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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춘의세금이야기] 무재팔자(無財八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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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4-01-07 22:37:21 수정 : 2014-01-07 23: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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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이 200억, 300억, 몇 천억 원이 있어도 사주를 보면 무재팔자(無財八字)가 나온다고 한다. 모 신문 칼럼에서 읽은 내용이다. 돈이 많이 있어도 돈이 하나도 없는 팔자가 나온다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돈이 있어도 쓰지를 못하니 무재팔자라는 것이다. 그 말에 공감한다. 국세청에서 상속세와 증여세 사건을 5년 동안 다루다 보니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상속세를 많이 내고 죽는 사람치고 돈을 다 쓰지 못하고 죽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자식들은 이복형제까지 왜 그리 많은지. 또 하나 분명한 점은 서로 치고받고 치열히 싸운다는 점이다. 돈을 벌기만 하고 정작 써보지도 못하고 갑자기 죽어버린 사람을 보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 죽어서 자식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면 ‘내가 뭐 하러 돈을 벌었던가’ 하는 후회막심일 것 같다는 느낌이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돈을 버는 것보다 쓰는 방법을 잘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돈을 쓸 줄을 알아야 하는데, 정작 모으는 것만 하다 보니 그런 일이 벌어진다. 모으는 것은 본능이고 쓰는 것은 본능을 거슬러 올라가는 일이다. 팔이 굽혀지지 펴지지 않는 이치와 같다. 돈의 속성이 생살지권(生殺之權)과 부귀공명(富貴功名)을 가진 것이다 보니 없으면 무시당하고 서럽고 그러니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한다. 그러다 시간도 가고 건강도 가고 오는 것은 죽음이다. 그리고 죽어 남는 것은 자신의 흔적과 엄청난 업의 무게다. 어느 누구도 특별나게 그 궤도를 벗어나기 힘들다.

돈이 없어서 자식도 버리고 부모도 버리고, 돈이 부족해 재테크를 해보려다가 피해를 당하고, 돈 때문에 납치·살인·강도 등을 일삼고 도대체 세상이 무서울 뿐이다. 도처가 위험투성이다. 신문에는 전 정권 실세의 비리가 드러나고 있고 한편에는 서민의 힘들고 찌든 생활의 하소연들이 소개되고 있다. “돈∼돈∼돈, 이놈의 돈아 어디 갔다 이제 오느냐. 오. 돈∼돈∼돈, 돈 봐라.” 흥부가의 돈타령이다. 예나 지금이나 돈에 대한 속성은 변하지 않았고 돈 좋아하는 것은 사람인 이상 똑 같다. 모두가 돈 돈 돈 하다 한평생을 보내니 시간과 건강이 돈이라면 그것을 믿을까.

내가 볼 때는 시간과 건강이 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이 세상에 돈 없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게 조물주의 생각인 것 같은데 인간이 조물주의 뜻을 헤아리기가 어렵다 보니 조물주의 말을 믿기가 힘든 판에 그런 이야기도 귀에 들어올 리 없고 헛소리에 불과할 뿐이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사람은 분명 죽는다는 점이다. 80세가 기대수명이라 하지만 비명횡사도 있기 마련이다. 50대가 넘어가면 몸이 고장 나기 시작하니 최근 7년간 암환자가 3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돈 벌다가 죽어버릴 팔자가 많다는 것이다.

복력구족(福力具足) 지혜청정(知慧淸淨) 회향(回向)의 세 구절을 이 세상에서 실현하기란 도 닦는 것보다 더 어렵고 차원이 다른 세계다. 앵무새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이 아무리 많아도 실천하는 사람 한 사람에 못 미치니 나 역시 나름대로 어떤 회향을 해야 할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겠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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