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차 한잔 나누며] 정보인권 운동 벌이고 있는 이은우 변호사

관련이슈 차 한잔 나누며

입력 : 2014-02-21 21:04:52 수정 : 2014-02-22 10:14:5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신용카드 고객정보 대량 유출 사태는 지갑 속에 카드 서너 장을 갖고 다니게 마련인 성인 대다수가 피해를 본 국가적 재난이다. 개인정보의 중요성을 사회 전체가 재인식하게 된 계기가 됐다. 이 때문에 인터넷 시대의 핵심 이슈인 정보인권 운동을 벌인 이은우 변호사(법무법인 지향·진보네트워크센터 운영위원)는 요즘 밀려드는 언론 인터뷰 요청에 응하고 국정조사 청문회에 참석하는 등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인터넷이 막 보급되기 시작하던 1999년 당시 1년차 변호사였는데 컴퓨터와 인터넷을 좀 더 알고 싶어서 저녁시간에 짬을 내서 한 문화센터에서 운영하던 웹마스터 과정을 1년간 다니면서 정보인권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서버 설치·운영법 등을 배웠는데 웹마스터의 권한이 상상하기 힘들 만큼 강한 거예요. 인터넷과 네트워크가 상호 수평적인 외면과 달리 비민주적이고 중앙에 막강한 권한과 정보가 집중된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때마침 수임한 주민등록번호 유출 사건은 이 변호사가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에 주목하게 된 계기가 됐다. 한 육아·임신 웹사이트에서 이용자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돼 피해를 본 사건이었다. “인터넷이 비민주적인 사회를 만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인터넷이 대중화되면 수평적 네트워크가 구축되고 사회가 투명해질 것을 기대했는데 오히려 포털과 통신사의 독점 등 중앙통제가 강화되고 검열 강화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이용자들이 이를 감시하고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 변호사는 카드 고객정보 대량 유출 사태로 ‘빅데이터 비즈니스’란 명목으로 개인정보를 상업화하는 데 거침없던 한국 사회 풍토를 바꿀 계기가 만들어졌다는 생각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고삐 풀린 채 진행되던 기업체의 개인정보 상업화 행태를 성찰하고 반성하는 기회가 만들어졌습니다. 개인의 검색 기록, 이동 경로 등 방대한 사적 정보가 기업 돈벌이 수단이 됐는데 여기에 휩쓸려가다 보면 정보화시대에 모든 개인이 특정 몇몇 기업에 종속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터넷이 모바일과 결합하면서 더욱 방대한 개인정보가 통신사·인터넷 포털 등에 집적되고 있습니다. ‘구글·애플이 빅데이터로 돈을 버니 SK텔레콤, 네이버도 그렇게 만들어주자’는 먹거리 논리에 개인정보 보호 중요성이 밀려나고 있는데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경악할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은우 변호사가 21일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터넷이 모바일과 결합하면서 더욱 강화된 통신사·인터넷 포털의 정보집적에 대해 이용자들이 감시하고 문제 제기를 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특히 이 변호사는 카드 이용 행태, 위치이동 정보 등 기업이 축적한 각종 고객 데이터를 분석해 정보를 생성하는 빅데이터 대유행에 대한 우려가 크다. 기업 마케팅의 신천지로 급부상하고 있지만 그만큼 개인정보 침해 가능성이 커졌다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 이미 기업 등이 개인정보를 어떤 목적하에 축적할 수 있으며 또 이에 대한 동의는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 등 빅데이터 상업화를 통제하기 위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정반대로 빅데이터 활성화에 논의의 초점이 맞춰졌다는 것이다. “심지어 정부가 빅데이터 활성화를 위해 인터넷상에 있는 정보는 따로 개인 동의를 받지 않더라도 기업이 갖다 쓸 수 있도록 하는 빅데이터 가이드라인을 만들었는데 다행히 국회에서 제동을 걸어 이를 막았습니다.”

카드 고객정보 유출 사태 이후 정부가 여러 대책을 내놨지만 아직 미진한 부분이 많다는 게 이 변호사 생각이다. “앞으로는 정보수집 항목을 줄인다고 하지만 이미 오랫동안 축적·집중된 개인정보를 어떻게 할지는 전혀 논의되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신용정보업체 등에 집중된 개인정보는 법적으로 삭제요청도 불가능한 상태입니다. 이들이 각종 마케팅에 개인정보를 마구잡이로 쓰고 있는데 감독기관은 이를 감독도 안 하고 문제가 드러나도 고발조치 없이 기관경고나 문책·견책 등으로 솜방망이 처벌만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사회 전체가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에 대해 그동안 무감각한 상태가 지속된 겁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개인정보 보호 감독기능의 강화 필요성도 커졌다. 이 변호사는 대통령 직속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초대 위원으로 올해가 3년 임기의 마지막인데 그동안 역부족인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이번에 문제가 된 금융지주사의 고객정보 공유 행태의 경우 지난해부터 위원회에서 문제를 제기했지만 금융당국은 그동안 금융사 편에서 선 채 문제 해결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위원회가 일반 기업 등 민간영역에 대해선 직접 개입할 수 없는 데다 공공영역에서도 각 부처가 위원회 권고를 무시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개인정보 보호 기능이 금융위원회, 안전행정부,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쪼개져 있는 상태이고 담당자는 순환 보직이어서 전문성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또 부처 간 칸막이 때문에 다방면에 걸친 문제는 제대로 대책도 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카드 고객정보 유출 사태가 벌어지니 이제서야 범부처 태스크포스가 만들어졌는데 일시적인 대처가 아니라 상시조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아일릿 원희 '시크한 볼하트'
  • 뉴진스 민지 '반가운 손인사'
  • 최지우 '여신 미소'
  • 오마이걸 유아 '완벽한 미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