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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링 ‘우생순’… 동생들이 새 역사 썼다

입력 : 2014-03-05 20:50:37 수정 : 2014-03-05 23:2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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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애 등 女 주니어 대표팀, 세계선수권 加에 져 은메달
세계무대 첫 메달 쾌거, 평창 동계올림픽 전망 밝혀
더 이상 ‘기적’은 없다. 한국 컬링이 세계의 중심에 섰다. 한국에 둥지를 튼 지 20년 만이다. 그동안 비인기 종목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컬링은 지난달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을 통해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 줬다. 이번에는 언니들의 기를 받은 동생들이 새로운 역사를 썼다.

스킵(주장) 김경애(20)와 김선영(21·이상 경북체육회), 김지현(18), 구영은(19·이상 의성여고), 오은진(21·의성스포츠클럽)으로 구성된 여자 주니어 대표팀은 5일(한국시간) 스위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결승전에서 캐나다에 4-6으로 석패해 은메달을 땄다. 우리나라가 세계무대에서 메달을 딴 것은 성인 남녀 대표팀 등을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사실 한국의 컬링은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1994년 국내에 도입된 이후 등록 선수가 고작 600여명에 불과하다. 이같이 척박한 토양에서 동생들이 새 역사를 쓴 것이어서 그 의미가 상당하다.

김지선(27), 신미성(36), 이슬비(26), 김은지(25), 엄민지(23·이상 경기도청)로 구성된 여자 대표팀이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국민의 관심을 끌기 전까지 대표팀의 여건은 ‘변방 이하’였다. 국가 대표팀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외국 선수들이 쓰다 버린 장비를 가져다 썼다. 국제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는 감독이 사비를 털어야 했다. 선수들은 민박 집에서 밥을 해 먹으며 훈련하고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찬밥 신세였던 컬링이 온 국민의 관심과 성원을 얻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2012년 여자 대표팀이 세계선수권대회 4강 신화를 연출했다. 이에 힘입어 사상 첫 동계올림픽 출전이라는 새 역사를 썼다. 올림픽 데뷔 무대에선 강호들과 기량을 겨루며 선전을 거듭하자 국민들의 성원이 끊이지 않았다.

전날 열린 소치올림픽 여자 대표팀 환영식에서 선수들은 달라진 위상을 실감한다고 입을 모았다. 대표팀의 맏언니 신미성은 “예전에는 ‘컬링이 뭐냐’, ‘걸레질하는 거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는데 요즘은 만나는 분들이 컬링 작전에 대해 논하시더라”며 웃었다.

주니어 대표팀의 세계선수권대회 메달 획득은 소치에서 언니들이 거둔 성과 못지않다.

이번에 주니어 대표팀을 구성한 선수들의 경력은 6∼7년 내외다. 팀의 주축인 김경애와 김선영 등은 중학생이던 2006년 스포츠클럽을 통해 처음 컬링에 입문했다. 캐나다, 스웨덴 등 컬링 강국 선수들이 대개 8∼9세 내외에 처음 스톤을 잡는 것과 비교하면 늦깎이다.

한국 컬링 여자 주니어 대표팀의 김선영(왼쪽)과 오은진이 5일(한국시간) 스위스 플림스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캐나다와의 결승전에서 스톤의 진행 방향으로 빙면을 닦아내고 있다.
세계컬링연맹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주니어 대표팀 선수들은 선진국 선수들처럼 지역 클럽에서 놀이로 시작해 세계선수권대회 메달까지 따내는 기염을 토했다.

선수층이 얇고 인프라가 부족하지만 최근 들어 각계의 지원이 답지하는 등 기틀이 마련돼 가는 것도 고무적인 요소다.

대한컬링경기연맹 김경두 부회장은 “연맹 김재원 회장의 취임 이후 주니어 선수들도 3주간 캐나다 전지훈련을 할 수 있게 됐고, 김관용 경북도지사도 스위스 현지에서 2주간 적응 훈련을 하도록 도왔다”며 “(주니어 대표팀의 선전은)지역과 중앙 연맹의 지원이 만들어낸 합작품”이라고 평가했다.

김 부회장은 또 “최근 성적이 보여주듯 한국 컬링에는 확실히 가능성이 있다”며 “주변에서 이 선수들을 계속 격려한다면 4년 후 평창 동계올림픽의 주역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우중 기자 lo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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