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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춘의세금이야기] 정부 시책에 협조했는데 불이익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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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3-11 22:04:11 수정 : 2014-03-11 22: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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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의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내가 너희에게 줄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다. 부디 형제들끼리 화목해라.” 갑의 아버지가 물려준 재산은 토지가 전부였다. 그는 평생 농민으로서 농사만 지었다. 갑은 아버지의 뜻을 받들어 땅을 팔지 않고 계속 가지고 있었다. 동생들은 사업자금을 마련한다고 팔아 버렸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갑의 땅이 Y시의 개발계획에 편입됐다. Y시는 시의 행정에 협조해주면 보상금 지급을 최대한 빠르게 지급하겠다고 토지 소유자들을 독촉했다. 갑은 고민했다. 어차피 수용될 것이면 보상금이라도 빨리 받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Y시에 소유권을 이전등기 해줬다. 보상금이 수억원이나 되다 보니 세무사에게 양도세 신고를 부탁했다. 어느 날 세무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문제가 생겼습니다. 7년 이상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못 받을 것 같습니다. 7년 이상 보유하면 21%의 공제를 받는데 지금 7년이 안 됩니다.”

갑은 세무사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보상금을 받은 날까지 계산하면 분명 7년이 넘게 토지를 소유했는데요.” 그러자 세무사는 “보상금을 받기 전에 소유권 이전등기를 먼저 해줬잖아요. 그러면 등기 이전 시가 양도시기가 됩니다. 따라서 토지 보유기간이 취득 시로부터 이전등기일까지 따져보면 7년에서 딱 5일 부족합니다.” “보상금 받은 날이 양도일이 아닙니까?”라고 갑이 말했다. 이에 대해 세무사는 “세법에 의하면 수용되는 경우 대금을 청산한 날, 수용의 개시일 또는 소유권 이전등기 접수일 중 빠른 날에 양도한 것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갑은 어이가 없었다. “시의 행정에 협조하기 위해 이전등기를 빨리 해준 것인데 협조해준 사람이 혜택을 못 받는 이런 경우가 어디 있습니까. 그냥 7년 보유 21% 장기특별보유공제율로 신고해주세요.” 세무사는 주저하면서 말했다. “나중에 무슨 일이 일어나도 저는 책임 못 집니다.” 세무사는 갑이 원하는 대로 양도세 신고를 해줬다. 그러나 정확히 2개월 후 세무서로부터 고지서가 날아 왔다. ‘쟁점 토지 소유권 이전등기일을 양도일로 봐 보유기간 변경으로 장기보유특별공제율(21%→18%)을 정정하고, 양도소득세를 추가 납부하도록 경정고지 한다’는 내용이었다.

갑은 불복했다. ‘토지를 처분하고 싶지 않았으나 Y시의 원만한 공공사업 추진에 협조하고, 빠른 처리를 원하는 Y시의 계속적인 독촉 요청으로 토지 소유권을 이전등기한 것이다. 또한 토지보상금을 지급받은 날을 양도일자로 봐야 하므로 소유권 이전등기일을 양도일자로 봐 양도소득세를 과세한 처분은 취소돼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기각이었다. 결정문에는 다음과 같이 기재돼 있었다. ‘보상금 수령일보다 소유권 이전등기 접수일이 빠른 날이므로 처분청이 등기 접수일을 쟁점 토지의 양도시기로 봐 양도소득세를 부과한 이 건 처분은 달리 잘못이 없다.’

국가정책에 협조한 사람은 불이익을 보고 그러지 않은 사람은 불이익을 보지 않고…. 세법이 이렇게 어렵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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