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납자의 재산은 압류되며, 그래도 세금을 납부하지 않으면 이를 매각해 세금에 충당한다. 체납액이 500만원이 넘으면 전국은행연합회에 자료를 제공해 채무불이행자로 등록시켜 각종 금융제재를 받게 하거나, 인허가 사업을 하고 있는 경우에는 허가관서에 사업 정지 또는 허가 취소를 하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그외 체납세액이 10억원 이상이고 2년 이상 체납하면 고액 상습 체납자로 분류해 명단을 공개하고, 5000만원 이상 체납하고 재산을 은닉해 해외로 도피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출국 규제까지 한다. 이러한 불이익도 5년만 버티면 없어지는 것으로 착각하는 체납자가 있는데, 물론 조세채무는 5년의 징수소멸시효가 완성되면 소멸하지만 실무상 소멸시효 중단조치가 되기 때문에 그런 경우는 없다고 보면 된다. 최근 징수행정이 강화돼서 그런지 이 같은 불이익 중 출국금지에 관련된 사건이 증가하고 있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
을은 어느 법인의 대표이사였는데 7년 전 그 법인은 회계장부상 을에게 빌려준 24억원을 회수하지 않은 채 폐업했다. 이에 국세청은 이 금액이 을에게 귀속된 것으로 보고 그에게 종합소득세 11억원을 부과했다. 지금은 여기에 가산세와 가산금이 붙어 17억원으로 증가했다. 을이 계속 체납하자 국세청장은 체납처분 회피 우려자로 법무부 장관에게 출국금지를 요청해 6개월간 출국을 금지했다.
그런데 을은 딸의 수술 때문에 급히 미국에 가야 할 일이 생겼다. 미국의 특정 병원에서 해야 하는 수술이었다. 그래서 을은 세무서장에게 출국금지를 해제해 줄 것을 요구하는 고충을 청구했다. 세무서에선 두 의견으로 갈렸다. 국세징수법에서 규정한 본인의 신병치료 등 불가피한 사유에 해당하므로 출국금지 해제를 요청하자는 입장과 그렇더라도 체납처분을 회피할 우려가 없을 때에만 해제를 요청할 수 있는데 을에게는 이러한 우려가 있어서 안 된다는 입장이었다.
이 경우에서 보듯 출국금지를 해제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체납액을 5000만원 미만으로 떨어뜨리거나 담보를 제공하는 것인데 그랬다면 이런 문제가 애당초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체납자가 구체적 사업계획이 있거나 국외 거주 직계존비속이 사망 또는 본인의 신병치료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어야 출국이 가능한데, 출국한 후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국세청으로선 출국금지 해제를 선뜻 요청하기 어렵다. 그만큼 징수행정이 엄격하기에 세금이 무서운 것이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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