주로 흰 고기를 즐긴다. 고기는 꼬치구이처럼 꿰어서 그릴에 굽거나 올리브유에 튀긴다. 기름기가 저절로 빠져나간다. 샐러드 소스에 빠지지 않고 들어가는 건 레몬·올리브유·마늘. 모두 ‘건강의 아이콘’ 같은 재료들이다. 스튜를 끓일 때는 토마토, 고수, 코리안더(허브) 등을 넣는다.

“외국에 잘 알려진 레바논 요리로는 후무스(Hummus)가 있어요. 병아리콩으로 만든 소스인데, 어느 음식점에 가든 첫 번째로 주문해요. 한국의 김치 격이지요. 바클라바(Baklava)도 유명해요. 바삭거리는 빵 안에 견과류가 들어간 디저트예요. 레바논은 디저트도 풍부해요. 지역별로 유명한 디저트가 하나씩 있죠. 북쪽에서는 우유로 만든 카슈타(Kashta), 남쪽에서는 견과류로 속을 채운 마물(Maamoul)이 잘 알려졌어요.”

레바논의 가정식 상차림을 보면 아침에는 치즈와 올리브, 요거트를 먹는다. 점심·저녁에는 쌀과 각종 채소, 콩을 넣은 고기 스튜가 차려진다. 매끼에는 현지식 빵인 피타빵이 곁들여진다. 휴일에는 공원이나 아파트 발코니에서 양꼬치·닭꼬치를 굽기도 한다. 압둘라는 “한국인은 고기를 잘 구워 먹으니 그릴 요리에 적응하기 쉬울 것”이라며 “이번 행사에 온 한국 손님들도 ‘집에서 충분히 해먹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얘기하더라”라고 전했다.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도 레바논은 전통 식문화를 고수하고 있다. 전통의 힘 때문인지 JW메리어트 호텔 관계자는 레바논의 병아리콩 수프에서 ‘따뜻한 엄마의 음식’ 같은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이슬람에 대한 기초상식이라면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점. 압둘라는 실제로 “돼지고기를 이용한 요리는 전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일탈하는 사람이야 당연히 있겠지만, 일반적으로는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전통적 성역할 구분이 여전한 이슬람 사회에서 요리사로 일하는 데 대해 그는 “남성 요리사는 많은 편”이라고 전했다. 다만 “집에서는 요리를 안 한다”고.

“가정에서는 여전히 여성이 요리해요. 솔직히 말하자면, 최고의 요리사는 여성, 바로 엄마죠. 엄마보다 더 요리를 잘하는 사람은 없어요. 우리도 그분에게 배우는 거예요.”

하산 압둘라 요리사의 추천을 받아 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만들 만한 레바논 요리를 소개한다. 

■바바 가누시(Baba Ghanoush·가지 퓨레)

〈재료〉1인분 기준 가지 250g, 양파 30g, 파슬리 20g, 민트 잎 15g, 피망 15g, 올리브 오일 30㎖, 레몬 10g, 소금 10g, 고추 5g, 토마토 15g, 견과류 10g, 석류 시럽 10㎖, 석류 씨 5g. 

〈만드는 법〉

①가지를 노릇노릇해 질때까지 구운 후 껍질을 벗겨둔다.
②토마토, 피망, 양파, 마늘을 비슷한 크기로 썰고 파슬리와 민트는 잘게 다진다.
③믹싱 볼에 모든 재료를 넣고 소금, 레몬 주스, 마늘, 올리브유와 함께 잘 섞는다.
④석류 시럽과 석류 씨앗, 견과류와 민트 잎으로 장식한다. 

■파투쉬(Fattoush·샐러드와 비슷)

〈재료〉1인분 기준 상추 50g, 토마토 50g, 오이 50g, 양파 30g, 파슬리 30g, 빨간 래디시(무) 20g, 민트 잎 20g, 슈맥 파우더 10g, 올리브 오일 30㎖, 레몬 주스 50㎖, 소금 10g, 아랍식 빵 60g, 피망 30g. 

〈만드는 법〉

①오이, 토마토, 빨간 래디시, 양파, 피망을 작은 크기로 깍둑썰기를 한다.
②파슬리와 민트, 상추를 잘게 다진다
③믹싱 볼에 모든 채소와 올리브 오일, 레몬 주스, 슈맥 파우더, 소금을 넣은 후 잘 섞는다.
④레몬과 토마토를 얹어 장식한 후, 구운 아랍식 빵을 올리면 완성.

■엄 알리(Umm Ali·아랍식 디저트)

〈재료〉 1인분 기준 크루아상 4개, 우유 400㎖, 크림 200㎖, 아몬드 50g, 코코넛 가루 50g, 건포도 50g, 설탕 150g

〈만드는 법〉

①180도로 예열한 오븐에 크루아상을 넣고 10분 정도 굽는다.
②소스 팬에 우유와 설탕을 넣고 끓인다.
③구운 크루아상을 잘게 부숴 오븐 팬에 넣고 견과류와 건포도를 뿌린 다음 구운 크루아상을 그 위에 한번 더 뿌린다.
④미리 끓여 놓은 우유를 부어 전체적으로 크루아상이 모두 잠기도록 한 후, 170도 오븐에 10분 동안 굽는다.
⑤오븐에서 그릇을 꺼내 휘핑크림을 뿌리고, 다시 오븐에 넣어 10분∼15분쯤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굽는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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