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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춘의세금이야기] 부부일심동체 세법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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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2-24 21:54:26 수정 : 2013-12-24 22:0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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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은 남편 회사 주식을 자신의 명의로 취득했다. 8억원 정도였다. 그런데 과세관청은 그녀가 전업주부라는 이유로 회사의 대표이사인 남편으로부터 주식취득자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해 증여세 7800만원을 과세했다. 이에 대해 갑은 주식취득자금 8억원 중 3억8000만원은 자기 돈이고 나머지 돈은 남편 돈이므로 실제 남편으로부터 증여받은 취득자금은 4억2000만원이어서 그 금액은 배우자 공제액 5억원을 빼버리면 증여세 과세표준이 전혀 없게 돼 증여세를 낼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3억8000만원이 자기 돈이라는 증빙으로 은행의 자신 명의 계좌에서 그 금액이 인출된 사실(자기앞수표 3억원, 현금 8000만원)을 증명했다. 그러자 과세관청은 그러면 3억8000만원이 어떻게 그녀의 돈이 됐는지 취득자금 출처에 대해 소명할 것을 요구했고, 그에 대한 소명이 없으므로 당초 처분이 맞는다고 반박했다.

갑은 이해가 되지 않아 세무공무원에게 “3억8000만원이 내 돈이라고, 내 예금통장 등 증빙을 내놓으면 그게 내 돈이 아니라는 점을 세무서가 입증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런 식이라면 국세청이 전체 가정주부 명의로 재산을 취득한 자료를 바탕으로 그들에게 취득자금 출처가 불명하다고 해 전부 다 과세하겠네요”라고 물었다. 갑은 신혼인 가정주부가 8억원이나 되는 주식을 취득했다면 재력이 있는 남편으로부터 취득자금을 증여받은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40년 넘게 부부생활을 하면서 재산을 몇 십억 원 증식시킨 경우는 무조건 가정주부라고 해서 재력이 없는 것으로 보는 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죽어가는 회사를 세무조사해 과세한 것에 대해서는 더 억울했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갑이 회사 주식을 취득하게 된 이유가 있었다. 한때는 코스닥에 등록될 정도로 잘 나가던 남편 회사가 경영악화로 등록취소 지정되자 금융기관은 담보(질권 설정)로 제공받았던 갑과 남편의 주식을 모두 처분해 대출채권에 충당했다. 그러자 갑과 남편은 경영권 방어 차원에서 회사 주식을 취득한 것이었다. 남편은 자식들 명의로 취득시키기도 했다. 그러나 허무하게도 결국 회사는 망했다. 게다가 과세관청은 남편이 자식들 명의로 취득한 것까지 자식들에게 다 취득자금 증여추정을 걸어 놨다. 결국 일가족에게 과세된 증여세는 총 37억3800만원이었다.

갑은 그때서야 비로소 알았다. 부부는 일심동체로서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네것 내것 구별하지 않고 잘 살아야 한다는 상식이 세법에서는 통하지 않았다. 부부라도 남편 것은 남편 것이고, 아내 것은 아내 것으로 서로 별개였다. 이런 것을 부부별산제라고 했다.

법은 부부별산제가 원칙이다 보니 설령 부부가 공동으로 노력해 재산증식을 했더라도 어느 한사람의 명의로 해놓으면 그 사람의 소유로만 추정된다. 세법에서는 배우자 증여공제액 6억원 정도만이 공동노력의 대가일 뿐이다.

‘그러면 재벌 갑부 아내가 이혼해도 재산분할로 6억원밖에 인정받지 못하는 걸까?’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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