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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춘의세금이야기] 죽으면 다 헛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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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3-12-10 21:31:24 수정 : 2013-12-10 21:3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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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안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돈에 관한 복잡한 이야기다. 갑의 남편은 강원도에 어마어마한 땅을 소유하고 있었다. 주로 전답이지만 어느 한 리(里)의 땅이 남편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남편은 죽기 직전 공정증서로 유언을 했다. 남편이 가진 일체의 재산을 갑의 소유로 상속한다는 내용이었다. 포괄유증이었다. 갑은 남편의 장례를 치른 후 자식을 모아놓고 남편 유언을 말했다. 작은아들은 갑에게 말했다. “그래야죠. 어머니 뜻대로 하세요. 저는 이의 없습니다.” 그러나 큰아들은 그렇지 않았다. 불만이 많아 보였다.

24년이 흘렀다. 겉으로는 모든 게 평온해 보였다. 그러나 종기는 결국 곪아 터졌다. 갑이 재산을 모두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불만이 생겨났다. 갑이 그동안 등기를 이전하지 않고 있던 틈을 타 큰아들이 몰래 공동상속을 가장해 강원도에 있는 땅을 법정 상속지분에 따라 상속등기를 해버렸다. 땅이 워낙 넓으니 한 번에 못하고 세 번에 나눠서 했다. 그런데 갑은 어느 날 작은아들에게서 세무서로부터 증여세 고지서가 날아왔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무슨 증여를 한 게 있다고.’ 내용인즉 갑이 아들들에 각 상속지분만큼 증여를 했다는 것이다. 큰아들이 공동상속으로 등기를 해버리는 바람에 마치 갑이 포괄유증 받은 땅 일부를 자식에게 나눠준 꼴이 돼버렸다. 그래서 과세관청이 오해를 했다. 갑과 큰아들은 대판 싸웠다. 갑은 작은아들도 큰아들과 한통속인 것으로 오해했다. 결국 갑은 자식을 상대로 소유권이전등기를 말소하라는 상속재산회복청구의 소송을 제기했다. 큰아들이 세 번에 나눠서 땅을 이전하다 보니 소송도 세 개로 나뉘어 진행됐다. 다행히도 작은아들은 아버지의 유언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두 번째 소송까지는 즉시 갑의 주장을 인정해 줬다. 증여세 부과처분은 취소됐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문제는 세 번째 소송이었다. 소가 제기될 때 작은아들이 갑작스럽게 죽어 버렸다. 갑은 허무하기 짝이 없었다. 갑의 뜻을 가장 잘 따른 착한 아들이었는데 저세상에 무슨 급한 일이 있었는지 생을 마감했다. 그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예전 소송처럼 갑의 주장을 인정해 줄 수 없었다. 결국 갑은 큰아들에게 패소했다. 이유인즉, 공정증서에 의한 유언을 하려면 그 기재내용을 유언자에게 가서 낭독해 그 정확함을 승인받는 절차를 거쳐야 함에도 이를 거치지 않았고, 또 증인 중 한 명이 실제로 참여하지도 않아 유언의 효력이 없다는 이유였다. 그 결과 큰아들이 세 번째로 몰래 등기한 땅은 갑의 자식들이 적법하게 법정 상속지분만큼 가질 수 있게 됐고, 작은아들은 죽었기 때문에 그의 자식들이 대습상속해 대신 가지게 됐다.

재산이 많으면 우환(憂患)이 끊이지 않는다더니 작은아들의 자식들에게만 상속세로 14억원이 나왔다. 그들은 황당하다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하느라 애를 쓰고 있다. 이런 모습을 볼 때마다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제발 내 자식들에게 당부한다. 부디 재산을 탐하지 말아라. 그리고 모으려고만 하지 말고 좋은 데 쓰려고 노력하여라. 죽으면 다 헛거다.”

고성춘 조세전문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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