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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도 높아지고 진도 빨라져… 자신감 상실 ‘수학 공포증’

입력 : 2014-04-07 06:00:00 수정 : 2014-04-07 06: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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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에 선 수학교육] (1회) 괴물이 된 수학
설문조사는 지난달 5∼21일 서울·인천·경기·부산 지역 12개 일반 초·중·고교(4개교씩)의 협조를 받아 진행했다. 초등 5학년에서 고교 3학년까지 학년별 200명씩 모두 1600명이 참여했다. 이 중 무성의한 답변으로 신뢰도가 떨어지거나 응답하지 않은 학생을 제외한 1433명의 답변을 분석했다. 설문은 학년과 성적대별 수학에 대한 흥미도와 체감 난이도, 포기 여부, 사교육과 선행학습 현황, 수학 하면 떠오르는 것 등 모두 20문항으로 구성됐다.

“수학은 논리적이고 창의적인 사고력을 키워주는 과목이라고 하는데, 정작 학생들은 동의하지도 않을뿐더러 수학의 필요성 자체를 거의 느끼지 못하는 것 같네요.”

초·중·고교 학생들의 수학에 대한 세계일보 인식도 조사 결과를 받아 본 최수일 수학교육연구소장의 총평이다. 최 소장은 6일 “진로와 별 상관이 없는데도 너무 많은 수학을 요구하는 현실과 수학만으로 평가받고 싶지 않다는 학생들의 외침이 읽혔다”며 안타까움을 내비쳤다.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그럴 만도 하다.

◆고학년이 될수록 멀어지는 수학

수학에 대한 흥미가 상급 학급으로 올라갈수록 급격히 시들었다. 학교급별로 수학에 흥미를 느낀다는 응답 비율 평균이 초등학생 73.2%에서 중학생 59.1%, 고등학생 52.4%로 뚝 떨어졌다. 인천 D고 3학년 학생은 “초등학교 때는 수학을 좋아했는데 중학교에서 공부를 소홀히 했더니 진도를 따라가기가 벅찼다”면서 “고등학교 와서는 아예 수학을 멀리하게 돼 성적이 바닥을 긴 지 오래”라며 한숨을 쉬었다.

이런 흐름은 수학의 난이도와 연관성이 컸다. ‘수학이 쉽다’(매우·조금 쉽다)는 응답자 비율이 초등 5학년(65.7%) 이후 곤두박질치더니 중3(27.9%)부터 고3(9.8%)까지 전체 평균(37.5%)을 훨씬 밑돌았다. 마찬가지로 수학문제 풀이 능력을 묻는 질문에 ‘어떤 문제든 풀 수 있다’는 학생이 초등 6학년 11.5%에서 중1 7.8%로, 고3땐 0.7%로 뚝 떨어졌다. 상급 학교로 갈수록 학생들의 ‘수학 자신감’이 쪼그라드는 것이다.

수학이 어려운 이유로는 ‘전 단계를 모르면 그다음 단계도 이해할 수가 없어서’라는 응답(53.9%·복수응답)이 가장 많았고, ‘복잡한 계산’(42.8%)과 ‘엄청난 암기량’(16.9%) 등을 꼽은 답변도 적지 않았다.

‘수학’ 하면 떠오르는 것을 묻는 주관식 답변에서는 혐오증(phobia)에 가까운 내용도 많았다. 성적 중·하위권 학생을 중심으로 ‘수학은 악마다’, ‘좀비가 나타난 느낌이다’, ‘죽음의 과목’이란 부정적 대답이 쏟아졌고, 상위권 중에도 ‘수학=학원’이라거나 ‘대학을 위한 속박의 굴레’, ‘두렵다’는 학생이 적잖았다.

◆‘수포자’ 양산과 수학 사교육 조장

자신이 ‘수학포기자’(수포자·131명)라거나 ‘그럴 가능성이 크다’(258명)는 응답자도 389명(27.7%)에 달했다. 수포자들이 수학 공부를 그만둔 시점은 중학교가 60.1%로 초등(20.0%)·고등(17.9%)학교를 압도했다. 중학교 단계에서 보다 세심한 수학교육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학생들은 ‘어려워서’(65.8%·복수응답), ‘학습량이 많아서’(38.9%), ‘성적이 안 올라서’(54.8%), ‘필요성이 없어서’(22.6%) 수학을 포기했거나 포기하고 싶다고 답했다.

현재 과외나 학원 수업을 받는 학생은 10명 중 6명(57.7%)으로 사교육 참여율이 높았다. 특히 상위권 학생은 71.9%가 사교육을 받고 있었다.

사교육을 받는 이유로는 내신과 입시 준비를 위해서라는 응답이 각각 60.0%(복수응답)와 31.3%를 차지했고, 혼자서 공부할 자신이 없어서란 학생도 27.2%에 달했다.

또 사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 10명 중 9명(93.2%)은 학원이나 과외가 수학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고 답해 사교육에 전적으로 의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사교육을 받고 있는 827명 중 687명(83.0%)은 선행교육을 하고 있고, 대체로 한 학기(63.6%) 혹은 1년치(15.0%)가량 앞서 배웠다. 2년치 혹은 그 이상 선행학습을 하는 학생(6.0%)도 있었다. 정부가 법까지 제정한 이른바 ‘선행교육 금지법’이 수학 사교육을 진정시키는 데 역부족일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이유이다.

한국교원대 류희찬 교수(수학교육)는 “모든 학생이 수학적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닌데 대입에 얽매여 너무 많은 내용을 너무 빠르게 가르치고 있다”며 “이런 비정상적인 수학교육이 계속되는 한 창조경제는 언감생심”이라고 지적했다.

이강은 기자 kele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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