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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 여배우를 주목하자, 천우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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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16 12:01:18      수정 : 2014-04-16 13:54:52

 

영화 ‘한공주’ 타이틀롤 열연

요즘 ‘한공주’(감독 이수진)에 대한 국내외 관심이 뜨겁다. 부끄럽게도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그 진가를 알아봤다.

얼마 전 ‘한공주’가 스위스에서 열린 프리부르 국제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는 낭보가 들려왔다. 앞서 마라케시, 로테르담, 도빌 등 세계 유수의 영화제들이 ‘한공주’에게 최고상을 안겨줬고, 이 영화 앞에는 ‘세계영화제 8관왕’이라는 영광스러운 타이틀이 붙게 됐다.

저예산 독립영화로 출발했던 영화가 세계인의 극찬을 연일 받고 있다 보니, 제작진이나 배우나 ‘이게 무슨 일인가’ 어리둥절해 있단다. 대중에게 아직 이름조차 생소한 주연배우 천우희(26)는 날마다 꿈을 꾸고 있는 기분이라고 털어놨다.

“처음에는 제가 나온 영화가 우리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에서 상영된다는 것만으로도 기뻤어요. 그런데 상까지 받고, 마틴 스코시즈 감독이나 마리옹 꼬띠아르 같은 세계적인 배우가 칭찬까지 해줄 줄은 상상도 못했죠. 마냥 설레고 기분이 좋아요. 꿈이 점점 현실이 돼가는 것 같아 떨리기도 해요.”

‘한공주’는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인 학교 폭력과 청소년 성범죄를 담은 영화다. 그렇다고 ‘사회 고발’을 주목적으로 한 것은 아니다. 제목 그대로 주인공 공주(천우희 분)의 시선에서 바라본 세상, 그녀가 상처를 치유해나가고 극복해나가는 과정을 그린 잔잔한 드라마다.

이 영화를 통해 생애 첫 타이틀롤을 연기한 천우희는 시사회에서 “딱 내 것이라 생각했다”는 당돌한(?) 발언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대부분 “처음엔 이 배역을 맡을까 고민했다”고 말하는 게 ‘관습화’돼 있는데, 이 여배우 여간내기는 아닐 거란 생각이 기자들의 머릿속을 스쳤다. 아니나 다를까, 솔직한 그녀.

“처음으로 다 이끌어나가야 하는 책임이나 부감감은 당연히 많았죠. 전작들도 워낙 평가가 좋았고요. 하긴 제가 촉이 좀 좋은 편이긴 해요.(웃음) 시나리오를 받으면 어떤 면이 좋고, 안 좋고를 떠나 ‘첫 느낌’을 가장 중요시하죠. 읽은 수록 느낌이 좋으면 그냥 ‘오케이’예요.”

하지만 아무리 ‘강한’ 천우희라고 해도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망설여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고 한다. 2004년 실제 일어난 실화(밀양 여중생 집단성폭행 사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보니, 피해자를 연기한다는 게 큰 걱정과 부담으로 다가왔다.

“기존에 나온 이런 소재의 영화를 보면 한 가지 감정에만 치우치는 게 싫었어요. 분명 이야기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도 있겠지만, 실제 피해를 겪은 분들에게는 다시 고통을 상기시키는 것과 다름없잖아요. 그래서 이수진 감독님과 많은 얘기를 나눴어요. 이 영화는 피해자가 아닌 바로 우리의 모습을 돌이켜보게 만드는 힘이 있어요. 보는 이들로 하여금 죄책감을 들게 만들죠. 이런 방식이라면 이야기해도 괜찮겠다 생각했어요. 다만 연기를 잘해야겠다고 생각했죠. 어떻게 하면 더 사실적으로 표현할까. 어떻게 하면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현실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공주는 단 한 번도 자신의 슬픔이나 상처를 주변인들에게 알아봐달라고 재촉하지 않는다.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평범하고 행복하게, 그저 사람답게 살아가고 싶을 뿐이다. 그녀가 열심히 수영 연습을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혹시나 나쁜 마음을 먹더라도 다시 살고 싶을 때 물 속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그만큼 생의 의지가 강한 아이가 바로 공주다.

“공주가 ‘나는 피해자예요’라는 생각을 가지고 살아갈 거란 생각은 안했어요. 피해자란 의식은 무의식에 깔려 있을 뿐이죠. 오히려 그걸 지우기 위해 노력했을 거예요. 그보다는 살려는 의지나 본능에 집중하며 연기했어요. 감독님께서도 공주가 아무 것도 모르고 꾸밈이 없는 아이였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어요. ‘전 잘못한 게 없는데 왜 도망가야 하죠?’ 이 대사 한 마디가 공주의 마음을 대변하는 거겠죠. 자신을 둘러싼 억울하고 부조리한 상황들을 얼마나 받아들이기 힘들까. 공주가 진심으로 불쌍했어요.”

충무로에서는 아직 ‘신인’ ‘신예’ 등으로 불리고 있지만, 알고보면 2004년 영화 ‘신부 수업’(감독 허인무)로 데뷔해 올해로 벌써 데뷔 11년차이다. 물론 첫 연기 경험은 학생 때였다. ‘친구 따라 오디션 보러 갔다가 연기자가 됐다’는 고릿적 이야기가 그에게도 해당되는 것이었다.

“친구 따라 연극반 오디션 보러 갔다가, 제 진로까지 결정짓게 됐죠. 첫 작품부터가 무거웠어요. 위안부 이야기를 다룬 ‘반쪽 날개로 날아온 새’란 작품이었죠. 첫 작품이 그래서 인지, 매 작품 할 때마다 진지한 자세로 임하게 된 것 같아요. 그때 친구들과 함께 우유팩이랑 신문지로 무대 만들면서 ‘살면서 이렇게 흥미를 갖고 했던 일이 있었나’란 생각이 들었죠. 그 즐거움 때문에 지금도 계속 연기하고 있는 것 같아요.”

천우희는 이제 새로운 출발선에 섰다. ‘써니’의 상미, ‘우아한 거짓말’의 미란이 아닌 ‘천우희’란 이름 세 글자를 들고 관객들에게 존재감을 발산할 기회를 잡았다. ‘써니’의 흥행 이후 소속사도 얻었고, 오디션 일정을 스스로 체크할 필요 없이 원하던 연기에만 집중하면 된다. 차기작은 부지영 감독의 영화 ‘카트’로, 현재 촬영 중이다.

“글쎄요. 연기자로서 목표는 매순간 바뀌는 것 같아요. ‘훌륭한 연기력을 갖춘 배우’라는 기준 자체가 모호하니까요. 제가 가장 지향하고 싶은 건,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는 말았으면 좋겠다는 거예요. 개성이 강한 역할이든, 아주 평범한 역할이든 다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식상한 말로 스펙트럼이 넓은 배우요.(웃음) 그냥 어떤 배역을 맡아도 이질감 없이 극에 잘 어울리고 싶어요. 믿고 보는 배우 천우희, 어때요?”

‘한공주’는 오는 17일 정식 개봉해 국내 관객과 만난다. 저예산이라 열악한 촬영장이었지만 스태프들의 도움과 사랑 담뿍 받으며 연기할 수 있었다는 그는 “영화의 진심을 관객들이 꼭 알아봐주셨으면 좋겠다”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김경호 기자 stillc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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