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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와 맨몸만으로 바다 누빈 고대 인류 해양사

입력 : 2014-05-09 19:59:31 수정 : 2014-05-09 19:5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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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이언 페이건 지음/최파일 옮김/미지북스/2만4000원
인류의 대항해/브라이언 페이건 지음/최파일 옮김/미지북스/2만4000원


위성항법장치(GPS), 나침반, 디젤엔진 등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멀고 먼 옛날에도 먼 바다로 향한 개척자들이 있었다. 고고학 정보를 바탕으로 추정한 결과 인류 최초의 장기 항해는 5만5000여년 전 동남아시아 앞바다에서 일어났다. 이 지역 사람들은 수만 년에 걸쳐 바다를 건너 오세아니아 근해로 이주했다. ‘라피타인’이라 불리는 집단은 기원전 1200년쯤부터 오세아니아 근해에서 동쪽으로 나가 남태평양의 피지, 사모아, 통가 등 폴리네시아의 무인도를 개척했다. 기원전 2600년쯤 이집트는 레바논산 통나무를 지중해를 통해 대량으로 수입했다. 대단히 사납거니와 예측 가능한 바람의 변화도 기대할 수 없는 북대서양에서 9세기 아일랜드 수도사들은 신에게 헌신할 수 있는 땅을 찾았고, 아이슬란드를 발견했다. 이들이 거친 바다를 건너기 위해 갖고 있었던 건 돛과 노, 그리고 바람과 별뿐이었다. 사실상 배와 맨몸만으로 바다를 상대한 이런 일들이 가능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책은 그 시절의 인류가 현재의 인류보다 바다와 훨씬 가까웠고, 수많은 지식을 갖고 있었다고 소개한다. 최첨단의 장비는 없었지만 바다는 결코 어둠과 미지의 세계가 아니었다. 별을 보고 방위와 위도를 측정했고, 풍향이 언제 바뀌는지를 오랜 시간에 걸쳐 확인했다.

실질적인 필요도 장기 항해를 이끌었다. 라피타인의 장기 항해는 손위 형제자매를 우대한 사회 분위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대대로 맏이가 재산과 지식을 독점적으로 물려받기 때문에 아우들이 자신의 가계를 새롭게 수립하려면 식민지 개척에 뛰어들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고고학자이자 인류학자인 저자는 배와 인력만으로 세계 곳곳의 바다를 누빈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고대 인류의 해양사를 충실히 복원했다.

강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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