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200억, 300억, 몇 천억 원이 있어도 사주를 보면 무재팔자(無財八字)가 나온다고 한다. 모 신문 칼럼에서 읽은 내용이다. 돈이 많이 있어도 돈이 하나도 없는 팔자가 나온다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돈이 있어도 쓰지를 못하니 무재팔자라는 것이다. 그 말에 공감한다. 국세청에서 상속세와 증여세 사건을 5년 동안 다루다 보니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상속세를 많이 내고 죽는 사람치고 돈을 다 쓰지 못하고 죽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자식들은 이복형제까지 왜 그리 많은지. 또 하나 분명한 점은 서로 치고받고 치열히 싸운다는 점이다. 돈을 벌기만 하고 정작 써보지도 못하고 갑자기 죽어버린 사람을 보면 안타깝기 짝이 없다. 죽어서 자식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면 ‘내가 뭐 하러 돈을 벌었던가’ 하는 후회막심일 것 같다는 느낌이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
돈이 없어서 자식도 버리고 부모도 버리고, 돈이 부족해 재테크를 해보려다가 피해를 당하고, 돈 때문에 납치·살인·강도 등을 일삼고 도대체 세상이 무서울 뿐이다. 도처가 위험투성이다. 신문에는 전 정권 실세의 비리가 드러나고 있고 한편에는 서민의 힘들고 찌든 생활의 하소연들이 소개되고 있다. “돈∼돈∼돈, 이놈의 돈아 어디 갔다 이제 오느냐. 오. 돈∼돈∼돈, 돈 봐라.” 흥부가의 돈타령이다. 예나 지금이나 돈에 대한 속성은 변하지 않았고 돈 좋아하는 것은 사람인 이상 똑 같다. 모두가 돈 돈 돈 하다 한평생을 보내니 시간과 건강이 돈이라면 그것을 믿을까.
내가 볼 때는 시간과 건강이 돈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이 세상에 돈 없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게 조물주의 생각인 것 같은데 인간이 조물주의 뜻을 헤아리기가 어렵다 보니 조물주의 말을 믿기가 힘든 판에 그런 이야기도 귀에 들어올 리 없고 헛소리에 불과할 뿐이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사람은 분명 죽는다는 점이다. 80세가 기대수명이라 하지만 비명횡사도 있기 마련이다. 50대가 넘어가면 몸이 고장 나기 시작하니 최근 7년간 암환자가 3배나 증가했다고 한다. 돈 벌다가 죽어버릴 팔자가 많다는 것이다.
복력구족(福力具足) 지혜청정(知慧淸淨) 회향(回向)의 세 구절을 이 세상에서 실현하기란 도 닦는 것보다 더 어렵고 차원이 다른 세계다. 앵무새 같은 말을 하는 사람들이 아무리 많아도 실천하는 사람 한 사람에 못 미치니 나 역시 나름대로 어떤 회향을 해야 할지, 그리고 어떤 식으로 하고 있는지를 살펴봐야겠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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