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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웅비론 2020-미래 비전 새 지평을 연다] ③ 사회통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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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2-22 19:06:19 수정 : 2013-12-22 20: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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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빈부·노사·이념 갈등 위험수위… “이젠 성장통 치유할 때” ‘한민족’

이 말은 오랜 세월 우리나라를 하나로 뭉치게 하는 구심점 역할을 했다. 그러나 사회가 다원화·다층화하면서 서로 다른 이념과 가치관이 충돌하고, 갈등의 골은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사회통합지수에서 우리나라는 친사회적 행동, 정치참여, 삶의 만족도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OECD 평균에 훨씬 못 미치는 낙제점을 받았다. 삼성경제연구소가 8월 발표한 연구 결과에서도 우리나라의 사회 갈등 수준(2010년 기준)은 OECD 국가 가운데 터키에 이어 두 번째로 높았다. 2005년 4위에서 두 단계 오른 것이다. 2030대 5060으로 대표되는 세대갈등, 빈부격차에 따른 계층갈등을 비롯해 다문화갈등, 노사갈등, 이념갈등이 위험수위에 도달했다.

전문가들은 빈곤 탈출에 급급했던 1970년대와 권위주의 탈출이 시대적 과제였던 1990년대를 지나 이제는 압축성장에서 비롯된 사회적 차별과 갈등 같은 성장통을 치유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갈등 관리가 중요한 과제가 된 것이다. 이와 관련해 대니 로드릭 미국 하버드대 교수(경제학)는 “민주주의 성숙도, 합의 도출 제도, 정부의 정책 실행 능력 같은 갈등 관리 능력이 사회 발전의 최우선 요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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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을 관리하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최근 우리나라가 세계 10대 강국으로 진입하기 위한 세 가지 키워드로, 고용 확대와 신산업 육성 그리고 사회통합을 제시했다. 지난해 전국 대학교수 54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향후 10년간 한국 사회의 키워드를 묻는 질문에 44.9%가 사회통합을 꼽았다.

사회통합의 목표는 갈등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관리하는 것이다.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는 “갈등은 병리현상이 아니라 정상적인 현상이며, 갈등이 너무 심하면 사회가 해체되겠지만 갈등이 너무 억제돼도 북한 사회처럼 정체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통합의 핵심은 갈등을 일정 수위로 유지하면서 사회 발전의 동력으로 활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사회 갈등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나라의 성쇠를 좌우하는 사례는 많다. 19세기 중반 스위스에서 신교와 구교의 갈등이 극에 달했다. 급기야 1891년 철도산업 구조조정을 두고 양측이 충돌했는데, 다수파 신교 세력이 당시로서는 획기적으로 우정철도장관 자리에 구교 인사를 기용하면서 갈등이 진정되기 시작했다. 이후 스위스 정치에서는 소수파에게 각료 자리를 배분하는 것이 전통으로 자리 잡았다. 반면, 20세기 초만 해도 서유럽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아르헨티나는 심각한 소득 불균형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해 70년 동안 1인당 국내총생산(GDP) 증가 폭이 1500달러에 그치는 경제성장 정체현상을 겪었다. 정치권이 갈등 당사자들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대신에 빈곤층에 무턱대고 돈을 뿌린 탓이다.

#갈 길 바쁜 사회통합

우리 사회도 갈등을 안은 채 어디로 향할지 갈림길에 서 있다. 우리 사회의 갈등 수위는 제방을 넘어가기 직전이다. 국민대통합위원회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계층갈등과 이념갈등에 대해 ‘심하다’, ‘매우 심하다’는 응답이 각각 74.0%와 72.7%에 달했다. 최근 몇 개월만 보더라도 국정원 댓글 사건, 밀양 송전탑 건설, 고교 국사 교과서 등을 둘러싼 사회 갈등이 곳곳으로 가지를 뻗었다.

수십년 전 사회통합을 공론화한 서구사회에 비하면 우리나라는 갓 걸음마를 뗀 상태다. 노무현정부의 지속가능발전위원회에서 처음으로 갈등 해결을 사회 어젠다로 설정한 이래 이명박정부는 사회통합위원회를, 박근혜정부는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해 갈등에 관해 연구해오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렇다 할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노무현정부는 갈등관리기본법을 제정하려고 했고, 이명박정부는 사회통합위 산하에 국가공론화위원회를 설치하려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갈등 해결은 국회 몫이라고 여긴 국회의원들의 시큰둥한 반응과 갈등 조정 전문가 부족 등이 문제였다.

단국대 분쟁해결연구센터의 김강민 연구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은 20∼30년 전에 갈등 영향 분석과 전문가 양성에 관한 제도화를 마쳐 안정적으로 운영해오고 있다”며 “우리나라도 제도는 있지만 관련 규정이 대통령령으로 돼 있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갈등 영향 분석을 정착시키고, 국가가 인증하는 갈등 해결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간의 사회통합 능력을 기르는 일도 중요하다. 국민의 공감을 수반하지 않는 사회통합 정책은 되레 사회 분열을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가 매번 계층갈등으로 이어지는 게 대표적인 예다. 자발적 기부와 자선 문화가 보편적으로 자리 잡았더라면 피할 수 있는 갈등이다.

현진권 한국경제연구원 사회통합센터 소장은 “통합을 위해 정부 역할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관이 주도하려고 하면 새로운 정책 수립에 대한 유혹이 생길 수밖에 없고, 그 정책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다시 갈등을 부를 수 있다”며 “정부와 함께 민간도 사회통합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보다 효과적으로 달성할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지로 기자 kornya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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