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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춘의세금이야기] 조세심판은 세무사, 조세소송은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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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4-01 21:40:52 수정 : 2014-04-01 21:4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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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세자는 과세 관청으로부터 세무조사 사전통지서를 송달받으면 가슴이 덜컥 내려앉고 심장이 쿵쿵거린다. 일단 세무조사가 왜 나왔는지 그 이유가 제일 궁금하다. 납세자는 일단 실낱같은 인맥만 있으면 그 인맥을 쫓아 일을 해결하고 싶어 한다. 대부분 국세청 조사공무원과 연줄이 닿는 세무사를 찾아가기 마련이다. 세무사로선 능력을 과시하기 위해 인맥이 많다고 해야 할 것이다. 재력 있는 납세자는 지방국세청장 등 전관이 있는 세무사를 선호할 것이다. 인맥의 효과가 없지는 않겠지만 과세관청이 세무조사를 하는 주된 이유는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것이므로 법리를 벗어나면서까지 인심을 쓰는 세무공무원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결국 액수의 차이는 있겠지만 과세예고통지가 나가게 될 것이다. 납세자가 수긍하지 못하면 과세 여부에 대한 심사를 청구할 수 있는데, 과세하는 게 타당하다고 결론이 나면 납세자는 세금고지서를 송달받게 된다. 그래도 억울하다면 불복을 해야 하는데, 고지서를 받은 후 90일 내에 해야 한다. 세금의 경우 행정심판전치주의가 적용돼 필연적으로 행정심판을 먼저 청구해야 한다.

여기엔 국세청에 하는 심사청구, 조세심판원에 하는 심판청구, 감사원에 하는 심사청구 세 가지가 있다. 다수의 사람들은 감사원이 거기에 왜 끼는지 의문을 가지나 이는 감사원법에 의한 것이다. 그렇다면 납세자는 위 세 가지 중 어느 것을 택할까? 대부분 조세심판원으로 가지만 굳이 이유를 따진다면 자기 인맥 따라 가는 게 많다. 법리를 아무리 잘 적용해도 담당자가 ‘그래서 어쩐대요’라고 해버리면 할 말이 없는 것이다. 그래서 최소한 그런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간절하기에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 있으면 그곳으로 가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전관을 찾는다. 그렇게라도 해서 행정심판으로 부과처분이 취소되면 좋겠지만 확률적으로 70% 이상은 기각되기 마련이다. 그래도 억울하면 소송으로 가는 수밖에 없다. 이 단계에서는 변호사만 가능하다. 그러니 납세자로선 선임비용이 추가로 지출될 수밖에 없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어느 날 건설업을 하는 납세자 한 사람이 사무실에 찾아왔다. 세액이 20억원이 넘었다. 1심과 2심까지 모두 패소한 사건을 가지고 왔다. 세무사는 대법원에 가도 100% 안 되니 상고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세법의 권리의무확정주의에 대한 개념이 없었다. 납세의무가 2000년에 성립할 것인지 2001년에 성립할 것인지 여부에 따라 2000년 귀속이 되면 부과제척기간이 경과돼 과세처분은 무효가 된다. 결국 권리의무가 확정된 시기는 2000년 귀속이라는 대법원의 판단을 받아내 과세처분은 취소됐다.

이런 사건을 볼 때마다 행정심판 단계부터 인맥보다 법리로 주장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아마도 우리나라에는 조세전문가가 5만명은 되지 않나 싶다. 그러니 납세자에겐 선택의 고통이 클 수밖에 없다. 납세자가 전관을 찾는 이유는 인맥의 효과를 보고자 함일 것이나 그 결과에 대해선 돈으로 책임져야 할 것이다. 법리가 인맥보다 훨씬 더 효과적이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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